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해했다”··· 노동절 분신한 건설노동자 사망
“억울해했다”··· 노동절 분신한 건설노동자 사망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05.02 19:06
  • 수정 2023.05.03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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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1시께 서울 한강성심병원 응급실에서 사망
건설노조 “정당한 교섭 중 일어난 일 공갈 ·협박으로 몰아 벌어진 참극”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긴급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민주노총 건설노조 긴급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노동절에 분신해 병원에서 치료받던 건설노동자 양 아무개 씨가 사망했다.

2일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이날 오후 1시 9분 무렵 양 씨가 사망했다고 알렸다. 양 씨는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었다. 양 씨의 시신은 오후 5시 무렵 장례식을 위해 속초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건설노조는 유가족이 조용한 장례를 치르길 원한다고 전했다.

앞서 양 씨는 1일 오전 9시 35분께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했다. 양 씨는 이날 오후 해당 법원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앞두고 있었다. 분신 직후 강릉의 한 병원으로 옮겨진 고인은 다시 화상전문병원인 한강성심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건설노조는 조합원 고용을 위한 단체협약을 맺는 교섭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노사 간 마찰을 공갈 및 협박으로 둔갑시켜 고인을 죽게 했다고 주장했다. 양 씨는 분신 직전 동료들에게 “죄없이, 정당하게 노동조합 활동을 했는데 업무방해 및 공갈이라고 합니다. 제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메모를 남겼다.

양 씨가 숨지기 약 3시간 전, 건설노조는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강한수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건설현장은 1년에도 많게는 3~4번씩 고용과 실업이 반복되는 산업”이라며 “노동조합이 고용을 요구하는 단체협상을 하는 것은 노동자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단지 일을 하려고 고용을 요구한 노동조합을 상대로 공갈이니, 갈취니 하니 양 씨가 얼마나 억울했겠나”라고 말했다.

강한수 수석부위원장은 “대한민국의 잘 나가는 건설사들을 상대로 내일의 고용이 불안한 일용직이 금품을 갈취하고, 협박하는 것이 가능하겠나. 조금만 들여다봐도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란 것을 알 수 있다”며 “정부가 계속해서 건설노조의 정당한 단체협약 요구와 단체협상을 불법행위로 몰고 가니 이런 참극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웅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사무국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 도중 울분을 토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김현웅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사무국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 도중 울분을 토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양 씨와 함께 일했던 김현웅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사무국장은 “양 씨는 영장실질심사에 압박감을 느껴서 분신을 택한 게 아니다. 그는 압박감을 느낀 게 아니라 억울하고 분해했다”며 “양 씨는 ‘공갈’이라는 단어가 너무 억울하다고 이야기했다. 아직 중학생인 두 자녀에게 아버지가 공갈·협박을 한 파렴치범으로 몰리는 현 상황을 설명하지 못해 속상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불법을 행하지 않았다. 집회한 것은 인정한다. 채용 강요? 정당한 교섭 요구였지만 채용을 요구한 것도 인정할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자부심을 가지고 하는 노조활동 자체를 공갈이니 협박이니 하는 말로 프레임 지어 악마화하는 것에 대한 억울함을 참기는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김현웅 사무국장은 “현재 강원건설지부 1,000여 명 중 출근하고 있는 사람은 400명도 안 된다. 정부가 노동조합을 탄압하니 건설사에서도 대놓고 민주노총 조합원 채용을 거부하고 있는 중”이라며 “윤석열 정부 동안 이런 일이 반복될지도 모른다. 또 다른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양 씨의 투지를 이어받아 단호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현재 15명의 조합원이 구속돼 있다. 950여 명이 소환 조사를 받았고, 1,000여 명이 수사 대상에 올라와 있다”면서 “공권력을 동원해 탄압하는 현실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고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편, 건설노조는 양 씨가 사망함에 따라 긴급하게 회의에 돌입한 상태다. 건설노조는 “유가족과 대화를 통해 향후 계획을 논의한 후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건설노조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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