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으로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
플랫폼으로 살림살이 좀 나아졌습니까?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2.10 00:25
  • 수정 2021.02.10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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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배달 시대 도래, 플랫폼은 자영업에 필수
​​​​​​​하면 안 남고, 안 하면 불안한 플랫폼 … ‘상생’ 가능할까?

커버스토리 : 자영업, 어찌할꼬?

‘자영업 살려야 한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언론은 자영업을 살려야 한다고 말해왔다. 임대 현수막을 붙인 텅 빈 상가를 비추며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 가야 하는 지점이 있다. 자영업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자영업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그들을 ‘시혜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살릴 수 있다. 현장의 자영업자들을 찾아가 ‘자영업을 살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커버스토리⑤ 자영업자에게 플랫폼은 ‘속 빈 강정’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너무 다들 하니까. 나만 안 하면 이상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알아보긴 많이 알아봤는데, 수익이 전혀 나지 않는 구조에요. 플랫폼은.”

서울시 서대문구 성산동에서 성미산알루를 운영하는 임명진 씨(49)는 ‘너도 나도 하는’ 플랫폼을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플랫폼을 해봤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코로나19가 우리 생활에 비대면을 가져다 놓으면서 그야말로 자영업에 배달시대가 열렸다. ‘딩동! 배달의민족, 주문!’, ‘요기요~주문! 요기요.’ 쉴 틈 없이 울리는 플랫폼의 주문접수 멜로디에도 자영업자들은 그다지 기쁜 기색이 아니다. 속 빈 강정. 자영업자들이 플랫폼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자영업자들은 왜 플랫폼을 그렇게 말할까. 플랫폼과 자영업자의 상생은 불가능한 것일까.

플랫폼이 변화시킨 자영업 판도

윤경자 씨(53)는 지난해 10월 서울시 서대문구 홍은동에 궁중족발을 개장했다. 9월부터 매장에 들어와 개업 준비를 하던 경자 씨는 코로나19로 홀 영업이 어려워지자 이전에는 써보지 않았던 플랫폼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현재 경자 씨는 주문중개플랫폼 요기요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까 홀 장사만 하던 사람들도 다 배달에 뛰어들어서 이게 접수 신청을 하면 되기까지 3~4개월 걸린대요. 플랫폼에 수수료도 많이 나가고 배달대행업체 하시는 분한테도 수수료도 많이 나가고. 또 용기 값이 만만치 않아요. 솔직히 일반 매장에서 장사할 때보다 남는 건 없어요. 그런데 이렇게 안 하면 그나마도 못 버티니까 해야 하는 거죠.”

코로나19 이전부터 주문중개플랫폼은 있었지만 기존에 배달영업을 하던 중국집, 피자집, 치킨집, 분식집 등의 매장에서 주로 이용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돼 실내 영업이 제한되자 평소 배달을 하지 않던 홀 영업 중심의 매장들도 주문중개플랫폼에 뛰어들었다.

서울시 강동구에서 프랜차이즈 커피점을 운영하고 있는 오희진 씨(52·가명)는 “배달 시대가 오면서 트렌드가 또 바뀌었다. 자영업자들이 이제 먹고 살려면 배달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면서 “우리 같이 홀 영업으로 승부하는 매장은 배달업이 활성화되기 힘들다. 각종 수수료 등으로 이익금이 한 푼도 없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상품원가가 30%를 넘어가면 배달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밝혔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복잡한 플랫폼의 구조
자영업자는 얼마를 부담하나?

그렇다면 플랫폼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정확히 얼마나 될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문중개플랫폼이 작동하는 방식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플랫폼이 작동하는 데에는 상점, 소비자, 주문중개플랫폼(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대행플랫폼(부릉, 생각대로, 바로고 등)이 필요하다.

소비자가 주문중개플랫폼을 통해 주문을 하면 상점에 설치된 프로그램에 해당 주문이 뜬다. 물품을 준비를 마치면 상점은 배달대행플랫폼에 배달을 요청한다. 해당 배달대행플랫폼을 쓰고 있는 배달대행지사는 소비자의 위치와 가장 가까이 있는 배달기사에게 배달을 시킨다.

여기서 배달의민족이나 요기요와 배민라이더스, 요기요 익스프레스는 소비자 입장에서 사용하기는 별반 차이가 없지만, 상점 입장에서는 차이가 크다. 배민라이더스와 요기요 익스프레스는 주문중개플랫폼과 배달대행플랫폼이 합쳐진 형태다. 해당 플랫폼으로 소비자가 주문을 하면 상점은 직접 소비자를 대면할 필요가 없다. 또한 주문중개플랫폼에서 직고용한 배달기사가 배달을 처리한다.

상점의 입장에서 요기요나 배달의민족을 사용하면 바로고나 생각대로 등 배달대행플랫폼을 추가로 사용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상점이 배달대행플랫폼을 이용할 때는 월 10만 원 정도의 관리비를 부담한다. 이에 비해 배민라이더스나 요기요 익스프레스를 사용하면 배달대행업체와 계약할 필요가 없다.

또한 주문중개플랫폼별로 이용방법이 상이하다. 배달의민족은 울트라콜과 오픈리스트 제도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울트라콜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흔히 ‘깃발 꽂기’로 알려져 있다. 광고 주소를 기준으로 상품 카테고리에 따라 1.5~3km까지 반경이 설정되는데, 해당 주소와 소비자의 위치가 가까울수록 주문중개앱의 상단에 검색된다. 실제 상점의 주소와 다른 곳에 최대 10개까지 깃발을 꽂을 수 있다. 깃발 1개당 8만 8,000원이 소요된다. 오픈리스트는 랜덤으로 소비자에게 광고가 노출되는 방식이다. 고정광고비가 없지만 건당 수수료로 6.8%가 소요된다. 카드수수료, 부가세 등은 별도다.

배민라이더스는 2가지 유형의 요금제로 운영된다. A타입은 주문 건당 11%의 수수료에 1,000원 고정비용을 부담하는 형태다. B타임은 주문 건당 15%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더불어 배민라이더스에서는 배달기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를 상점이 부담하는 대신 주문앱 상단에 상점이 노출되는 ‘배달팁’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요기요는 주문 건당 12.5%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이 역시 부가세는 별도다. 요기요 익스프레스는 주문 건당 12.5%의 수수료에 2,900원의 배달대행이용료를 추가로 받는다. 주문중개플랫폼의 요금 체계는 상당히 복잡한 편이다. 또한 요금정책이 수시로 변경되거나 추가되기도 한다.

할 수도 없고 안 할 수도 없는 플랫폼

김호연 씨(29·가명)는 서울시 연희동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주문중개플랫폼은 요기요를 사용하고 있다. “배달의민족은 배달이 나가든 안 나가든 정기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광고비가 있는데, 요기요는 그런 게 없어서 했다”면서, “커피가 만약 3,500원이면 500원 정도를 플랫폼이 가져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서울시 석촌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최창수 씨(42·가명)는 배민라이더스를 이용하고 있다. 창수 씨는 주문중개플랫폼을 이용하는 이유를 “그냥 하는 거지 돈을 남기자고 하는 건 아니다. 어쨌든 재료라도 돌려야지. 썩어서 버리지는 않을 것 아니냐”고 밝혔다.

창수 씨는 주문중개플랫폼에서 자영업자 간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마진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배달팁’ 제도를 이용했지만 효과는 순간뿐이었다. 많은 매장에서 너도 나도 배달팁을 부담했기 때문이다.

“원래 배달비가 3,000~4,000원 하는데 저희가 2,900원까지 내주는 거죠. 그래서 1만 5,000원짜리 팔면 우선 3,000원이 빠져요. 거기에 수수료 빠지고 재료비 빠지고 여러 가지 빠지니까 하나를 팔아도 얼마 안 남죠. 배달팁을 하는데 그마저도 그런 업주가 되게 많아요. 초반에는 꽤 괜찮았는데, 너무 많이 늘어서 그거까지 떠안은 거죠.”

또한 주문중개플랫폼 상단에 노출되기 위해서 ‘별점 5점 남기면 사은품 제공’ 등 물량 공세도 심심찮게 보인다고 지적했다. 창수 씨는 사은품까지 주면서 플랫폼을 이용하고 싶지는 않다고 전했다.

ⓒ 참여와혁신 자료사진
ⓒ 참여와혁신 자료사진

“플랫폼 안 쓰려고 생각을 굳혔죠”

박현숙 씨(53)는 서울시 성산동에서 10년째 백반집을 운영하고 있다. 현숙 씨는 배달을 하지만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는다. 가게 주변 가까운 단골들을 대상으로 직접 배달하는 형식으로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있다.

“(주문중개플랫폼을) 쓸 수가 없는 게 우리는 김치찌개나 된장찌개가 일회용 나가면 맛이 없어요. 뚝배기로 해야 손님들이 좋아하고 내가 직접 배달하니까 이 정도 남는 거지. 이 주변만 배달하는데. 사람들이 어렵다고 이용을 해주니까. 한 번 식사한 분들이 명함을 가져가면 전화를 해주시더라고. 내가 문자도 한 번씩 넣어드리고….”

성미산알루비어를 운영하는 명진 씨도 주문중개플랫폼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방문 포장만 받고 있다. 명진 씨는 플랫폼이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가져다줬지만 과도하게 수수료를 가져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배달비 내더라도 편하잖아요? 배달을 하지 않으면 경쟁이 안 되는 건 알지만 배달앱은 안 써야겠다고 생각을 굳혔어요. 저희 나름대로는 좋은 재료 쓰는 등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고정비가 있어요. 그에 따라 재료비를 책정을 해놨는데 수수료를 떼다 보면 손을 대야 하는 거죠.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모르겠는데, 배달앱이 가져가는 수수료에 대해서 정부에서 개입할 수는 없겠지만 만드는 식당 입장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덧붙여 명진 씨는 자영업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수수료를 부과하는 플랫폼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명진 씨는 “최근 마포공동체경제네트워크 모아에서 지역공공플랫폼을 만들게 되면 사용할 의사가 있냐고 설문조사를 한 적 있다”면서 “그런 플랫폼은 찬성한다. 대기업이 하는 게 아니라 자영업자에게도 이익을 줄 수 있는 쪽으로 플랫폼이 만들어진다면 상당히 고마울 것”이라고 밝혔다.

상생의 플랫폼? 플랫폼과 상생?

현재 여러 지자체에서 지역공공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성공사례는 드물다. 지자체에서 만든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람이 현저하게 적기 때문이다. 플랫폼의 가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플랫폼을 이용하는가에 달려있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 전적으로 플랫폼의 가치를 키우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주문중개플랫폼에서는 소비자와 함께 자영업자가 주요 주체다. 플랫폼의 입장에서 소비자에게 얼마나 많은 선택지를 보여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플랫폼을 속 빈 강정으로 보고 있다. 팔아도 남는 게 없는 탓이다.

그렇다고 ‘배달시대’에 플랫폼을 안 할 수도 없다. 플랫폼은 자영업자에게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 됐다. 플랫폼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져가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는 또 다시 ‘을’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다. 플랫폼의 수수료가 얼마나 공정한지 판단해봐야 한다.

지난해 9월 28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규제가 전무한 플랫폼 중개거래 현장에 ▲계약서 작성 및 교부 의무화 ▲중개계약변경 시 사전통지 의무화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등을 규정한다는 내용이다.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은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거래관계 투명성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자율적 상생협력·신속한 분쟁 해결 ▲플랫폼 혁신 저해 방지 등으로 취지를 설명했다. 공정위는 올해 상반기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나 입법까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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