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 건설노동자 사망··· 노동계 “정부·검찰·경찰, 공동 가해자”
분신 건설노동자 사망··· 노동계 “정부·검찰·경찰, 공동 가해자”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3.05.02 18:48
  • 수정 2023.05.02 1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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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절에 분신한 건설 노동자, 2일 숨져
노동계 고인 추모하며, 정권 전면 투쟁 예고
지난 1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정부의 노조탄압에 항의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지난 1일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정부의 노조탄압에 항의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정부와 수사기관의 무리한 압박에 항의하며 노동절에 분신한 건설노동자가 끝내 숨졌다. 노동계는 고인을 추모하면서, 이번 사건의 공동 가해자는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과 토끼몰이식 강압수사를 벌인 정부와 경찰, 검찰에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책임자 처벌과 노동탄압 중단 등을 촉구하며 ‘정권 전면 투쟁’까지 예고했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는 2일 “지난 1일 노조탄압을 규탄하며 분신한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양 아무개 지대장이 오늘 오후 1시 9분쯤 끝내 운명했다”고 밝혔다. 양 지대장은 노동절인 1일 오전 9시 35분경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했다. 양 지대장은 분신에 앞서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활동을 했는데 (적용된 혐의가)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랍니다”라며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이에 민주노총은 “지난 1년간 자신의 무능과 실정을 덮기 위해 한 것이라곤 노조탄압밖에 없던 정부가 끝내 동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동지의 주검 앞에 사죄하라. 건설노조 탄압에만 열을 올리던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사퇴하라. 건설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조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이어 “민주노총은 동지가 죽음으로 호소하며 지키고자 했던 노동조합과 그 정신을 120만 전 조합원이 가슴에 새기고 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이 억울한 죽음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묻고, 윤석열 정부 심판으로 동지 앞에 추모의 예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경찰은 1계급 특진 등을 내걸고 건설노동자들에게 전방위적인 압박을 가했다. 정부는 건설현장의 특수상황이 있음에도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것까지 모두 불법으로 몰고 무리하게 수사를 진행했다”면서 “건설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형 재개발·재건축비리, 수억 원대의 부정청탁과 불법재하도급 등 토착비리엔 눈감으면서도, 저항력이 약한 노동자들에 대해선 강압수사와 탄압으로 일관 한 경찰과 검찰, 정부가 이번 사건의 공동 가해자”라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현장의 변화를 위해선 건설노동자들을 잡아들여서 가두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에 집중해야 하고 그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면서 “사망한 건설노조 조합원의 명복을 빌며, 윤석열 정부에 건설노조와 노동자에 대한 토끼몰이식 강압수사와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공공운수노조는 “고인은 연초부터 본격화된 정권의 건설노조 탄압에 맞서 싸워왔다. 정당한 노조활동을 ‘공갈’로 왜곡해 덧칠하는 공안정권의 부당한 혐의였다. 경찰과 검찰을 앞세운 정권은 마구잡이 수사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는 무고한 건설노동자의 죽음이었다”며 “이번 사태의 책임자 처벌과 노동탄압 즉각 중단을 촉구한다. 윤석열 정권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전면적인 정권 퇴진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속노조는 “경찰의 폭압적 수사가 노동자의 몸에 불을 붙였다. 정치권의 노조혐오가 유족만을 남겼다. 언론의 흑색선전이 노동자의 자긍심을 무너뜨렸다”며 “세상의 모든 노동은 연결돼 있으며 노동자는 계급으로 단결한다. 투쟁은 들불처럼 번져나갈 것이다. 금속노조는 5·31 총파업으로 전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비스연맹은 “상시적 고용불안과 불법, 비리가 판치는 건설현장을 더 나은 일터로 바꾸기 위해 헌신해 온 두 아이의 아버지가 왜 범죄자 취급을 당해야 하는가”라며 “서비스연맹 11만 조합원은 다시 한번 고인이 된 동지의 명복을 빌며, 동지의 뜻을 이어 노동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아온 파렴치한 윤석열 정권에 맞서 전면 투쟁에 나설 것임을 선언한다”고 말했다. 

민주일반연맹은 “동지는 건설현장에서의 정당한 노조활동을 공갈협박죄로 옭아매는 윤석열 정권 검찰 권력에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유서를 남겼다. 동지의 자존심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민주노조 운동의 투쟁을 매도하는 정권에 대한 항거였다”면서 “민주일반연맹은 건설노조와 민주노총을 적대시하는 윤석열 정권에 맞서 이제 전면적인 정권 퇴진 투쟁에 나설 것이다. 걸어 온 싸움을 더 이상 피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의료연대본부는 “고인은 건설현장의 불법 하도급과 비리에 맞서 현장을 바꾸기 위해, 산업재해를 멈춰 동지들과 안전한 일터에서 일하기 위해 노조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건폭’이라고 모함하고 범죄자로 몰아세웠다”면서 “정부는 노동탄압을 즉각 중단하라. 의료연대본부도 열사가 걸어왔던 길,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투쟁했던 그 길을 이어서 걸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동인권저널리즘센터는 “건설노동자의 죽음 앞에 언론은 그 책임에서 결단코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보수신문은 앞다퉈 자극적인 ‘조폭 프레임’을 통해 끊임없이 대통령에게 ‘건설노조’와 전쟁을 벌일 것을 선동해 왔다”면서 “건설노동자가 분신하고 생명이 위태로운 순간에도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신문은 노동조합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보수신문에 묻는다. 건설노동자의 죽음 앞에 당신들은 떳떳한가?”라는 내용이 담긴 논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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