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한 번, 임대료로 두 번 우는 자영업자들
코로나19로 한 번, 임대료로 두 번 우는 자영업자들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1.02.10 00:15
  • 수정 2021.03.02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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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는 상한 없는 불로소득,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 저해
​​​​​​​임대차3법 개정안? 일시적 대안일 뿐 근본적 해결책 아냐

커버스토리 : 자영업, 어찌할꼬?

‘자영업 살려야 한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언론은 자영업을 살려야 한다고 말해왔다. 임대 현수막을 붙인 텅 빈 상가를 비추며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 가야 하는 지점이 있다. 자영업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자영업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그들을 ‘시혜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살릴 수 있다. 현장의 자영업자들을 찾아가 ‘자영업을 살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커버스토리③ 상한선 없는 임대료, 자영업 경쟁력 약화시킨다

지난해 10월 5일 서울시 홍은동에 개업한 궁중족발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중·고등학생들이 장래희망을 건물주로 적어내는 현실은 웃프기만 하다. ‘정의롭지 못한 부의 축적’이라는 투기의 개념과 투자의 개념이 혼동되는 시대다. 노동 없이 월마다 소득을 취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임대인의 권리는 임차인 앞에서 커진다. 특히나 생계를 위한 소득생산 공간을 임대한 자영업자 입장에서 임대인의 권리란 하늘과도 같다.

2015년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 이후 5년이 흘렀다. 사유 재산에 대한 권리가 공공복리를 넘어서고 있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고, 상가건물에도 예외는 없다. 임대료는 도대체 어디까지 오르는 것일까. 자영업자는 계약갱신이 두렵기만 하다.

늘, 건물주에게 ‘을’이었던 자영업자

“한 번은 가게에 어닝을 치려고 전문업체를 부르려니까 견적이 850만 원이었어요. 근데 건물주가 자기가 소개하는 데서 사야 한데. 그래서 소개해준 업체 견적 보니까 3,500만 원인 거예요. 그래서 하려다 못했어요. 한 3년 전에 건물주랑 사이 안 좋을 때 가게를 내놨어요. 권리금 3억 원 주고 하겠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건물주가 같은 업종은 안 준다는 거예요. 그래서 캔슬됐어요. 내가 뭐라도 따지면 건물주는 항상 계속 보복을 해요. 갑질 하는 거지.”

-한문태 마노비어 대표

임대인과 임차인인 자영업자와의 갈등은 빈번히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곤 한다. 대표적인 갈등 사례로는 한남동 소재 카페였던 테이크아웃드로잉 분쟁, 서촌 궁중족발 사건, MB 희래등 사건 등이 있다. 세 가지 사례 모두 건물주가 터를 잡고 있던 자영업자에게 퇴거를 요구하면서 발생한 갈등이다. 자영업자들은 이전 계약 조건을 들며 퇴거를 거부했지만, 건물주는 명도소송 혹은 임대료 및 보증금 인상으로 대응하며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켰다. 애정을 담아 몇 년에 걸쳐 공간을 가꾸며 상권 형성에도 기여한 자영업자들은 이에 대한 보상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자리를 옮겨야 했다.

지난해 9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같은 달 29일 시행됐다. 개정안은 임대료 체납 상황에서 벌어질 수 있는 임대계약 해지의 위험성을 줄이고, 임대료 증가에 대한 예외 사유에 ‘감염병으로 인한 경제사정 변동’을 추가해 자영업자들의 임대료 부담을 줄이고자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개정안 시행 이후 자영업자들의 임대료 문제는 좀 나아졌을까? 정답은 ‘아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임대인과 자영업자와의 갈등은 다시 불거져 나오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위치한 두타몰이 텅텅 비어있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지난 1월 6일 두산타워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청와대 앞에 모여 특단의 대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외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발생하는 자영업자들의 고충과 두타몰에 입점한 자영업자 6명에 대한 부당한 처우를 알리는 자리이기도 했다. 현재 두타몰은 차임감액청구권 소송에 나선 6명을 제외한 상인에게만 임대료 30% 감면과 20% 지급유예 등 혜택을 주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소재의 두타몰과 두타몰에 입점해 점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갈등은 2014년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두타몰 입점상인들은 일방적인 임대료 산정 방식 변경을 비롯해 판매 목표 강제, 공실 임대, 점포 이전 및 인테리어 공사 등을 강요해왔다고 밝혔다. 이후에도 두타몰은 입점상인들에게 세부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채 인상한 관리비 문제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으나, 현재까지 근본적으로 문제가 해결된 건 없다.

두타몰의 임대료 문제는 3자가 맺는 전대차 계약이 원인으로 꼽힌다. 전대차 계약이란 임차인이 제3자에게 다시 임대하는 계약이다. 다시 말해 건물주인 두타몰은 금융투자자인 임차인에게 매물을 분양하고 해당 임차인은 다시 입점상인들에게 임대한다. 입점상인들의 임대료와 관리비 부담이 더욱더 늘어나는 구조다.

임대료 감면 혜택에서 제외 당한 이정현 씨(56)는 두타몰에서 21년째 가방장사를 해온 오픈멤버다. 정현 씨는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 매출의 90%가 감소한 상황에서 차임감액청구권 소송을 통해 임대료 50% 감면을 요구하고 있지만, 두타몰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식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현 씨가 한 달에 내는 임대료는 약 800만 원, 관리비는 약 200만 원 수준으로, 합쳐서 1,000만 원 가량의 비용이 고정적으로 나간다. 그는 두타몰 임대료 연체로 나이 50에 장만한 첫 집을 가압류 당하기도 했다.

“감면 혜택 못 받았어요. 50%만 받았더라도 가압류는 안 왔을 거야. 제가 한 번은 울면서 그랬어요. 나도 똑같이 계약한 상인이라고. 20년 동안 월세 다 냈다고. 코로나19 지원 대출 받고, 돈이 생길 때마다 두타몰에 돈을 다 냈어요. 돈을 훔쳐다 낼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여기 밑층에 안경집 사장님은 고등학생 자녀가 셋인데 많이 어려워요. 듣고 있으면 가슴이 먹먹하더라고요. 하늘길 열릴 때까지 알바라도 해서 이 자리 유지하면서 장사하고 싶다는 게 욕심인가요?”

2018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서촌 궁중족발’ 사건도 장사하고픈 자영업자의 희망을 꺾어놓은 대표적인 사례다. 임대인과 임차인 간 물리적 상해가 오간 이 사건의 발단은 2016년 건물주가 바뀌면서 시작했다.

원래 서촌 궁중족발은 김우식(57)·윤경자(53) 부부가 2009년 권리금과 보증금, 시설투자비 등을 합쳐 9,000만 원을 들여 시작한 가게로 당시 임대료로 293만 원을 내기로 계약돼 있었다. 2009년 당시만 해도 서촌은 상권이 활성화된 지역이 아니었다. 그러나 2014년 무렵부터 슬슬 서촌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가게를 오픈한 지 3년차까지 수익을 내지 못했던 궁중족발은 4년차부터 단골 고객이 생기기 시작했고, 부부는 ‘이대로 3~4년만 고생하면 생활에 여력도 생기겠다’ 싶었다. 그러나 2016년 1월, 궁중족발 건물주가 바뀌었다. 건물주는 보증금을 1억 원, 임대료를 1,200만 원으로 올리길 요구했다. 기존의 3~4배 수준이었다. 부부 입장에서는 나가라는 통보를 받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에 최초 계약일로부터 5년이 넘으면 갱신 보호기간에서 예외로 적용돼서 법적인 보호를 못 받아요. 그래서 건물주가 나가라고 하면 그냥 ‘네’ 하고 나가야 하는 거예요. 기존의 건물주가 그렇게 요구했다면 보호를 받았겠지만, 새 건물주랑은 우리가 계약서를 쓴 적이 없다는 거죠. 당시 우리는 5년이 이미 지났었고, 다른 가게도 5년이 다가오고 있었고, 그거를 다 확인하고 건물을 샀다고 하더라고요. 임대료도 일부러 안 받았어요. 3개월 동안 못 내 자동으로 계약이 해지되면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거든요. 연락도 없고, 전화도 안 받고, 통장번호도 안 알려주고요.”

당시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연대해 사실관계를 알리고 막아보려 했지만, 결국 서촌 궁중족발은 불법 강제집행으로 쫓겨났다. 강제집행 과정에서 우식 씨는 손가락이 부분 절단되는 사고를 겪기도 했다. 그는 건물주와의 고조된 다툼에서 망치질을 한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청약통장까지 전부 압류됐어요. 저희가 서촌에서 7개월 있는 동안 월세 못 받았다고, 건물주가 다 압류했어요. 가게 안에 있던 물건 다 경매에 넘겨서 팔았고, 보증금도 안 줬어요.”

우식 씨는 2020년 6월 출소했다. 그리고 그 해 10월 5일, 김우식윤경자 부부의 궁중족발은 서울 시내에서 그나마 임대료가 저렴한 홍은동에 새로 자리를 잡았다. 다만 부부와 건물주와의 소송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이처럼 상한선 없는 임대료 인상을 비롯한 임대인의 권리는 자영업자들의 사업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변화하는 시대 환경에 발 맞춰 사업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투자비용이 드는 법이다. 그러나 수많은 자영업자들이 투자여력의 대부분을 임대료로 지출하고 있다. 이에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임대료에 기준을 둬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자영업 하는 입장에서 내가 이 가게에서 몇 년까지 이런 계획을 세워서 장사할 수 있다는 보장이 있다면 좋을 텐데, 갑자기 건물주가 동네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임대료를 올리겠다고 하면 그때부터 전부 어그러지는 거거든요. 상한선에 대한 기준이 필요해요. 특히 우리나라는.”

-임명진 성미산알루 사장

부동산 시장 과열과 젠트리피케이션

“빚내서 집 사라”는 2015년 박근혜 정부가 내걸었던 정책 기조다. 박근혜 정부는 경기부양을 명목으로 건설업에 힘을 실어주려 했고, 경기부양을 위한 금리인하를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 확대, 다주택 양도세 완화 등 정책을 펼치면서 소비심리를 부추겼다. 그 결과 다주택자는 35만 명 가까이 늘어났다. 그리고 2021년, 수도권 내 주택비중이 인구 비중을 추월했음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동산을 계층이동을 위한 투자수단으로 바라보는 탓이다. 은행 이자만으로도 자산을 늘릴 수 있었던 과거와 달리, 저금리·저성장 기조를 맞이한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부동산은 단 하나의 ‘희망사다리’인 셈이다. 그러나 재산권이 공공복리를 압도하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투자와 투기의 개념을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과거 정책과 더불어 다주택 임대업자들이 늘어나면서 피해를 보게 되는 건 자영업과 긴밀히 연관된 실물경제다. 불로소득인 임대료는 지역경제 선순환에 대한 기여도가 낮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금융기관에서 대출받기가 쉬워지면서 임대업자들은 보증금보다 임대료를 높이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는 추세다. 높아진 임대료를 감당해야 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자영업자들에게 돌아오게 되고, 지역경제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또한 부동산 가격인상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낙후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중산층 이상의 계급이 들어와 기존에 살던 저소득층을 밀어내는 현상을 말하는데,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사례로는 홍대 인근을 들 수 있다.

과거 홍대 인근은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이유로 청년과 예술가가 몰리던 곳이었다. 이들로 인해 홍대 인근은 자체적으로 문화 자산을 생성하는 지역으로 자리 잡았고, 이는 지역 활성화 효과를 가져다줬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발생한다. 활기를 띤 홍대 인근에 유동인구가 많다보니 지역 가치가 자연스럽게 상승하게 되는데, 이곳에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임대업자들이 뛰어들기 시작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임대업자들이 뛰어든 결과는 대부분 같다. 임대료가 높아지면서 이곳에 자리 잡았던 영세자영업자나 저소득층 원주민들은 밀려나고 홍대 인근이 가진 문화 자산은 상업화로 인해 고유성을 잃어버리면서 평준화됐다. 이후 홍대 인근에서 밀려나간 이들은 소공장이 즐비한 문래동과 을지로 등으로 터전을 옮기는데, 옮긴 지역마다 동일한 현상이 일어나는 실정이다.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서울 동대문구 소재의 두타몰에서 이정현 씨.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임대차3법? 한시적 예방일 뿐, 근본적 대책 필요해

지난해 8월 야당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통과된 ‘임대차3법’은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 도입을 통해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발의됐다. 임대차3법은 기존 2년이었던 임대차기간을 계약만료 이후 1회 2년 더 늘릴 수 있도록 하고, 임대료의 상승폭을 5%로 제한했으며, 주택 임대차 계약을 맺을 시 30일 내로 계약 당사자와 보증금, 임대료, 임대기간, 계약금 등 세부적인 계약사항을 관청에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했다.

국회 본회의 통과 당시 임대차3법은 전·월세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됐지만 현실은 달랐다. 임대인들이 전세계약을 마다하면서, 전세매물이 씨가 마르는 현상이 벌어졌다. 집을 구하던 사람들은 결국 전세매물 대신 월세매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도 지난해 9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9일 시행됐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는 임대인이 6개월 동안 월세를 연체했다는 이유로 계약해지나 계약갱신 거절, 권리금 회수 등의 불이익을 임차인에게 요구할 수 없다는 내용과 임차인이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상황에서 임대료 감액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속전속결로 진행된 개정안에 명확한 세부기준이 없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혼선을 주고, 법적 분쟁이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또한 우려한 일이 실제로도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두타몰 자영업자들의 경우에도 구제를 위해 임대료 50% 차임감액청구를 신청했으나, 건물주와의 관계로 인해 100일이 훌쩍 넘는 기간 동안 전혀 진전이 없는 현실 앞에 놓여있다.

“차임감액청구권, 법이 쓸모가 없어요. 눈물이 펑펑 나더라고요. 임대차보호법이 아무리 개정되어도, 개정만 되면 뭐해요? 써먹을 수 있어야 하는 법인데 전혀 쓸 수가 없어요.”

지난해 캐나다 정부는 4월부터 9월에 한해 코로나19 감염병으로 피해를 보는 자영업자를 위해 ‘긴급 상업용 임대 지원정책’을 시행했다. 이 정책은 임대인들이 영세자영업자인 임차인의 임대료를 75% 수준으로 감면해주면, 그 임대료 중 50%를 정부가 지원하고 임차인은 나머지 임대료인 25%만을 내도록 하는 정책이었다.

지난 15일에는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영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임대인이 임대료의 각 25%를 나눠 분담하는 ‘임대료 분담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은 차후 나올 임대료 감면 혜택에 자그마한 희망을 걸고 있다.

우는 아이 달래기와 같은 임기응변식의 대안은 자영업자를 두 번 울리는 일이다. 더 늦기 전에 자영업자들을 위한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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