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분신 건설노동자 양회동, 노동조합장 진행
노동절 분신 건설노동자 양회동, 노동조합장 진행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05.04 09:00
  • 수정 2023.05.04 2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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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 “노동자 승리” 기원했던 고인 유지 따라 노동조합장 결정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 기간 및 조문 절차는 추후 안내
故 양희동 노동자 생전 활동 모습 ⓒ민주노총 건설노조

노동절인 1일 정부의 민주노총 건설노조 탄압을 규탄하며 분신한 고 양회동 노동자의 노동조합장이 4일부터 진행된다.

고인은 가족, 건설노조, 야당 앞으로 1통씩 자필 유서를 남겼다. 건설노조에 남긴 유서엔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 주세요” “꼭 승리해야만 합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유서 내용이 알려짐에 따라 애초 조용히 가족장을 치르고 싶어 했던 유가족은 마음을 바꿔 고인의 마지막을 노동조합에 맡기기로 했다.

건설노조는 “유가족이 4일 오전 9시까지는 가족만의 시간을 갖게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4일 오전 9시 이후 노동조합은 유가족에게 열사에 대한 장례 절차를 정식으로 위임받아 서울로 모실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며 “장례 기간은 현시점에서 정하지 않았고, 조문 절차 또한 유가족과 상의 후 안내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건설노조는 유가족의 동의를 얻어 고인의 실명과 초상을 공개하기로 했다. 

앞서 공동공갈 혐의로 구속영장 실질 심사를 앞두고 있던 고인은 해당 심사가 치러질 강릉지원 앞에서 1일 분신했고, 2일 끝내 사망했다. 1일 오후 예정대로 진행된 고인의 구속영장 실질 심사는 기각됐다.

고인은 30대 중반부터 15년간 건설 현장에서 일한 베테랑 철근공이었다. 2019년부터 건설노조 활동을 시작해 지난해 1월 3일 강원지부의 제3지대장을 맡았다. 제3지대장은 고성, 속초, 양양, 강릉의 건설 현장을 책임진다.

건축물에 꼭 필요한 철근을 설치하는 고인의 일처럼 그는 노동조합 활동을 “일용직이라 고용이 불안한 건설노동자에게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활동해 왔다”고 그의 동료였던 김현웅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사무국장은 말했다.

김현웅 사무국장은 “채용을 위한 교섭을 다니며 사측엔 업신여김을 당하고, 조합원들에겐 일감이 없다는 핀잔을 들으면서도 그는 성실하게 이곳저곳 뛰어다녔다”며 “남들에게 싫은 소리 못하고, 아쉬운 소리 못하는 성격이라 쉽지 않았을 것인데 사명감 하나로 소임을 다하는 사람이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그러면서도 자기 몫을 지지리도 못 챙기는 사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김현웅 사무국장은 “그렇게 조합원들의 고용과 처우,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활동해오던 사람을 정부가 공권력을 총동원해 공갈범으로 몰아가니 억울함에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현웅 사무국장은 “그런데도 고인은 죽기 직전까지 건설노조를 자랑스러워했다”고 이야기했다. 분신을 앞두고 조합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고인은 자신을 “자랑스러운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양회동”이라고 소개하며 말문을 열었다. 또, 분신 직전 김현웅 사무국장에게 개인적으로 보낸 사진에서도 고인은 여전히 건설노조 조끼를 입고,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한편, 건설노조는 “4일 오후 2시 용산에서 전국확대간부 결의대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건설노조를 탄압하는 정부의 퇴진을 원했던 고인의 유지에 따라 건설노조는 윤석열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는 강경한 투쟁을 이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故 양희동 노동자가 분신 직전 남긴 사진 ⓒ민주노총 건설노조

아래는 건설노조에 남긴 고인의 유서 전문

존경하고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
저는 자랑스러운 민주노총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 양회동입니다.
동지분들은 힘들고 가열찬 투쟁을 하시는데 저는 편한 선택을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항상 동지분들 옆에서 힘찬 팔뚝질과 강한 투쟁의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꼭 승리하여야만 합니다.
윤석열의 검찰 독재 정치, 노동자를 자기 앞길의 걸림돌로 생각하는 못된 놈 꼭 퇴진시키고,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 주세요.
동지 여러분 사랑합니다. 투쟁

강원건설 3지대장 양회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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