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④] 전기차 마니아가 말하는 전기차
[커버스토리④] 전기차 마니아가 말하는 전기차
  • 정다솜 기자
  • 승인 2021.05.05 00:06
  • 수정 2021.05.06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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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전기차 사용자 이야기​​​​​​​
전기차 마니아 '부캐' 얻은 김성태 씨
​​​​​​​"전기차 시대는 이미 다가온 미래"

커버스토리 X 미래차 시대의 노동

130여 년 전 내연기관차는 이동수단의 혁명을 가져왔다. 그 시대가 저물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미래차 시대는 아직 완연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낡은 것은 가고 새 것은 아직 오지 않은 사실에 위기가 존재한다”는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은 과도기에서 위기감을 느낀다. 긍정적인 사실도 있다. 아직 미래는 확정되지 않았다. 미래차 시대의 노동이 어떤 모습일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커버스토리④ 사용자가 말하는 미래차

광화문 전기차 충전소에서 기아 ‘니로 EV’를 충전한 김성태 씨 ⓒ 참여와혁신  정다솜 기자 dsjeong@laborplus.co.kr

전기차 사용자가 말하는 전기차는 어떨까? 2013년 가을, 게임업계에서 일하는 김성태 씨는 출장지 미국 로스엔젤레스(LA)에서 테슬라 모델S를 처음 봤다. 차가 아름다워서 매장으로 들어가 타본 순간, 직감했다. ‘전기차를 한 번 타면 내연기관차로 못 돌아가겠구나!’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전기차 생각이 났다. 실제로 타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14년 서울에서 민간 보급사업을 시작하자마자 김성태씨는 자동차 매장으로 달려가 BMW의 i3를 샀다.

매력적인 경제성
일상생활도 달라져

전기차를 타면서 가장 먼저 체감한 장점은 경제성이다. 이제 전기차 3대를 보유한 김성태 씨는 전기차를 ‘비싼 지하철’이라고 부른다. 한 달간 유지비가 충전비 5,000원~1만 원 안팎이기 때문이다. 내연기관차를 몰던 때와 비교하면 1/20 수준이다. 연간 자동차세는 가장 낮은 수준, 추가 환경부담금을 낼 필요도 없다. 전국 유료 도로는 반값이거나 무료다.

내연기관차보다 적은 부품으로 인해 관리도 쉽다. 엔진이 없으니 엔진오일이나 부동액을 따로 안 챙겨도 되고 타이어 공기압 체크 외에 관리할 부분이 없다. 김성태 씨는 “1년 유지비가 충전 비용 10만 원밖에 안 되고 부품수가 적어 잔고장이 없다”며 “7년째 전기차를 타며 뭘 바꾼 게 타이어 한 번, 에어컨 필터뿐”이라고 했다.

이러다 보니 내연기관차를 탈 때보다 자주 타고 여행도 자주 다니게 된다. 김성태 씨는 “경제적 측면에서 장점이 크니 대중교통을 잘 안 타게 된다”며 “전기차는 켜놔도 매연이 안 나고 냄새, 진동 등이 없으니 전기차 사용자들이 차박도 많이 한다”고 말했다.

가족의 만족도도 높았다. 김성태 씨는 “아내가 마트에 가면 주차 스트레스가 없어졌다. 마트 주차장에 대부분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돼 있어 충전하며 주차까지 해결된다”며 “주유소를 따로 갈 필요 없이 장 보러 갈 때마다 충전이 해결되니 정말 편하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김성태 씨는 전기차를 타면서 환경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 그는 “물론 경제적인 측면에서 대부분 전기차를 선택하지만 자연스럽게 환경에 관심을 쏟게 된다”며 “내가 전기차를 타기 시작한 시점부터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 문제가 심해졌는데 내 차는 매연을 뿜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생겼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전기차를 탄 6살 둘째 아이도 “전기차를 타면 지구를 안 아프게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기차를 타는 ‘사람’에도 관심
전기차 사용자로서 목소리 내

전기차의 매력에 빠지면서 전기차를 타는 사람에도 관심이 갔다. 김성태 씨는 서울에 관용차를 포함해 전기차가 100대 미만이던 2014년, 도로에서 전기차만 보면 ‘빵빵’ 경적을 울렸다. 그리곤 차를 세워서 연락처를 받아 사람을 하나둘씩 모았다. “전기차 타는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했다”는 김성태 씨는 그해 말 전기차 사용자 약 20명을 모아 정모를 열었다. 그는 “그때 그렇게 만나 보니 다들 생각이 되게 깨어 있고, 함께 뭔가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당시 정모가 모태가 된 온라인 ‘전기차사용자모임’은 현재 4,000명 규모로 성장했다. 그리고 김성태 씨는 사용자 6명과 뜻을 모아 2017년 7월 사단법인 ‘전기차사용자협회’를 설립하고 초대 협회장으로 취임했다. 2019년엔 책 《전기차 사용자가 전해주는 전기차 이야기》도 출간했다.

김성태 씨는 기억에 남는 전기차사용자협회 활동으로 ▲전기차 충전방해금지 법 개정 ▲전기차 102대 동시충전 세계신기록 달성 ▲서울~제주 470km 전기차 무충전 주행 등을 꼽았다. 그는 “2017년 서울 롯데월드타워 지하 주차장에서 열린 전기차 최다 충전 이벤트 때는 전국에서 237대의 전기차가 모여 120대를 동시에 충전하면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며 “서울~제주 무충전 주행 행사로 쉐보레 볼트 EV가 3시간 만에 사전계약 완판을 기록하는 등 ‘전기차를 타는 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을 널리 알리는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김성태 씨는 “전기차가 여전히 너무 비싸다. 전기차는 고급차 라인으로 포지셔닝 돼 있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탈 수 있도록 저렴하고 좋은 전기차가 많이 출시됐으면 한다”고 바랐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충전소 인프라 문제에 대해선 이제 양보다 질에 신경 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성태 씨는 “충전기 대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충전기가 정말 필요한 곳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민간사업자들에게 충전기를 설치만 하면 지원금을 주니 외진 곳에 방치된 충전기가 너무 많다”며 “수요가 많은 곳에 설치하면 지원금을 더 주고 외곽은 덜 주는 방식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기차 마니아’ 김성태 씨는 전기차를 타면서 제2의 삶이 시작됐다고 말한다. 생활패턴이 달라졌고, 인간관계 폭도 넓어졌다. 그는 이제 전기차가 점점 플랫폼화되면서 충전 중에 차 핸들을 이용해 레이싱 게임 등을 즐기는 상상을 한다. 전기차와 함께하는 미래를 기대하는 그는 “전기차 시대는 이미 ‘다가온 미래’라고 생각한다”며 “결국 빨리 접하는 사람에게 이롭다. 과감하게 전기차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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