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 10개 모델, 어디까지 왔나?
‘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 10개 모델, 어디까지 왔나?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2.11.04 14:01
  • 수정 2022.11.2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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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 사업’ 10개 지역, 1·2차 간담회 통해 중간점검
‘공론화’부터 ‘사업 신청’까지 지역마다 속도 맞춰 일자리 모델 준비 中
노사발전재단×참여와혁신 공동기획

노사민정이 협력해 ‘지역 맞춤형 일자리 모델’을 만들어보려는 지자체를 지원하는 ‘2022년 노사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 사업’(총괄 고용노동부·주관 노사발전재단)이 후반기를 향해 가고 있다. 올해 초 사업에 선정된 10개 지역*은 각 지역의 속도에 맞춰 일자리 모델을 개발 중이다. 이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고 컨설팅 과정을 내실화하기 위해 지난 7월 1차 집중 간담회가, 10월엔 2차 집중 간담회가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10개 지역은 일자리 모델 방향, 상생협약(안)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수렴했고, 애로사항을 공유·검토해 관계부처 등과 함께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1·2차 간담회에서 중간점검된 내용을 모아 10개 지역 일자리 모델이 어디까지 왔는지 정리했다.

* 경상북도, 전북 전주시, 충남 논산시, 전북 고창군, 인천광역시, 충남 아산시, 전남 여수시, 전남 순천시, 대전광역시, 강원 원주시


‘자동차 산업 대전환 수퍼 클러스터’
경북형 상생형 일자리 모델

경상북도는 미래차 성장에 따른 자동차 부품 산업 재편의 위기에 놓였다. 경상북도엔 2019년 기준 전국 자동차 부품 사업체의 13.7%(1,414개)가 몰려 있다. 노사정 모두 실감하는 산업전환의 위기에 따라 경상북도는 ‘자동차부품산업 대전환을 위한 경북형 상생 일자리 모델’을 구상했다.

경상북도는 기초지자체 ‘경주시-경산시-영천시’(남부권 벨트)를 중심으로 미래차 부품 특화 클러스터를 만들 예정이다. 이 클러스터에선 지역 간, 협력업체 간 가치사슬을 연계해 미래차 신제품 개발을 위한 공동 플랫폼을 구축한다. 가치사슬은 참여 기업들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엮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한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 선정 기준 중 하나이기도 하다.

또한 경상북도엔 1,000억 원(국비 500억 원+지방비 500억 원) 규모의 미래차 공동 연구개발센터가 클러스터에 설립될 예정이다. 경상북도는 원·하청상생협력기금 100억 원(지자체 30억 원+기업 70억 원)을 조성해 원·하청 복지격차 해소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이 과정을 논의하는 상생협의회와 실무추진위원회에는 9개 기업(△경주 다스, 에코플라스틱, 오토인더스트리 △영천 신영, 화신, 한중엔시에스 △경산 아진산업, 일지테크, 대영전기), 한국노총 경북지역본부 등 지역 노사민정이 고루 참여하고 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노사 주체가 고루 참여하는) 노사상생과 관련해서 이 모델이 갖고 있는 장점에 대해 더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산업전환의 시계가 더 빠르게 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자국산 소재부품 사용 우대 조치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도 결국 산업전환에 미국이 어떻게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인가와 관련된다. 이런 흐름에서 경북의 일자리 모델은 어떻게 지역과 산업이 산업전환에 대응할 수 있을지 보여주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차원에서 광역지자체, 여러 기초지자체, 노사가 산업전환에 맞춰서 협약을 맺고 실천 로드맵을 제시한다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다”며 “이런 기대 효과를 잘 소구하고 내부적으로도 정리를 잘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dsjeong@laborplus.co.kr
지난 10월 14일 전주에서 열린 ‘2022년 노사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 지원사업’ 호남권 2차 간담회에서 채연주 전북대 산학협력단 교수가 전주형 일자리의 경과를 발표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dsjeong@laborplus.co.kr

‘탄소산업 생태계 조성’하는 전주

전주시는 2006년부터 미래 주력산업으로 탄소산업에 주목했다. 이후 탄소섬유 연구개발, 시험용 설비구축부터 시작해 탄소산업을 키워왔다. 그 결과 전주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탄소산업 중심도시로 떠올랐고, 현재 약 170개 탄소기업이 입주해 있다.

그런데 이중 50인 미만 소기업이 90% 이상이며, 각 기업이 고군분투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서부터 상생형 일자리에 대한 고민이 출발했다. 채연주 전북대 산학협력단 교수는 “탄소 소재로 중간에서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너무 영세하고, 회사마다 각개전투하는 모습에 전주시가 어떻게 하면 탄소산업 전체적으로 활기를 일으킬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 컨설팅을 신청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주시가 3년간 고용노동부와 노사발전재단의 컨설팅을 받으며 고민한 상생 모델은 크게 세 가지다. 대·중소기업 상생, 노사상생, 지역상생이다. 우선 전주시는 ‘탄소섬유-중간재-부품-응용제품’으로 이어지는 국내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대기업 효성이 중소업체들에 탄소섬유의 안정적인 공급을 약속했다. 중소기업들은 협동조합을 구성해 원자재 공동 구매 및 탄소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전주형 일자리 참여 기업들은 기업 규모(5인 미만 사업장 약 54%)와 상관없이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법을 준수하기로 했다. 인력을 채용할 땐 전라북도 내 거주자를 우선 채용하고 정규직 채용을 통한 고용안정도 보장한다. 또한 전주시와 참여기업들이 공동근로복지기금 약 60억 원을 조성해 노동자들의 복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전주시는 이런 내용을 담은 상생협약을 올해 초 체결했으며, 산업자원부의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을 신청할 예정이다.


논산, 간편신선식품산업 클러스터화로
산업생태계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도농복합도시 논산시는 지역경제 견인에 한계를 맞은 식품산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지지난해부터 상생형 지역일자리를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올해 1월 27일 논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을 체결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논산시는 지역에 산재된 식품업체의 클러스터화로 산업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려 한다. ‘지역 농가-전처리-제조기업-유통기업’으로 이어지는 식품산업의 가치사슬을 만들고, 각 단계마다 협력체계를 구축해 ‘도농복합형 논산 맞춤형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논산시는 1인가구 증가 등으로 수요가 꾸준히 오르고 있는 간편신선식품산업을 클러스터화할 계획이다. 우선 논산시의 감동란, 미래, 빙고씨푸드, 상경에프엔비, 한미식품, 한진씨푸드 등 중소기업들이 협업해서 신제품을 개발하고 공동 유통망을 발굴할 예정이다. 이러한 ‘중소기업 간 수평적 연대’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대기업 CJ제일제당이 기술을 공유하고, 유통전문 중견기업인 hy(옛 한국야구르트)가 자체 온라인 유통망(Fredit·프레딧) 입점과 판매수수료(25%) 등을 지원한다. 한편 CJ제일제당은 지난 7월 논산 지역 상생 농산물 우선 사용 협약을 체결하고 쌀 4,000톤 구매 계약을 맺었다. hy는 2023년 논산시 딸기 전처리 제품 450톤 구매를 약속했다.

이 상생형 일자리 모델을 통해 논산시는 총 10개(중소기업 7·중견기업 1·대기업 1·생산자 단체 1) 기업에서 1,792억 원을 투자하고 380명이 고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은 논산시노사민정협의회를 통해 이행 점검·관리가 이뤄지며, 논산식품산업상생협의회를 중심으로 협력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예정이다.

김주일 한국기술교육대학교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 교수는 “올해 논산시 시장과 일자리 모델 추진 멤버가 바뀌었다. 또 지난 1월 상생협약 체결 당시와 변경된 내용에 대해서 추가 협약 사항을 다시 체결해야 할 것”이라며 “3년이란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빠른 시간 내로 노사민정협의회를 개최해 서로 의지를 확인하고 제대로 된 논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dsjeong@laborplus.co.kr
지난 10월 14일 전주에서 열린 ‘2022년 노사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 지원사업’ 호남권 2차 간담회에서 고창군이 사업 경과를 발표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dsjeong@laborplus.co.kr

처음부터 차근차근,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고창형 일자리 미래 비전 수립

전북 고창군은 초기 일자리 모델이 바뀐 우여곡절이 있었다. 애초 고창군은 특정 기업 유치를 두고 환경 문제 등 지역 내 우려가 있어 노사민정 간 공론화 과정을 거치려고 했다. 그런데 해당 기업이 지난 5월 투자 결정을 철회하면서 컨설팅 사업은 위기를 맞았다.

사실 고창군에서 기업 유치를 둘러싼 갈등은 꾸준히 지속돼왔다. △(1995~98년) 대우자동차 종합주행시험장 주민들의 반발로 무기한 연기 △(1997년) 경비행기 비행훈련장 설치 사업 당시 군의원 중심 주민 반대로 무산 △(2001~03년) 고창 지역 핵 폐기장 유치 문제로 지역사회 분쟁 촉발 △(2018년) 지역주민과 시민단체가 대규모 태양광발전 시설 삼양사 부지 설치 반대 등의 일이 있었다.

고창군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박지호 한국갈등전환센터 센터장은 “고창군은 지역의 향후 발전 전망 관련해 개발 지향(기업 유치) 관점과 환경보호(전원농촌 지향) 관점 간 대립이 그간 지속적으로 표출돼왔다”며 “이 문제에 대한 지역사회의 논의 주체를 구성하지 않고, 지속적인 논의 없이는 원만한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고창군은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사안별로 대응하기보다 일자리와 기업 유치 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할 협력적 지역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먼저 고창군은 지역 노사민정 관계자 18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고창군의 강점과 약점부터 고창군의 10~20년 후를 상상해봤을 때 필요한 경제·산업적 변화까지 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

수렴해 보니 노사민정 관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일자리 모델은 고창에 있는 상하농원(매일유업)의 사례였다. 대기업(정규직·고임금), 청정 고창 이미지와 부합, 지역 특산물과 연계 가능, 관광자원 활용 가능 등의 요소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적인 조건을 고려했을 때 ‘상하농원 모델’이 쉽지 않다는 점도 대다수 노사민정 주체들이 공유하고 있는 인식이었다.

결론적으로 고창군 노사민정은 실현 가능성 있는 일자리 모델을 세 가지로 도출했다. ①다소 환경적인 부담과 내부 노동시장과 경쟁을 동반하더라도 낮은 노동조건의 정규직 대량 일자리 유치 ②다소 환경적인 부담이 있으나 내부 노동시장을 악화시키지 않는 기계산업 등 2, 3차 벤더 유치 ③환경적 부담이 없는 지역사회 토종 기업, 청년창업, 6차 산업 등을 육성해 일자리 창출이다.

고창군은 이 세 가지 의견에 대한 노사민정 주체들의 숙의와 지역사회의 공론화를 거칠 예정이다. 

김종한 경성대학교 융합기술창업학과 교수는 “비온 뒤 땅이 굳는 것처럼 지역 내 갈등구조가 오히려 고창군 노사민정의 새로운 내면을 보도록 한 계기가 됐다”며 “이번 사업을 통해 기초지자체가 사회적 대화와 하나의 숙의 과정을 만들어내는 매뉴얼을 보여준 것 아닌가 싶다. 비록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진 못했지만, 다른 측면에서의 성과는 면밀히 분석해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김현철 군산대학교 융합기술창업학과 교수는 “오히려 바뀐 상황이 더 컨설팅 목적에 부합하는 것 같다. 상생형 지역일자리를 처음 시작할 때 후보기업이 먼저 정해지는 게 쉽기는 한데, 그렇게 하면 해당 기업에 일자리 모델이 맞춰져서 설계되는 문제가 생긴다”며 “고창군 같은 논의를 통해 큰 윤곽을 어느 정도 정해놓고 윤곽에 맞는 기업을 찾거나 육성하는 형식도 좋을 것이다. 물론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의 허들은 못 넘더라도 고창군이란 작은 지역 안에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데 굉장히 중요한 기여를 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그렇게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형 항공 MRO 일자리 창출 모델

인천시는 항공정비(MRO) 산업 공용인프라 조성 추진을 통한 항공 MRO기업과 노동자가 ‘윈-윈’하는 일자리를 창출하려 한다. 인천시는 지난해 IAI 항공기 개조사업, 미국 아틀라스 화물기 중정비센터(SKT와 합작 법인), 대한항공 엔진정비 클러스터 사업 등을 유치했다. 샤프닉스케이(SKT)의 경우 화물기 개조, 중정비 확대 전략을 추진 중이라 관련 인프라 수요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인천 지역 항공정비 생태계는 운항, 중정비, 부품, 엔진 등 종합적인 항공정비 인프라를 조성 중이긴 하지만 도장정비 기반 부재 등 보완할 요소가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천시는 ‘인천 항공 MRO 지원 협동조합’(가칭)을 설립해 항공기 전용 도장 정비고, 항공 MRO 공용장비센터, 교육훈련센터를 꾸리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인천에 새로 들어오는 MRO 기업이 항공정비 인프라와 재직자 교육 훈련 등을 지원받아 비용 부담을 줄이면, 기업은 일자리 창출 및 고용노동 여건 개선을 위한 상생 협력을 약속하는 식이다. 협동조합엔 인천시를 비롯해 국토교통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이 함께할 수 있다. 다만 인천시는 협동조합 구성 체계를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인천시는 이 지원 체계가 조성되면 약 2,107.8억 원의 투자가 일어나고, 직접고용 일자리는 100개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인천시는 이 일자리 모델을 통해 내연자동차 노동자의 재교육을 해 항공 MRO 일자리로 전환, 이른바 ‘정의로운 전환’이 일어나는 방향도 기대하고 있다.

정흥준 교수는 “사업 주체가 명확해져야 한다. 또한 항공정비의 수요가 정확히 어느 정도며, 인천시가 어느 정도 감당해낼 수 있는지 검토가 돼야 항공사든 정비업체든 참여할 것”이라며 “인천시의 모델은 가능성이 있지만 여러 가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남은 컨설팅 기간에 어떤 계획을 가져갈지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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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4일 대전에서 열린 ‘2022년 노사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 지원사업’ 충청권 2차 간담회에서 여수시가 사업 경과를 발표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dsjeong@laborplus.co.kr

충남 아산시, 앵커기업 중심
원·하청 기술-문화 공유형 모델

아산시는 현대차 1차벤더인 A업체를 중심으로 ‘원·하청 기술-문화 공유형 일자리 모델’을 만들고 있다. 앵커기업인 A업체의 ‘미래차 모터 등 핵심 부품 전환 대응’과 ‘내연차 필수부품 사업 효율화’ 추진 과정에서 협력사들과 결속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아산시의 목표다.

구체적으로 A업체는 미래차 센서 클리닝, 모터 등 핵심 전장부품을 개발하고 아산공장의 유휴공간에 미래차 전용 라인을 추가 증설할 계획이다. 여기서 협력사들은 새로운 부품 공급을 위한 공장, 설비 투자를 해 미래차 모터 클러스터가 조성되길 아산시는 기대하고 있다. 또한 A업체는 내연차 필부부품 생산 기업 설비 인수 등을 통한 사업 효율화를 진행 중인데, 이 과정에선 수도권 협력사들의 공장 이전이 이뤄질 수 있다. A업체의 총 투자 금액은 400억 원이며, 이를 통해 창출되는 일자리는 협력사 포함 505명이다.

아울러 아산시는 A업체의 이익공유제, 단일호봉제, 지역환원활동 등 경영문화 모델을 협력사와 지역에도 전하는 방식을 고민 중이다.

투자에 따른 A업체의 요구 사항도 있다. A업체는 핵심부품과 관련 기술이 산업통상자원부의 핵심전략기술, 으뜸 기업에 선정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지원하길 바란다. 또 정부 R&D 과제 추진, 우수 이공계 인력 지원 등도 원하고 있다. 하지만 아산시는 “기초지자체 차원에서 쓸 쑤 있는 카드가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가운데 아산시는 상생형 일자리 모델을 구체화하기 위해 노사 상생팀, 지역 상생팀, 운영팀으로 나눠 상생협의회를 구성해 논의하고 있으며, 상생협약안 마련을 위한 준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김주일 교수는 “아산시 모델이 상생형 일자리의 사업 선정 대상이 되는지가 핵심”이라며 “A업체의 연면적 증가 없는 공장 증설, 다른 기업 인수 등은 사업 선정 기준인 투자(200억 원) 등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관련 내용을 확실히 하고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김영민 산업연구원 국가균형발전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A업체가 400억 원을 투자해서 총 505명을 고용하는 것이 현실적인지, 이 내용이 일자리 모델로써 어떻게 지속가능한 것인지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수소산업 특화
여수 노사상생형 지역일자리

여수시에는 국내 최대 석유화학산업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가 있다. 그런데 석유화학이라는 장치산업의 특성상 매출에 비해서 고용과 신규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진 않는다. 그래서 여수시는 여수시만의 미래 먹거리를 찾고자 지난해 12월 ‘전라남도-여수시-13개 기업’이 ‘수소산업 육성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여수시는 여수국가산업단지 내 수소산업 특화·육성과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을 만들기 위해 컨설팅을 시작했다.

여수시는 노사민정 관계자들과 면담을 통해 몇 가지 상생모델안을 만들었다. △묘도 LNG 허브 터미널 구축 중심 상생모델 △수소공유망 구축 중심 상생모델 △CCUS(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클러스터 구축 중심 상생모델 △SMR(수증기 촉매 개질 공정·Steam Methane Reforming) 구축 중심 상생모델이다. 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 팀은 첫 번째 안을 유력하게 고려 중이다.

여수시는 지역 노사민정 공론화 과정을 거쳐 상생모델안을 더 구체화하고 다듬을 예정이다. 김종한 교수는 “수소산업은 미래지향성이 굉장히 크지만, 당장 구체적인 성과가 보여야 하는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과 접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수소산업을 두고 현실적으로 실현가능한 요소 먼저 상생 모델을 엮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dsjeong@laborplus.co.kr​
지난 10월 14일 전주에서 열린 ‘2022년 노사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 지원사업’에서 호남권 2차 간담회에서 김종한 경성대학교 융합기술창업학과 교수가 지자체에 조언을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dsjeong@laborplus.co.kr​

마그네슘 부품 산업 특화
순천형 일자리 모델

순천시는 신소재 산업(마그네슘 소재 부품사업 특화) 가치사슬 구축을 통한 순천형 일자리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따른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선 자동차 등 수송기기의 경량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가벼운 마그네슘 소재 부품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런 유망한 산업을 키우기 위해 순천시는 상생형 일자리 모델을 통해 수송기기용 마그네슘 소재부품 상용화를 촉진하고자 한다.

순천시는 해룡일반산업단지 인근에 모인 마그네슘 가공 중견·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수평 계열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이 기업들을 협동조합화해 공동 연구개발(R&D), 기업 간 상생가격 협정을 통한 경쟁력 확보, 협력사 간 기술 및 시설 공유화, 수요처 공동 발굴 등을 모색할 예정이다. 현재는 해룡산업단지 내에 있는 신소재센터를 중심으로 마그네슘 소재·부품의 실증화를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김종한 교수는 “현재로선 기업 간 연결이나 상생 요소 등이 눈에 보이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며 “사업의 진행을 위해서는 지자체의 의지와 역할이 중요한데 이 부분을 더 신경 썼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어지니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과 사무관은 “구체적인 상생요소를 찾기 위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사민정연 상생협력 통한
첨단센서산업 기반 대전형 일자리 모델

대전시는 2015년부터 전략 산업으로 첨단센서 산업을 키워왔다. 첨단센서는 기존 센서에 데이터 처리, 자가진단, 의사결정 기능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지능형 센서를 통칭한다. 첨단센서는 자율주행차, 스마트 공장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산업이기도 하다.

그런데 대전시 센서기업의 75% 이상은 연 매출액 300억 원 미만 중소기업이며, 센서칩을 수입해 단순 모듈화하는 낙후된 산업구조로 돼있다. 핵심 첨단센서가 필요한 대기업들은 위험 부담이 큰 국내 제품보단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대전시는 첨단센서 관련 대기업-중소기업-지역기업 간 비즈니스 협업을 통해 첨단센서산업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기업인 한화시스템과 중소기업인 트루윈이 공동출자기업 한화인텔리전스를 설립해 재난안전 감시, 스마트홈 등에 활용되는 열화상 IR(Infrared·적외선) 센서 등을 개발하기로 했다.

개발된 고품질·저가격 국산 IR센서를 활용해 ‘산업재해 대응 플랫폼 공동 사업화 모델’을 지역 센서 융합기업과 만들 예정이다. 중대재해법 시행으로 고민이 큰 중소 제조업체의 실질적인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IR센서가 제조현장 이상 상황 감지, 자동 진단 등을 수행하는 플랫폼을 함께 만들겠단 것이다. 이 모델에서 대전시는 직접투자 600억 원, 직접고용 190명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성을현 충남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는 “대전에 IR센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며  “그 시작을 산재 대응 플랫폼으로 하는 것이다. 충남대에 첨단센서 산학공동맞춤형 인력양성 프로그램 설치 등을 논의 중이다. 실제로 지역에 필요한 인력 공급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향후 노사민정 상생 컨퍼런스, 지역 일자리 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상생형 일자리의 구체적인 정체성을 확립하고 최종적인 상행협약(안)을 만들 예정이다.

김송년 산업연구원 국가균형발전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은 “결국 산재 대응 플랫폼 모델은 공동구매 성격을 띠게 될 텐데, 자연 발생할 수 있는 시장의 거래 행태와 상생형 일자리 모델로 묶는 건 다른 이야기”라며 “상생형 일자리의 핵심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동시에 일어나고, 그 기재가 상생협약이 돼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dsjeong@laborplus.co.kr
지난 10월 11일 서울에서 열린  ‘2022년 노사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 지원사업’ 수도권·강원·경상권 2차 간담회에서 원주시가 발표를 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dsjeong@laborplus.co.kr

의료기기산업+디지털 헬스케어 융합
노사상생형 원주형 미래 일자리 모델

강원도 원주시엔 의료기기 업체가 모여 있다. 강원도에는 의료기기 업체 244개가 있고, 원주에만 187개(77%)가 있다. 강원도를 대표하는 주력 산업으로 위상이 커지고 있는 의료기기산업엔 여러 한계도 있다. 강원도엔 주로 의료기기 완제품을 중심으로 기업이 집적되어 있어 타 산업과 동반성장을 통한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크지 않다. 완제품 기업들이 핵심 모듈·부품은 원가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해 해외 수입을 선호하고, 제품 개발을 위한 금형 등은 수도권 업체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가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의료기기산업이 정부 주도하에 육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첨단복합단지 등 원주시의 직접적인 경쟁자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 가운데 원주시는 기존 원주의료기기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성장 지속성 견인을 위해 ‘원주형 미래 일자리 모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원주시는 새로운 먹거리 산업인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신규 조성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려 한다.

원주시는 지난 8월 원주시 노사민정 상생협력 공동선언을 했고 테스리프트, 비엔비테크 등 9개 의료기기 업체와 ‘초임 220만 원 운동’ 동참 협약을 맺었다. 대부분 영세업체인 원주시 의료기기 업체들은 최저임금 수준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초임을 최소 220만 원으로 끌어올리자는 취지에서다. 다만 아직 원주시에는 초임 220만 원 운동과 일자리 모델 간 연관 관계, 가치사슬, 투자와 고용 규모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일자리 모델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호창 노사발전재단 수석연구원은 “기업 간 연계, 지역 상생, 노사 상생 등 상생형 지역일자리로서 갖춰야 할 요소가 명확히 보이지 않는다”며 “원주시가 키우려는 미래 신산업이 상생모델과 어떻게 유기적인 관계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형근 강원의료기기산업협회 사무국장은 “강원도는 정부의 디지털 헬스케어 특구로 선정됐다. 이와 관련해서 상생형 일자리 모델과 어떻게 그림을 그려낼지 준비하고 있다”며 “또 강원도가 특별자치도로 선정돼서 IoT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고도화 사업 연계도 연계된다. 이런 바탕이 있는데 시, 도, 나아가 중앙정부에 심층적으로 사업을 설명해야 구체적인 프로젝트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렇게 중간점검을 마친 10개 지역은 오는 11월 말 노사상생형 지역일자리 컨설팅 사업을 마무리짓고 결과를 보고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컨설팅이 더 필요한 지역은 내년에도 사업을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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