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소통을 원한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소통을 원한다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2.10 00:20
  • 수정 2021.02.10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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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맹본사가 잘 나간다고 가맹점주도 잘 나간다? NO!
​​​​​​​가맹본사 잘 되려면 가맹점주와 소통 필요

커버스토리 : 자영업, 어찌할꼬?

‘자영업 살려야 한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언론은 자영업을 살려야 한다고 말해왔다. 임대 현수막을 붙인 텅 빈 상가를 비추며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 가야 하는 지점이 있다. 자영업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자영업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그들을 ‘시혜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살릴 수 있다. 현장의 자영업자들을 찾아가 ‘자영업을 살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커버스토리④ ‘시키면 시키는 대로’ 가맹점주의 현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프랜차이즈 하지 마라. 말리는 거죠.”

자영업 경력 35년의 한문태 마노비어 사장은 프랜차이즈를 극구 말렸다. 프랜차이즈에 대한 자영업자의 인식은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가맹점주든, 개인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이든 매한가지로 부정적이었다. 가맹점주는 가맹본사의 갑질에 못 살겠다 호소했고, 자기 가게를 가진 사장들은 ‘상권 파괴자’, ‘자영업 생태계 파괴자’ 프랜차이즈를 무척이나 싫어했다.

그러나 프랜차이즈는 우후죽순 대한민국 방방곡곡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자영업자 사이에서 기피 대상 1순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자영업자들은 프랜차이즈가 가장 쉬운 창업 선택지라고 이야기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퇴직금 모아둔 돈으로 장사해야 할 때”, “하고는 싶은데 할 줄 아는 게 없을 때” 언제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랜차이즈 사장님’은 장사에 대해 아무런 기초지식이 없어도 약간의 목돈만 있으면 할 수 있다. 하지만 잘 모르고 당하는 대가는 혹독했다. 가맹본사는 가맹점주의 호주머니를 챙겨주지 않는다. 오히려 가맹점주의 호주머니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 수도 있다. 취재에서 만난 프랜차이즈 자영업자는 “아무도 자신의 돈을 챙겨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하면서 뼈저리게 배운 경험칙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 1억 투자해서 리뉴얼하라니요?”

서울시 강동구에서 프랜차이즈 대형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오희진(52·가명) 씨는 올해로 프랜차이즈 인생 19년을 맞았다. 2003년 직장인이었던 희진 씨는 더 좋은 회사로 이직을 하려다 실패했다. 직장을 잃고 방황하던 희진 씨는 생계를 위해 가지고 있던 돈 3,000만 원으로 편의점을 시작했다. 편의점 생활 9년차, 희진 씨는 더 이상 편의점에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했다. 한창 뜨고 있던 커피 프랜차이즈로 눈을 돌렸다. 그렇게 카페를 차린 지 10년이 흘렀다.

카페 창업에 희진 씨가 쓴 돈은 5억 원이 넘는다.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모은 돈을 투자한 건 아니다. “모아둔 돈이 있었겠어요?” 희진 씨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되물었다. 희진 씨는 은행 대출로 투자금 4억 9,300만 원을 마련했다.

“커피숍은 100% 가맹점 투자죠. 본사는 한 푼도 투자를 안 해요. 투자를 안 하는 정도가 아니라 초기 투자할 때 막대한 이익금을 가져가요.” 초기 인테리어 및 시설 투자비용에 거품이 많았다는 것이다. 카페운영 10년이 지난 지금도 희진 씨는 그때 대출금을 다 갚지 못했다.

“본사는 인테리어비에서 남겨먹죠. 그 다음에 커피머신이나 시설 공급하면서 남겨먹죠.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보통 우리 같은 대형커피점이 오픈하면 1억 정도는 수익을 남길 거예요. 현재 우리나라의 그 어떤 프랜차이즈도 이 형태를 벗어나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창업 직후 희진 씨의 매장에는 손님이 꽤 붐볐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돈 좀 만졌겠네’라는 소리도 들었다. 하지만 실상을 모르는 소리였다. 총 매출에서 재료비를 포함해서 본사가 가는 돈이 35~40%, 인건비가 22~25%, 임대료가 15~20%를 차지했다. 실제로 희진 씨가 가져가는 돈은 얼마 되지 않았다.

“저희 같은 경우는 25일 영업을 해서 줄 돈 만들고 그 다음에 나머지 5일로 먹고 살죠. 초기 5년 동안은 시설 투자비용에 대한 감가상각비만 나온 거예요.”

희진 씨는 2015년 실내흡연이 금지되면서 폐점 직전의 위기를 겪는다. 희진 씨는 영업시간을 야간까지 늘리는 과감한 방법으로 위기를 호황을 바꿨다. 하지만 호황은 오래 가지 못했다. 2020년 코로나19로 다시 “박살”이 났다.

“수입은 거의 없고 대출금이 많으니까. 대출금 나가면 생활비도 안 나와요. 적자에 찌들게 되는 거죠. 1월 말을 마지노선으로 봤어요. 이 이상 버티면 사는 집을 건드려야 할 경우까지 가는 거죠.”

가맹본부는 생계를 위협받는 희진 씨에게 힘이 되기는커녕 도리어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 “지금도 리뉴얼하라고 강요를 하죠. 인테리어 리뉴얼하면 보통 매장에 1억씩 들어요. 요즘 코로나에 누가 투자해서 하겠어요? 선택할 수 있는 건 폐점이죠.” 희진 씨는 가맹본부가 리뉴얼을 권하는 이유가 2,000만~3,000만 원 남짓의 즉각적인 수익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프랜차이즈 선택할 때 폐점률 높은 거 선택하면 절대 안 돼요. 다 이유가 있는 거예요. 장사 안 돼서 폐점하든 본사가 압박해서 폐점하든. 그렇잖아요? 막말로 새로 매장 오픈하면 본사가 1억을 벌어요. 기존 점포 유지하는 게 좋겠어요? 아니면 폐점하고 거기다 새로 오픈시키는 게 좋겠어요?”

“생각대로가 생각대로를 공격하는 상황이었죠”

ⓒ 참여와혁신 자료사진

조대연 씨(45)는 서울 송파지역에서 10년 동안 배달대행지사를 운영한 베테랑이다. 하지만 현재는 따로 배달대행지사를 운영하지 않고 배달기사로만 일하고 있다. 여기에는 기막힌 사연이 있다.

대연 씨는 2018년 5월 배달대행플랫폼 ‘생각대로’와 계약했다. 본래 다른 배달대행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강남지역에서 생각대로의 파급력은 날로 세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수수료가 기존 업체보다 높았지만 반강제로 생각대로와 계약했다. 생각대로와 계약하지 않으면 ‘상점 전쟁’을 각오해야 했다. 대연 씨는 싸우기보다는 함께하기를 택했다.

그러나 대연 씨는 계약기간(4년)을 채우지 못했다. 대신 생각대로에게 자신이 10년 동안 운영하던 배달대행지사를 ‘울며 겨자 먹기’로 처분했다. 2019년 12월의 일이었다.

“저희 지사의 수익률이 괜찮다보니까 회사에서 직영점으로 운영하겠다며 팔라고 하더라고요. 안 팔겠다고 하니까. 제가 생각대로 방이지사였거든요? 그런데 바로 앞에다가 송파지사를 차린 거예요. 제 바로 밑에 있던 팀장을 회유해서 지사장 시키고요. 사람을 빼서 저희 상점을 공격하는 거죠. 생각대로가 생각대로를 공격하는 거예요.”

배달대행업의 수익구조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배달비에서 나눠진다. 배달비가 4,000원이라면 배달기사가 3,600원, 배달대행지사가 300원, 배달대행플랫폼사가 ‘콜비’ 명목으로 100원 정도를 가져간다. “콜이 많은 지사에서는 콜비가 더 나올 거 아니에요? 그거에 만족하면 되는데 저희한테 떨어지는 300원도 욕심이 나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한테 매매해. 니네 버틸 수 있을 거 같아? 이런 거죠.”

대연 씨도 처음에는 일방적인 직영점 전환 요구에 저항했다. 생각대로를 떠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자 생각대로는 ‘계약서’를 들고 나왔다. “계약서를 내밀면서 계약기간 이전에 나갈 때는 초도 물품(배달통 및 헬멧)의 2배를 배상금액으로 내놓고. 또 저희 콜 수익이 한 달로 치면 350만 원 정도가 나왔거든요? 350만 원 곱하기 3에 또 남은 계약 기간을 곱하니까. 3억 5,000만 원이 나오더라고요. 그거 갚으라고요.”

생각대로를 떠나려고 하니 거액의 손실보상금액이 발목을 잡았다. 그렇다고 이대로 배달대행지사를 운영하자니 본사의 압박을 더는 버티기 힘들었다. 결국 그는 6,000만 원에 지사를 생각대로에 넘기게 됐다.

이후 대연 씨는 생각대로의 부탁으로 5개월 동안 직영점 지사장으로 일했다. 대연 씨는 ‘직영점 직원’이었지만 노동자로서의 보호는 받지 못했다. 배달대행산업의 열악함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여기는 고용관계가 잘 입증이 안 돼요. 급여도 그냥 코인*이고. 어떻게 보면 가상머니이기 때문에. 털어도 입증이 될지 모르겠는데. 항상 이래요. 4대 보험은 항상 안 들어주고. 그냥 프리랜서라고 해서….”
*배달기사는 보통 자신의 배달비를 앱을 통해서 코인으로 수령한다. 코인을 돈으로 환전하는 식이다.

결국 대연 씨는 생각대로를 그만뒀다. 이후 생각대로가 아닌 다른 배달대행지사에 일자리를 구했다. 그런데 얼마 있지 않아 대연 씨는 생각대로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부정경쟁방지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그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였다. 이번에도 생각대로는 ‘계약서’를 들고 나왔다.

“제가 이거를 10년을 했는데 어디 가서 뭘 할 수 있겠어요? 송파에서 10년 넘게 살았는데 모르는 지역 가서 배달할 수도 없고. 그래서 다른 배달대행업체에서 일했더니. 뭐. 기밀 누출하고 정보를 빼돌렸다고 계약서를 내미는데 3년 이상 동종업계에서 일할 수 없다. 그게 쓰여 있더라고요. 1억 8,000만 원 손해를 봤대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는데요”

서울시 석촌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최창기 씨(48·가명)는 프랜차이즈를 기피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프랜차이즈를 하면 제가 하고 싶은 거 못하잖아요? 거기 있는 제품 써야 하고 규정 따라야 하고. 굳이 로열티를 주고 그들이 움직이는 대로 할 이유는 없죠.”

프랜차이즈 가맹계약은 가맹점주의 종속성을 전제한다.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에게 “자기의 상표, 서비스표, 상호, 간판 그 밖의 영업표지를 사용하여 일정한 품질기준이나 영업방식에 따라 상품 또는 용역을 판매하도록 함과 아울러 이에 따른 경영 및 영업활동 등에 대한 지원, 교육과 통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또한 가맹사업법에는 가맹점주가 준수해야 하는 사항이 적시돼 있는데 ▲가맹사업의 통일성 준수 ▲가맹본부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사업장의 위치 변경 금지 ▲가맹점 운영권의 양도 금지 ▲상품·용역이나 영업활동 변경 시 가맹본부와 사전 협의 ▲가맹본부의 영업기술이나 영업비밀의 누설 금지 등이 망라돼 있다.

즉 가맹계약 자체가 가맹본사와 가맹점주의 관계를 독립적인 사업자 대 사업자의 관계로 상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희진 씨는 자영업자의 처지가 “노동법이 없는 노동자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프랜차이즈는 그렇다는 거죠.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본사에서 물건은 다 받아야 하고, 본사에서 정한 대로 음식물을 만들어야 하고, 본사에서 말한 대로 손님을 접대해야 하고. 우리가 서비스에 끼어들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는 거예요. 그리고 안 하면 가맹계약 갱신 안 해줄 거야. 그렇게 제재할 수 있는 여지도 많고요.”

대연 씨는 이전에 사용한 배달대행플랫폼과는 달리 생각대로에서는 유별나게 부당한 간섭이 많았다고 말했다. 대연 씨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에 비교해 가맹본사의 부당함을 설명했다.

“저희 계약서에 콜비가 부가세 포함 88원으로 명시돼 있었는데, 갑자기 이러저러해서 지사가 운영이 안 된다, 본사가 적자다 하더니 콜비를 100원으로 올리겠대요. 사실 상식적으로 계약서가 있으니까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집주인이 월세 올리려고 해도 계약 끝나고 올리든가 그래야 되잖아요? 각 지사장 모아두고 선포를 해요. 수수료 올리겠다. 반대하는 사람 손들어. 누가 들 수 있냐고요. 압박이 들어오는데 심지어 영업시간도 제한해요.”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가맹점주들이 원하는 건 ‘법과 소통’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갈등은 이해관계에서 상충하는 부분이 있기에 발생한다. 가맹본부는 가맹점을 최대한 많이 늘리고 눈에 보이는 매출을 높게 하는 것이 이득이다. 신규 가맹점 개설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하고, 매출액에 비례하여 로열티를 지급받기 때문이다. 반면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총매출보다는 실제로 가져가는 이익이 중요하다. 남지도 않는 장사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함께 갈 수 있는 방법은 있다. 희진 씨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함께 윈-윈하는 방향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서 가맹본부가 현장 가맹점주의 목소리를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터놓고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사의 방향성을 우리가 이야기해야 해요. 단순히 우리가 장사를 할 만한데 ‘수수료가 문제야’ 이런 게 아니라 회사 자체가 문제라는 거죠. 현재 회사 체제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가맹점주도 적극적으로 협조할 의향이 있으니 새로운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버블티 바람이 불기 몇 년 전부터 가맹본사에 하자고 그랬는데 안 했었죠. 그런 트렌드를 만들어 가야 하는데….”

공정거래위원회는 2020년 9월 28일 가맹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서는 가맹본부의 책임을 강화하는 한편, 가맹점사업자단체 신고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현재 가맹점주는 협의체를 구성해 가맹본사와 대화를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가맹본사에서는 협의체의 대표성을 문제 삼아 요청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희진 씨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반드시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타이트하게 해야 해요. 망하면 혼자 망하는 회사가 아니잖아요? 그래서 타이트하게 해야죠. 솔직히 회사가 망하면 월급이나 퇴직금을 못 받는 수준이잖아요? 노동자들이 월급을 한 푼 두 푼 모아서 그걸 투자해서 하는 게 프랜차이즈인데. 정말 열심히 돈 모아서 하는 거 한 순간에 다 날아가는 거예요. 법이 타이트하게 잡아줘야 해요.”

다만 대연 씨는 현재 배달대행지사 지사장들이 자율적으로 협의회 등 단체를 구성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어제 폭설이었잖아요? 그런 날은 오토바이를 하루에 20시간씩 타야 해요. 배달기사는 안 나가니까. 그렇게 일하고 끝나서 논의하고. 바로 시행되는 것도 아니고. 또 공정위에 제소하고 그런다고 해요. 이분들이 과연 몇 개월씩 어떻게 보면 지치는 거죠. 차라리 포기하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할 거예요. 당장 한두 시간이라도 자 놔야죠. 눈 오는데 왜 열겠어요? 다른 데 다 일하는데 우리만 안 열면 가버리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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