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의 시간은 끝났다“ 동료 분신에 들끓는 전국의 건설노동자들
“인내의 시간은 끝났다“ 동료 분신에 들끓는 전국의 건설노동자들
  • 김광수 기자
  • 승인 2023.05.04 19:19
  • 수정 2023.05.04 1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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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윤석열 정권 퇴진 요구하는 건설노조 결의대회 열려
“탄압에 대한 인내의 시간은 끝” “열사 뜻 받들어 윤석열 반드시 퇴진”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4일 건설노조가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총파업·총력 투쟁을 선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전국 5,000여 명의 건설노동자들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 모여 ‘노조 탄압 중단’과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했다.

분신으로 지난 2일 사망한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 씨가 정부의 건설노조 탄압을 규탄하며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바라는 유서를 남긴 것이 알려진 가운데, 4일 오후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노조(위원장 장옥기)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총파업·총력 투쟁을 선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고인의 유지에 따라 윤석열 정권 퇴진을 목표로 하는 투쟁을 벌일 것을 결의했다.

건설노동자 약 5,000명(주최 측 추산)은 이날 오후 12시 30분 서울역에 집결해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행진한 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본 대회를 진행했다.

고인은 분신 직전 “죄 없이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업무방해 및 공갈 혐의를 받았다“며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조합원들에게 남겼다. 또 건설노조엔 “노동자를 자기 앞길의 걸림돌로 생각하는 못된 놈 꼭 퇴진시키고,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꼭 만들어 달라“는 유서를 남겼다.

결의대회에서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이 죽음은 건설노조를 ‘건폭’이라고 말하는 대통령, 강력범죄가 아니라 건설노조에 1계급 특진을 걸고 대대적인 수사를 펼치는 수사당국, 이를 이용해 건설노조를 탄압하는 건설자본이 만들어 낸 사회적 타살“이라고 했다.

박석운 공동대표는 “하지만 건설노조는 불법다단계하도급과 임금체불이 판치는 건설 현장을 변화시켜 온 주역“이라며 “이런 건설노조를 칭찬하지는 못할망정 정부는 ‘건폭’이니 하는 말로 노동조합을 악마화하고,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조차 공갈로 몰아가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고인은 조합원 채용 강요와 전임비 갈취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에 대해 박석운 공동대표는 “노동조합이 조합원 고용을 요구하는 것은 해고와 실업이 반복되는 건설산업의 특성상 지극히 합법적인 것“이라며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에서 건설노조의 고용 활동을 인정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임비 또한 마찬가지다. 전임비는 아예 노동법에서 명문으로 인정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박성운 공동대표는 “이런 합법적인 노동조합 활동에 공갈이나 업무방해를 적용하는 것은 대체 어느 나라 법인가“라고 규탄했다.

참여와혁신이 결의대회에서 만난 노동자들은 “건설사들이 정부의 노동조합 탄압에 호응해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건설노동자들의 실업률이 대폭 늘었다“고 입을 모아 우려를 표했다.

5개월째 일을 쉬고 있다는 서재현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서남지대 교섭위원은 “일을 시작한 지 7년 됐는데, 이렇게 오랫동안 일을 쉬어본 적은 처음“이라며 “윤석열 정권이 건설노조를 건폭이라고 하며 시작된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조합 대신 싼 값에 불법 하도급을 하거나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이용하고 싶어 하는 건설사들이 ‘옳다구나’ 하고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를 거부하고, 노동조합 조합원을 현장에서 배제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문여송 민주노총 건설노조 서울경기북부건설지부 동남지대 실천단장은 “평상시에 일하던 노동자가 100명이라고 하면 지금은 50명 미만으로 고용돼 있다고 보면 된다“고 토로했다. 박원종 건설노조 서경지부 파주지대 조직부장은 “일하는 사람이 평상시의 1/4로 줄었다“고 말했다. 문여송 실천대장은 “지금 고용돼 있는 노동자들마저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해고예정통보서를 받는 상황“이라고 했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오늘 고인의 중학생 아들을 만났다“며 “아들이 ‘우리 아버지에게 일어난 일이 또 일어나지 않게 해달라’고 내게 말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은 윤석열 정권의 퇴진과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바랐다“며 “고인과 그 자제의 바람을 이룰 수 있도록 건설노조를 탄압하는 윤석열 정권을 반드시 퇴진시킬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일용직 노동자가 생계를 위해 일하게 해달라고 하는 것이 어떻게 강요이고, 협박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노사 간의 약속인 단체협약을 지키라는 것이 어떻게 공갈인가“고 반문했다.

이어 “인내의 시간은 끝났다“라며 “민주노총 110만 조합원은 양회동 열사의 뜻을 지키는 투쟁을 만들어 가자“고 제안했다.

한편, 고인의 장례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노동조합장으로 치러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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