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자영업,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1.02.10 00:05
  • 수정 2021.02.10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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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경제 활성화와 은퇴인력 생계 대안 역할 해온 한국의 자영업
구조적 취약성 등 복합적인 문제에 직면한 자영업자들

커버스토리 : 자영업, 어찌할꼬?

‘자영업 살려야 한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언론은 자영업을 살려야 한다고 말해왔다. 임대 현수막을 붙인 텅 빈 상가를 비추며 말이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 가야 하는 지점이 있다. 자영업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자영업자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그들을 ‘시혜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살릴 수 있다. 현장의 자영업자들을 찾아가 ‘자영업을 살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커버스토리① 한국 사회에서 자영업이란?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유년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동전 몇 푼을 들고 동네 구멍가게를 서성이며 무슨 과자가 있는지 살펴본 적 있을 것이다. 눈깔사탕을 덤으로 주며, 단골들과 친밀감을 나누던 자영업자들은 동네 터줏대감으로 자리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이웃 간의 유대감을 쌓는 데 구심점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풍경을 찾아보기가 쉽지는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국면에 접어들었고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감염병 확산이 급격히 증가했던 지난해 3월, 자영업자들이 지역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앞에 오전부터 대출을 받고자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정부가 ‘소상공인 금융지원 신속집행 방안’을 발표해 시중은행에서도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 확대 대책을 내놨지만 한시적인 수준에 머무를 뿐이었다. 현재 동네 상권에서는 심심찮게 폐업하는 가게가 나오고 있다.

[ 논픽션 ] 자영업자 A, B, C, D의 일일

#1 어김없이 찾아온 점심시간,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턱을 괴고 TV를 바라본다. 1년 전 이맘때였다면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랐을 시간이다. 그나마 남아있던 단골들도 발길을 끊은 지 오래다. 좀 전에 들어왔던 몇몇 손님들은 썰렁한 가게 분위기를 훑어보곤 도로 나가버렸다. TV에는 뉴스가 나온다. 정부가 자영업자를 위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이다. A씨는 한숨을 쉬며 TV를 껐다.

#2 옆 가게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씨가 안부를 묻고자 A씨를 찾아온다. B씨는 항상 2시쯤 수제케이크를 들고 동네 가게를 돈다. B씨의 손에는 딸기케이크 두 조각이 들려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으로 카페 내 취식이 어려워지면서 매출이 감소했고, 재료를 썩히는 일이 다반사다. 둘은 오늘도 무사히 문을 열었다는 데 위안을 얻는다.

“배달앱, 그거 하고 있어?” A씨가 묻는다. “나도 그거 해야 할까봐, 뒷집 C씨는 했다던데…” B씨가 대답한다. 높은 수수료를 줄 바엔 좋은 재료를 써서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겠다는 신념 때문에 배달앱 사용을 지양해왔다.

두 사람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임대료 이야기로 이어진다. 벌써 맞은 편 상가 1층에서 두 집이나 폐업했다. 주인이 바뀌면서 임대료를 올린 탓이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A씨와 B씨는 점포 계약만료를 앞두고 건물 주인에게 임대료를 동결하겠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관리비를 포함해 한 달에 내야 하는 금액은 300만 원 가까이 된다. A씨는 이렇게 말한다. “나, 어제 종신보험 해지 했어.”

#3 치킨집을 운영하는 C씨는 한 때 잘 나가던 회사원이었다. 누구나 알 만한 대학을 졸업했고, 무난하게 대기업 입사에 성공했다. 입사 이후 실적도 좋았고, 연봉도 괜찮았지만 회사 분위기에 떠밀려 명예퇴직을 했다. ‘백세시대라던데…’ 고민하던 C씨는 퇴직금으로 치킨집을 차렸다. ‘역시 치킨은 ㅇㅇ치킨이지’. 브랜드 가치를 따졌을 때 이것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했다. 제2의 전성기가 찾아올 것만 같아 부푼 마음으로 시작한 치킨집이었다.

조금 일찍 매장 문을 연 C씨는 튀김기에 담긴 맑은 기름을 바라보며 지난 과거를 회상했다. 팬데믹 상황으로 매출이 줄자 가족같이 지내던 알바생 셋을 내보냈다. 기름 위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수척하다. 나름 이 상황을 대비하겠다고 배달앱을 활용하고 있지만, 매출은 지난달 대비 큰 차이가 없다. 주변 가게에 비해 나름 주문도 들어오지만 가맹비와 임대료가 발목을 잡는다. “띵동” 주문이 들어온다. 몇 분이나 지났을까. C씨의 가게 앞에 오토바이 엔진 소리가 들린다. 바깥에는 눈이 오고 있다.

한문태 마노비어 대표.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4 C씨의 가게 앞에 멈춰선 D씨는 배달을 업으로 하고 있다. 건마다 수익을 챙길 수 있고, 잘만 한다면 월 400만 원까지도 벌 수 있다는 광고를 봤다.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는 광고 문구가 가장 끌렸다. 그러나 막상 이 업종에 뛰어들어보니 광고와 현실의 괴리는 너무나도 컸다. 급한 일이 있어서 주문을 받지 못하면 페널티가 부여되기도 했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배달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갑작스레 눈이 온다. 앞이 보이지 않는 수준이다. 도로가 미끄러워 ‘사고 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배달앱에는 긴급 공지가 뜬다. 폭설에 대한 프로모션을 진행해 커미션을 추가적으로 주겠다는 내용이다. 위험과 수당을 맞바꾸는 것 같아 묘한 기분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C씨는 포장된 치킨을 주면서 “괜찮겠어요?” 묻는다. D씨는 눈 덮인 거리를 보며 천천히 끄덕인다.

한국 사회, 자영업이 가진 역할은?

한국 사회에서의 변곡점으로 1997년 발생한 IMF 외환위기는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다. 당시는 수많은 기업이 도산했고, 이는 노동시장의 위기로도 이어졌다. 구조조정에 따른 명예퇴직자 수가 늘어났고 실업률도 비례해 증가했다.

이때 퇴직한 많은 직장인들은 생계를 위해 자영업을 선택했다. 업종에 매력을 느껴 포부를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 창업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문제에 떠밀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대안으로 선택한 게 자영업이었다. 현재 우리나라 자영업자 중 63%가 생계형 자영업자다. 사회적 위험에 대한 복지 기능을 자영업이 대신해왔던 셈이다.

또한 자영업은 골목 상권과 지역 상권을 활성화시켜 실물경제의 주체로서 이바지한다. 지역 내에서 돈이 돌도록 소비를 촉진시키고, 지역공동체를 활성화시켜 자금의 외부 유출을 막아 위기에 대응해왔다. 최근 팬데믹 상황에서 정부가 할인율이 적용된 지역화폐의 사용을 권장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 참여와혁신 강민석 기자 mskang@laborplus.co.kr

자영업, 한치 앞이 안 보인다

OECD 국가를 기준으로 봤을 때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높은 국가일수록 기업에서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는 증가하고 자영업자는 감소하는 추이를 보인다. 이들 국가들에서는 노동시장에서의 안정성이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 사회의 자영업 비중은 경제 규모에 비해서 높은 편에 속한다. 다시 말하자면, 아직까지 한국 사회가 취약한 노동시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노동시장 최후의 보루로 자리하고 있는 자영업은 코로나19로 인해 열악한 현실이 부각됐다. 노동자와 고용주 사이에 정체성을 둔 자영업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를 기준으로 구축된 사회안전망 탓에 안정성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으며, 온라인 판매·플랫폼 사업 등 디지털 시장 발전으로 인해 경쟁력에서도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사업을 영위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지원도 기업과 비교해 부족한 것이 사실이며, 이에 더해 가맹비와 임대료를 고정지출로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생계를 유지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자영업, 무엇이 문제며 어떻게 이를 해결할 수 있을까. 사회적 논의를 통한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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