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회동 노동자 유족 “물러서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양회동 노동자 유족 “물러서지 말자고 마음먹었다”
  • 백승윤 기자
  • 승인 2023.05.04 22:15
  • 수정 2023.05.05 0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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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4일 장례식장서 야당, 양경수 위원장과 면담
“고인의 억울함 풀어줬으면 좋겠다” 직접 밝혀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양회동 건설노동자의 빈소 ⓒ 참여와혁신 백승윤 기자 sybaik@laborplus.co.kr

정부의 노조 탄압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사망한 양회동 건설노동자의 유족들이 “고인의 억울함을 풀어 달라”는 뜻을 밝혔다. 양회동 노동자의 장례는 4일부터 노동조합장으로 진행되고 있다. 유족은 지난 3일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에 장례 절차를 위임했다. 건설노조와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이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며 대정부 전면 투쟁을 결의한 상태다.

유족은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정의당 지도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과 면담했다. 유족은 정의당 지도부를 만나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비슷하다. 고인은 절실하게 억울해했다”고 입을 뗐다.

유족은 “고인은 아이들을 가장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앞으로 아이들이 커갈 텐데 매스컴에서 (건설노조를 공격하는) 이런저런 얘기가 덧붙여져 보도되니 아빠로서 떳떳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며 “제발 고인의 억울함을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족은 “사고 나기 며칠 전 나눈 대화에서 (고인은) 몇 번의 경찰 수사와 사망 당일 구속 기로에 서게 된 것을 두고 ‘내겐 죄가 없고, 잘못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억울해했다”며 “(분신이) 인간으로서 할 수 없는 일인데, 고인은 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또 유족은 “편지 한 장에 담긴 내용이 우리 가족만의 문제는 아니다. (야당, 노동조합과) 함께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 가족끼리 의논 끝에 고인이 유서에 남긴 뜻을 저버리는 건 유족으로서 도리가 아니라는 뜻을 모았다”며 “힘들었지만 야당 대표들에게 남긴 고인의 유서를 읽고 우리는 결심했다”고 밝혔다.

양경수 위원장에게는 노동조합과 함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양경수 위원장이 “노동조합을 믿어주셔서 감사드린다. 고인께서 하신 활동이 정당한 활동이란 걸 증명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하자 유족은 “부탁드린다”고 답했다.

끝으로 유족은 “오늘 이후로 우리도 어떤 모습이든 할 수 있는 것부터 생각해서 할 것이다. 장례식장에 오면서 (가족끼리) ‘적어도 우리가 물러서진 말자, 앞으로 갈 수 없겠으나 뒤로 물러서진 말자’고 마음먹었다. 우리 가족은 제자리에 서 있겠다. 위원장, 조합원 모두의 곁에 서 있겠다”고 했다.

4일 오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성당으로 장례미사를 치른 양회동 노동자 유족들 ⓒ 민주노총

앞서 양회동 노동자는 4개 야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진보당·기본소득당) 대표 앞으로 남긴 유서에 “먹고 살려고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열심히 살았다. 그런데 오늘(5월 1일) 제가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 억울하고 창피하다”고 썼다. 이어 “정당한 노조 활동을 한 것뿐인데, 윤석열 검찰 독재 정치의 제물이 되어 자기 지지율 숫자 올리는데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하고, 또 죄 없이 구속되어야 하고. 대한민국 국민들이다. 당 대표들께 간곡히 부탁한다. 무고하게 구속된 분들 제발 풀어 달라”고 했다.

양회동 노동자 등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간부 3명은 지난해부터 공갈,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았다. 윤석열 정부는 건설현장 불법 행위를 엄단한다며 건설노조를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사업주로 인해 발생한 위법에는 눈감고 노동조합 수사에만 골몰한 탓에 ‘표적수사’란 질타를 받고 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현재까지 15명의 조합원이 구속됐고 950여 명이 소환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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