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정당한 교섭 중 일어난 일 공갈 ·협박으로 몰아 벌어진 참극”
노동절에 분신해 병원에서 치료받던 건설노동자 양 아무개 씨가 사망했다.
2일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이날 오후 1시 9분 무렵 양 씨가 사망했다고 알렸다. 양 씨는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었다. 양 씨의 시신은 오후 5시 무렵 장례식을 위해 속초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건설노조는 유가족이 조용한 장례를 치르길 원한다고 전했다.
앞서 양 씨는 1일 오전 9시 35분께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했다. 양 씨는 이날 오후 해당 법원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앞두고 있었다. 분신 직후 강릉의 한 병원으로 옮겨진 고인은 다시 화상전문병원인 한강성심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건설노조는 조합원 고용을 위한 단체협약을 맺는 교섭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노사 간 마찰을 공갈 및 협박으로 둔갑시켜 고인을 죽게 했다고 주장했다. 양 씨는 분신 직전 동료들에게 “죄없이, 정당하게 노동조합 활동을 했는데 업무방해 및 공갈이라고 합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메모를 남겼다.
양 씨가 숨지기 약 3시간 전, 건설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강한수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건설현장은 1년에도 많게는 3~4번씩 고용과 실업이 반복되는 산업”이라며 “노동조합이 고용을 요구하는 단체협상을 하는 것은 노동자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지 일을 하려고 고용을 요구한 노동조합을 상대로 공갈이니, 갈취니 하니 양 씨가 얼마나 억울했겠나”라고 말했다.
강한수 수석부위원장은 “대한민국의 잘 나가는 건설사들을 상대로 내일의 고용이 불안한 일용직이 금품을 갈취하고, 협박하는 것이 가능하겠나. 조금만 들여다봐도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란 것을 알 수 있다”며 “정부가 계속해서 건설노조의 정당한 단체협약 요구와 단체협상을 불법행위로 몰고 가니 이런 참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씨와 함께 일했던 김현웅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사무국장은 “양 씨는 영장실질심사에 압박감을 느껴서 분신을 택한 게 아니다. 그는 압박감을 느낀 게 아니라 억울하고 분해했다”며 “양 씨는 ‘공갈’이라는 단어가 너무 억울하다고 이야기했다. 아직 중학생인 두 자녀에게 아버지가 공갈·협박을 한 파렴치범으로 몰리는 현 상황을 설명하지 못해 속상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불법을 행하지 않았다. 집회한 것은 인정한다. 채용 강요? 정당한 교섭 요구였지만 채용을 요구한 것도 인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자부심을 가지고 하는 노조활동 자체를 공갈이니 협박이니 하는 말로 프레임 지어 악마화하는 것에 대한 억울함을 참기는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현웅 사무국장은 “현재 강원건설지부 1,000여 명 중 출근하고 있는 사람은 400명도 안 된다. 정부가 노동조합을 탄압하니 건설사에서도 대놓고 민주노총 조합원 채용을 거부하고 있는 중”이라며 “윤석열 정부 동안 이런 일이 반복될지도 모른다. 또 다른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양 씨의 투지를 이어받아 단호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현재 15명의 조합원이 구속돼 있다. 950여 명이 소환 조사를 받았고, 1,000여 명이 수사 대상에 올라와 있다”면서 “공권력을 동원해 탄압하는 현실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건설노조는 양 씨가 사망함에 따라 긴급하게 회의에 돌입한 상태다. 건설노조는 “유가족과 대화를 통해 향후 계획을 논의한 후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