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사망 간부 유서 추가 공개...“정당한 노조 활동, 尹 독재정치 제물됐다”
건설노조 사망 간부 유서 추가 공개...“정당한 노조 활동, 尹 독재정치 제물됐다”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05.03 14:46
  • 수정 2023.05.03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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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대표들에게 “무고하게 구속된 분들 제발 풀어 달라”
3일 오전 강원도 강릉경찰서에서 고인의 유서 내용 일부를 읽고 있는 임명희 정의당 강원도당위원장. (왼쪽부터)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위원장, 김석원 진보당 강원도당 사무처장, 서태성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실 비서관 ⓒ 민주노총

노동절에 구속영장실질 심사를 앞두고 억울함을 호소하며 분신, 사망한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간부 양 아무개 씨가 야당 대표들 앞으로 남긴 유서 내용 일부가 3일 공개됐다.

더불어민주당·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 등 야당 측 공개 내용에 따르면, 양 씨는 “먹고 살려고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오늘(5월 1일) 제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 억울하고 창피하다”고 했다.

양 씨는 “정당한 노조 활동을 한 것뿐인데, 윤석열 검찰 독재 정치의 제물이 되어 자기 지지율 숫자 올리는데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하고, 또 죄 없이 구속되어야 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당 대표들께 간곡히 부탁한다. 무고하게 구속된 분들 제발 풀어 달라”고 했다.

이어 “진짜 나쁜 짓 하는 사람들 많지 않나. 그 사람들 잡아들이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 달라. 저의 하찮은 목숨으로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인지 모르지만, 아마 많은 분도 저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라고 썼다.

3일 오전 강원도 강릉경찰서에서 고인의 유서를 열람한 뒤 언론에 이 같은 내용을 공개한 야당 관계자들은 유서 원본을 각 당 대표들에게 전달하고, 중앙당 차원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 후 발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석원 진보당 강원도당 사무처장은 “(유족은) 고인의 뜻을 잘 전달받아 실행해 달라는 부탁도 했다”고 전했다. 또 “유족들은 가족에 대한 기사들이 원치 않게 보도돼서 아이들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취재 보도를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고 했다.

앞서 양 씨는 노동절인 1일 오전 9시 35분께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했다. 심각한 화상을 입은 고인은 서울 한강성심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나 이튿날인 2일 오후 1시 9분경 숨졌다.

분신 직후 최초로 공개된 유서에서 양 씨는 동료 조합원들에게 “죄 없이 정당하게 노동조합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라고 한다.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양 씨 등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간부 3명은 지난해부터 공갈,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았다. 충청지방검찰청 강릉지청은 강원도경찰청 요청에 따라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들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현재 15명의 조합원이 구속됐고 950여 명이 소환 조사를 받았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부터 건설현장 불법 행위를 엄단하겠다며 건설 부문 노동조합을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노조 때리기’에 불과하다는 말이 나온다. 불법 도급 등 구조적 문제 해결과 건설사 등 사업주로 인해 발생한 위법에는 눈감고 노동조합 수사에만 골몰한다는 비판이다. 수사 당국이 ‘토끼몰이식’ 강압 수사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건설 부문 노동조합의 불법행위를 검거한 경찰에 1계급 특진을 공언한 바 있다.

아래는 야당에서 공개한 고인의 유서 일부.

학교 다닐 때 공부를 못해 농고 졸업했습니다. 하지만 바르게 살려고 노력했지만 그러지 못했나 봅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면 본인은 돌에 맞아 죽는다 했습니다.

하지만 먹고 살려고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합니다. 억울하고 창피합니다.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한 것뿐인데 윤석열 검사 독재 정치에 제물이 되어 자기 지지율 숫자 올리는데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하고 또 죄 없이 구속되어야 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입니다.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 무고한 국민들이 희생돼야 하겠습니까,

제발 윤석열 정권 무너트려 주십시오. 당 대표님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무고하게 구속되신 분들 제발 풀어 주세요. 진짜 나쁜 짓 하는 놈들 많잖아요. 그놈들 잡아들이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주세요.

저에 하찮은 목숨으로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아마 많은 국민들도 저와 같은 생각이라 듭니다. 야당 대표님, 그리고 의원님들 하루빨리 저의 희망이 이루어지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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