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김용균들》, 용균이 이름으로 용균이‘들’을 살린다면
《김용균, 김용균들》, 용균이 이름으로 용균이‘들’을 살린다면
  • 강한님 기자
  • 승인 2022.08.01 16:51
  • 수정 2022.08.01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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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구·김미숙·이태성 씨 인터뷰
이 책이 읽히지 않을, 누구도 죽지 않는 일터를 향해

[리포트] 이달의 책 추천

왼쪽부터 이태성 씨, 김미숙 씨, 이인구 씨 ⓒ 참여와혁신 강한님 기자 hnkang@laborplus.co.kr

“처음엔 용균이의 일이 그렇게 잊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했는데 요즘 들어서는 용균이 이름을 빌려서라도 살아있는 사람들을 살리면, 지워져도 상관없다. 살아있는 사람들을 살리는 역할에 이름을 쓴다면 그걸로 나는 만족한다. 지금은 그냥 그런 생각을 해.”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 김미숙 씨)

사단법인 김용균재단(대표 김미숙)의 첫 번째 책인 《김용균, 김용균들》이 지난 7월 15일 발간됐다. 책은 세 사람의 시간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2018년 12월 11일 새벽 3시 23분 컨베이어 벨트에서 김용균 노동자를 처음 발견한 이인구 씨, 첫 직장에 다니던 아들을 잃고 ‘김용균 투쟁’에 뛰어들게 된 김미숙 씨, 계속되는 죽음을 막아보려 고군분투하며 싸우는 노조 동료 이태성 씨다.

이태성 씨는 “책이 많이 아프다”라며 독자들을 걱정했다. 그러면서도 “누구도 죽지 않는 일터가 될 때까지 이 책이 읽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픈 만큼 현실은 아직 잔인하다. 지난해 산재로 숨진 노동자는 2,080명, 하루에 5.7명 정도다. 또 다른 김용균들이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김용균, 김용균들》은 김용균‘들’인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7월 21일 김용균재단에서 이인구·김미숙·이태성 씨를 만나 책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비정규직이어서 당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이야기 담겼으면 했다

- 책을 기획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미숙 : 트라우마 겪는 사람들, 싸우는 사람들, 또 유족으로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담겼으면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사람들한테 제가 김용균 엄마로서 다가서는 역할이 됐으면 한다고 생각했어요. 책이 나온 걸 보고 내가 이렇게 싸우게 됐구나 다시 느꼈어요. 연결이 쭉 되더라고요. 새롭게 알게 된 것도 있어요. 이인구 과장님의 트라우마를 깊이 알았고, 이태성 간사님*이 예전에 발전소에서 친동생같이 아끼던 동료를 잃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는데, 그래서 ‘너는 나다’라는 문구가 더 와 닿았겠구나 싶었어요.
*이인구 씨는 당시 한국발전기술의 과장이었고, 이태성 씨는 현재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를 맡고 있다.

이태성 : 다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잖아요. 그걸 말하는 게 사실 쉽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사실상 비정규직을 대표하는 이름이 김용균이 돼 버렸으니까, 비정규직이라는 틀에 갇혀 일하다 죽지 않는 일터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더 알려내야 하겠다 싶었어요.

- 책을 준비하며 특별히 기억났던 장면이 있었나요?

이인구 : 용균이 처음 봤을 때, 입사했을 때요. 제가 용균이 첫 얼굴을 이렇게 봤거든요. 용균이가 가진 직책에 따른 어려움을 아니까, 잘해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항상 같이 식사를 했어요. 용균이가 식사를 늦게 하니까 제가 나이를 먹었어도 식사당번을 맡아서 했죠.

이태성 : 책 준비하면서 옛날 기억을 한다는 게 저는 힘들었어요. 그럼에도 우리의 이야기들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건 분명했고, 잘 전달해 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죠. 그런데 저는 제 가족한테 미안한 것도 많이 느꼈어요. 아이들이 고3이고 이럴 때 아빠로서 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어요. 싸움에 집중했던 이태성도 있지만 그런 미안함을 책에 전달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고마운 기회가 됐죠. 책도 아이들에게 선물을 했는데, 표현하지 못했던 미안함을 말할 수 있어서 의미가 남달랐어요.

김미숙 : 그동안 계속 자식 죽은 이야기를 어디서나 해야 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이게 말하는 부모로서 너무 비참해요. 그렇지만 싸우고 있는 거잖아요. 멈추지 않고요. 제가 언론에 이야기를 많이 쏟아내는 사람이다 보니까 작가님도 무슨 질문을 해야 할지 고민이 들었다더라고요. 지금 힘든 점도 물어보시고요. 그러다 보니 마음 속 흔들림이 책에 녹아들었는데, 이렇게 투쟁하는 사람들은 다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 김용균이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는 뭐라고 보세요?

김미숙 : 핵심은 비정규직이에요. 비정규직이라서 이렇게 당하는 거죠.

이인구 : 우리 사회 뒤편 부조리와 부패를 용균이가 드러냈다고 봐야죠. 제가 발전소에 있을 때 하청 비정규직이 생겼어요. 우리는 몰랐어요. 자회사가, 하청이라는 단어가 뭔지를요. 억지로 그쪽으로 사람들을 자회사로 보냈는데 노조가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까 계속 인원이 줄어들더라고요. 복지나 임금, 근무환경도 갈수록 형편이 없어졌어요. 아예 투자를 안 했던 거고, 부조리의 온상이 된 거죠.

이태성 : 용균이 주요 업무가 원래 삽질이 아니었어요. 현장의 기기를 점검하는 업무를 해야 하는데, 하청업체가 일하는 구간에 설비 투자를 많이 안 하다 보니까 낙탄이 많아지게 됐고, 그걸 치우는 게 주 업무가 돼버린 거예요. 예전에는 한전이 100% 공기업이었는데, 민영화되기 시작하면서 민간 업체들이 발전소 설비의 50% 이상을 담당하는 구조가 됐잖아요. 예전에 철도와 가스, 발전 노동자들이 민영화 저지 투쟁을 했지만 소위 더럽고 어렵고 힘든 직종은 아웃소싱이 돼 버렸죠. 설비를 잘 만들고 시설 투자를 했으면 사고가 없었을 거예요.

김미숙 : 왜 하청, 자회사, 비정규직을 처음에 만들 때 국민에게 설명이 없어요? 국민은 잘 몰라요. 비정규직이 어떤 걸 의미하는지, 어떤 피해가 있을지 예상하지 않고 한다는 건 큰 문제라고 생각해요. 피해를 당하고 나면 늦어요. 그러면서도 공부 덜 했으니까 당하는 건 당연한 것처럼 사람들이 인식하게 만드는 거, 너무 잘못된 거 아닌가요.

우리 사회 모든 사람들이
김용균의 동료이자 ‘김용균’

- 김용균, 김용균‘들’이 책 제목이에요.

이인구 : 김용균들은 김용균을 포함한 동료들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김용균과 투쟁, 연대에 앞장섰던 그 동지들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김미숙 : 저는 우리 사회 모든 비정규직. 차별받고 배제되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용균이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태성 : 100만 비정규 노동자가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거잖아요. 우리가 싸울 때 구호가 ‘내가 김용균이다’예요. 비정규직이라고 매일 죽어 나가는 이 대한민국에서 죽지 않게 해달라는 수많은 비정규직의 외침인 거죠. 저는 김용균들은 ‘나’라고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비정규직만이 아니라 정말 국민 전체가 안전한 일터, 차별받지 않는 일터, 죽지 않는 일터를 함께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어요. 50년 전 전태일 열사가 분신하신 뒤 우리는 용균이를 만났어요. 과연 그동안 우리 삶이 얼마큼 많이 변했냐. 그렇게 많은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용균이의 죽음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해요.

김미숙 : 제가 외쳤던 거랑 전태일의 외침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너무 기가 막혀요. 지금 우리나라가 얼마나 발전을 했어요. 그런데 지금도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게 이게 너무 기가 막혔어요. 우리가 다 그렇게 희생당하고 있다는 게, 정말 이거는 저를 가만히 있게 만들지 않아요. 아마 동지들도 다 그런 마음 아니었을까요.

이렇게 싸워야지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

- 부제가 ‘싸울 때 제대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더라고요.

김미숙 : 싸운다고 해서 죽은 자식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내 삶의 질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에요. 가끔은 싸운다고 해서 제대로 살 수 있는 건가? 싶어요. 이분들 다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어요. 저도 그래요. 평생 갈 거란 말이에요. 제대로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이렇게라도 해야만 살 수 있는 것 같아서 싸우는 사람들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이인구 : 우리는 다른 단체들과 다르게 끝없는 분노만 가진 사람들이에요. 자식을 잃고, 남편을 잃고, 부모를 잃고, 친구를 잃은 사람들이니까요. 그런데 개개인의 분노만 가지고는 해결을 할 수가 없어요. 우리 자식들이 안전하지 못한 환경에 노출돼 있잖아요. 그걸 시민에게 알려야겠다는 소신이 좀 생겼어요. 그래서 용균이 투쟁은 저를 많이 바꿨어요. 소심하고 우울해졌지만 한편으로는 용기도 가지게 됐죠. 큰 사거리나 터미널 같은 데서 1인 시위를 아침이나 저녁에 한두 시간 하기도 해요. 리본도 나눠주고요.

김미숙 : 이런 일을 안 당했으면 저도 이런 세상이 있는지 깜깜하게 몰랐을 거예요. 이렇게 되다 보니까 억울한 게 너무 많은 거예요. 안전을 아무도 책임지지 않은 나라나 회사나 다 무방비로 사람들을 내버려 둔 거잖아요. 죽어도 벌금 몇 푼으로, 합법적으로 죽일 수 있게끔 만드는 부당한 세상이잖아요. 1년에 2,000명이 죽고 있다는데 다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고 저처럼 파탄에 이를 것이 뻔히 보이잖아요. 제 자식 귀했듯 다른 부모들에게도 귀한 자식이고, 제가 너무 큰 상실감이 있고 아팠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제가 더 힘들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싸우고 있어요.

이태성 : 어머님이 용균이 모습을 봤을 때 얼마나 피토하는 심정이었겠어요. 저는 이 죽음들을 그냥 넘길 수 없었다는 마음이 너무나 강했고, 어머님도 그런 판단을 하셨어요. 사실 중대재해처벌법이 유가족의 단식으로 만들어낸 법이잖아요. 28년 만에 산안법도 개정됐고요. 그래서 저는 우리가 죽은 사람 위로하는 싸움보다는 더 많은 사람을 살리는 싸움을 한다고 생각해요. 산자를 위한 싸움이요. 그 싸움엔 김용균들인 우리가 함께하고 있고, 더 많은 김용균들에게 사람을 살리기 위한 싸움을 같이 하자고 말하고 싶어요.

책이 읽히지 않을 세상 올 때까지
용균이를 기억해달라

- 누가 이 책을 읽었으면 하나요?

김미숙 : 모두가 읽었으면 좋겠어요. 아직까지 우리 사회의 죽음의 숫자가 안 줄어들었거든요. 맨날 사고가 나면 국회의원들은 문상 가고 사진만 찍어대는데, 대책은 하나도 없어요. 진짜 유족을 위로하려면 재발방지대책을 세워서 사고가 안 나게 하는 게 유족을 위로하는 거예요. 학교에서도 읽혔으면 하네요. 우리 사는 세상이 이렇게 진행되고 있고, 이건 아니라는 걸 알릴 수 있는 책이 됐으면 해요. 너무 큰 걸 바라나 봐요.

이태성 : 고용노동부가 올해 노동자가 일하다 300명 정도가 죽었다고 했어요. 그런데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돼서 20% 정도가 줄었다고 얘기를 해요. 그러면 300명은 죽어도 되는 거냐.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됐지만 강력한 처벌을 누구 하나 지금 받지 않았잖아요. 처벌이 과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죽은 사람이 본인들의 자식이었다면 과연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을까 싶어요.

김미숙 : 원청 사장이나 정책을 만든 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않고 나 몰라라 하는 구조가 잘못됐어요. 책임을 제대로 지워야만 재발 방지가 된다고 생각해요.

이태성 : 저한테 김용균은 청년 노동자로 계속 남아 있어요. 제가 50살이 됐는데, 80살이 되더라도 용균이는 저한테는 청년 노동자로 기억될 거예요. 우리는 현장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기 위한 싸움들을 하는 것으로 삶을 살아요. 그리고 이 책 속에 아주 날 것의 형태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했어요. 누구도 죽지 않으면 이 책도 읽히지 않겠죠. 지금은 아플지라도 용균이를 생각해 주고,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계속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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