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전환, 완성차 노동자는 ‘노조 역량 강화’ 원한다
정의로운 전환, 완성차 노동자는 ‘노조 역량 강화’ 원한다
  • 임혜진 기자, 손광모 기자
  • 승인 2022.04.15 12:20
  • 수정 2022.04.15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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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문제연구소 해방, 현대차‧기아‧한국지엠 노동자 1,019명 대상으로 설문조사 진행
​​​​​​​완성차 노동자들, 미래차 전환에 따른 고용 위기 인식에도 빠른 전환에 공감
‘노동조합’에 대한 역할 강조 … “노동조합의 기후위기 대응 역량 올릴 것”
전국금속노동조합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실 등은 14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새 정부의 자동차산업 정의로운 전환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토론회를 개최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기후위기 대응 및 정의로운 산업전환에 있어서 완성차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고, 이에 따른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윤장혁, 이하 금속노조)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및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등은 14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새 정부의 자동차산업 정의로운 전환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노동문제연구소 ‘해방’이 완성차업체(현대차·기아·한국지엠) 노동자 1,0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자동차 산업전환에 대한 노동자들의 인식과 정부 및 노동조합의 역할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설문조사는 여론조사회사 더리서치 그룹에 의뢰해 2021년 9월 6일부터 10월 14일까지 QR코드를 활용한 온라인 설문조사 형식으로 진행했다. 소속 기관별(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한국지엠·남양연구소), 직종별, 연령별, 근속기간별로 구분해 조사했다,

높은 고용불안에도
2035년 내연기관 판매금지
‘82.2%’ 동의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은 기후위기를 심각하게 인지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3%(매우 심각 62.5%, 대체로 심각 31.8%)가 현재 진행되는 기후위기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또한 94.9%의 응답자(매우 연관 있다 64.8%, 대체로 연관 있다 30.1%)는 기후변화 대응과 자동차산업이 연관 있다고 답했는데, 연령대가 높을수록 심각성과 연관성이 높다고 답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설문조사를 진행하기 이전에는 정년이 몇 해 남지 않은 고령 노동자의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도가 낮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56세 이상의 고령 노동자가 20~30대 젊은 노동자보다 기후위기에 대해 더욱 높은 인식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한편, 완성차 노동자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미래차 전환이 자기 사업장의 고용 규모를 축소시킬 것이라고 봤다. 89.3%의 응답자(크게 줄어들 것 53.3%, 다소 줄어들 것 36%)가 미래차 전환으로 고용 규모가 줄어들 거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고용 규모 감소가 예측된다고, 미래차 전환 자체를 늦춰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내연기관차 신규 판매 금지 정책에 대해 응답자 82.1%(매우공감 35.3%, 대체로 공감 46.8%)가 공감하고 있었다. 더불어 82.2% 이상의 응답자가 적절한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시기를 2035년 이전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아직까지 전기차 국내 생산이 확정되지 않은 한국지엠 노동자조차 83.2%가 2035년 이전까지 내연기관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경향은 부품사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민규 연구실장은 “부품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약식 설문조사(5개 업체, 109명 대상)에서도 80% 이상이 동일한 답변을 해 완성차와 부품사 관계없이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면서 “완성차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큰 부품사의 노동자들도 빠른 미래차 전환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타났다”고 했다.

정의로운 전환,
정부, 노조 참여 길 열어야

자동차산업 노동자들은 고용 규모 축소가 예상된다고 해도 미래차 전환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조응해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도도 높았다.

그렇다면 누가 정의로운 전환의 주체가 되어야 할까? 완성차 노동자들은 정의로운 산업전환 과정에서 정부와 노동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설문 결과 ‘중앙정부(28.8%)’, ‘노동자와 노동조합(27.6%)’, ‘회사와 경영진(17.6%)’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특기할 점은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역할을 회사보다 더 중요하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러한 응답 경향은 노동조합의 조직력이 강한 곳일수록 더 높게 나왔다.

오민규 연구실장은 “정부를 중요한 주체로 꼽은 데는 기업별‧직종별로 큰 편차를 보이고 있지 않지만, 노동조합을 가장 중요한 주체로 꼽은 답변은 일정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의 46~55세 집단에서 가장 높은 응답(37.55%)이 나타난 반면, 한국지엠 관리 사무직에서 가장 낮은 응답(15.1%)이 나타났다. 노동조합 조직력과 경험 등이 답변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분석했다.

완성차 노동자들은 정부에게 산업전환으로 줄어드는 일자리에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정의로운 전환 정책을 위해 정부가 고려해야 할 사항’을 묻는 질문에 완성차 노동자 38.6%가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유지’에 응답했다. 이어서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조 마련’(16.7%), 일자리 전환에 따른 소득보전 대책 마련(13.8%) 등의 순으로 응답이 나타났다.

고용유지에 이어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거버넌스에 대한 응답이 높게 나온 결과는 현재 완성차 노동자를 비롯한 노동조합이 산업전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제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금속노동조합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실 등은 14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새 정부의 자동차산업 정의로운 전환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토론회를 개최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전국금속노동조합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이수진(비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실 등은 14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새 정부의 자동차산업 정의로운 전환 어떻게 추진해야 하나’ 토론회를 개최했다. ⓒ 참여와혁신 손광모 기자 gmson@laborplus.co.kr

“노동조합 혁신역량 구축해
기후위기 대응해야”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해 완성차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주문하는 역할은 다양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후위기가 노동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교육과 토론 강화’(25.7%), ‘기후위기 대응 단체교섭 의제 채택 및 협약 체결‘(19.5%), ‘국가적 차원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개발’(18.3%), ‘작업장 에너지 이용 절감 혹은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적극 노력’(15.1%), ‘지역사회, 저소득층 등 위험에 처한 다른 사회집단과 공동 대응’(9.8%) 순으로 답했다.

김상민 금속노조 정책실장은 “사업장 수준의 고용보장, 직무훈련 등 교섭과 협약 체결도 중요하지만, 기후위기 대응 의제를 지역과 산업 수준에서 논의하는 중층적 전환이 필요하다”며 “지역 수준의 에너지 불평등 해소와 정부·지자체 공동 대응, 산업 수준의 사회적 캠페인과 대정부 교섭요구 등 노동자들의 사회적 연대를 확장해 정의로운 산업전환에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또한 응답의 면면을 볼 때 완성차 노동자들은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교섭, 국가정책, 단위 사업장 전환, 지역사회 연대 등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었다. 다만 노동조합의 역할로 ‘교육 및 토론 강화’를 가장 높게 요구하는 것을 볼 때,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노동조합의 통일된 입장의 필요성을 가장 크게 느끼고 있다고 해석된다.

김상민 정책실장은 “노동조합의 기후위기 인식이 최근 크게 고양된 것은 사실이나 조직 내에는 여전히 기후위기 완화 전략에 대한 불안감이 존재했다”며 “설문조사 결과처럼 노동자들의 역량 강화 요구를 반영해 조합원의 문제의식을 높이고 인식의 통일성을 확보할 것을 주요 과제로 설정”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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