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⑥] 한 발 늦는 정비업, 커지는 불안
[커버스토리⑥] 한 발 늦는 정비업, 커지는 불안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5.06 00:05
  • 수정 2021.05.06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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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스트림도 어쩔지 모르는데" 선제적 대비 어려워
​​​​​​​자동차 검사·정비, 미래차 파생 산업 접점 늘려야

커버스토리 X 미래차 시대의 노동

130여 년 전 내연기관차는 이동수단의 혁명을 가져왔다. 그 시대가 저물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미래차 시대는 아직 완연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낡은 것은 가고 새 것은 아직 오지 않은 사실에 위기가 존재한다”는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은 과도기에서 위기감을 느낀다. 긍정적인 사실도 있다. 아직 미래는 확정되지 않았다. 미래차 시대의 노동이 어떤 모습일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커버스토리⑥ 미래차 시대, 자동차검사·정비의 미래

ⓒ 클립아트코리아
ⓒ 클립아트코리아

“전기차사용자모임 대표로 2017년 제주에서 열린 국제전기자동차엑스포 커팅식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그날 제주도 자동차정비업체에서 일하는 분 300~400명이 입구 앞에서 데모를 하고 계시더라고요. 정부가 전기차 정책을 이렇게 추진하면 우리는 어떻게 사느냐고요.” - 김성태 전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협회장

제주도는 전기차 선진 지자체다.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로서 제주도는 환경보호를 위해 일찌감치 친환경차 도입을 추진해왔다. 2019년 기준 제주도의 전기차 비중은 20.2%(18,178대)로 전국 1위다. 그러나 전기차의 증가는 자연스레 정비 수요의 감소를 불러왔다. 이날 시위에 나선 정비업체 노사는 제주도의 환경도 보호해야 하지만, 정비사의 생계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신기술 발달로 위기 맞은 자동차 검사원

자동차 정비는 크게 자동차 검사와 자동차 정비 두 가지로 나뉜다. 자동차 정비는 고장 난 자동차를 수리하는 영역이다. 자동차 검사는 자동차의 환경 및 안전 평가를 담당한다.

자동차 검사·정비 현장의 노사 모두 미래차로 전환되면서 수요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 예상했다. 1997년부터 자동차 검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조현민 금속노조 자동차검사정비지회준비위원회 대표는 “현재 출시되는 자동차의 품질이나 안정성을 고려했을 때 5년 후 정도에는 사실상 자동차 검사 제도를 이어간다는 게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전했다.

조현민 대표의 전망에는 자동차 통신 기술의 진보가 있다. 조현민 대표는 현재 기술 수준만으로도 원격으로 자동차의 이상 유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봤다. 자동차제조업체에서 실시간으로 자동차의 상태에 관한 데이터를 전송받아 운전자에게 피드백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자동차 검사장에 들러 검사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자동차 검사의 ‘축소’가 아니라 ‘상실’을 염려하고 있다.

고안수 한국자동차검사정비사업조합연합회 본부장은 자동차 통신 기술이 표준화되려면 상당기간 걸린다는 점을 들어 자동차 검사가 곧바로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는 전망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기차·수소전기차로 전환되면서 “자동차 검사 업무가 상당부분 축소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고안수 본부장은 “자동차 검사는 안전과 환경 부문으로 나뉜다. 전기차는 배출가스검사 등 각종 환경 검사가 생략된다”면서, “현재도 안전 부문보다 환경 부문이 훨씬 크다. 원격 검사가 상용화된다면 자동차 검사원의 업무가 굉장히 적어진다”고 밝혔다.

막연한 불안감 느끼는 자동차 정비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수소전기차로 전환할 때 사라지는 부품은 전체의 약 30~40% 정도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비업계에서는 필요 부품수 축소로 인해 정비 수요가 70%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사라지는 부품인 엔진과 변속기에 정비 수요가 몰려있기 때문이다.

고안수 본부장은 “배터리는 보증수리 기간이 길다. 유일하게 정비·관리 요소가 있었던 배터리가 빠지면 모터나 다른 장치들은 내구성이 문제나 고장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러한 예측 속에서 자동차 정비업계는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더욱이 실제 정비현장에서는 전기차·수소전기차를 수리해 본 경험도 드문 현실이다. 정비 수요가 워낙 적기도 하고, 전기차에 문제가 생기면 직영 자동차서비스센터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안수 본부장은 “정비가 필요한 전기차는 일단 완성차업체 정비 가맹업체로 간다. 그런데 가맹점에서도 직영 서비스업체로 보내는 경우가 다반사다. 가맹점이나 일반 카센터에는 배터리 같은 부품이 공급되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기존에 현대차에서도 배터리 정비를 가맹점에서 할 수 있게끔 교육하고 정비도구도 제공한 적 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효용이 없으니 철수했다. 그만큼 전기차 정비 수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민 대표도 “직영 정비소에서는 자동차 제작사에서 엄격하게 교육을 잘 해주고 있다. 하지만 그 외 일반 정비소들은 교육을 전혀 못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검사·정비 미래는 교육에

조현민 대표가 전하는 자동차 검사·정비 현장은 무기력하다. 조현민 대표는 “위기감을 많이 느끼는데 많은 자동차 검사원이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냥 다른 직업을 찾고 말지 하는 식”이라며, “기술적 발전을 무마시킬 수 없으니 시대적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자동차산업에 종속적인 정비산업의 특성도 미래차 전환에 대비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고안수 본부장은 “기술적으로 전기차가 앞서가느냐 자율주행이 앞서가느냐에 따라서 정비 시장은 달라진다”면서 “변화를 예측해도 선제적으로 투자할 수는 없다”고 토로했다.

진퇴양난의 상황 속에서 자동차 검사·정비 노사 모두 ‘교육’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했다. 조현민 대표는 “자동차 제작기술은 하늘을 뚫고 올라가고 있는데 자동차 검사는 땅에서 굴러간다”면서, “자동차 검사 장비에 신기술 적용이 빨리 필요하다. 민간에만 의지하지 말고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서 자동차 검사에 필요한 표준화된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검사 제도가 법령으로 규정돼 운영되는 만큼 정부의 내실 있는 교육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고안수 본부장은 미래차 시대가 본격화되기 전에 정부 차원에서 새로 생겨날 것으로 전망되는 미래차 먹거리와 기존 자동차 정비 산업을 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의 경계선에서 산업들이 새로 생길 거예요. 거기에 뛰어들 때 자동차를 잘 아는 사람의 도움이 필요해요. 과거에 내비게이션 했던 분도 자동차에 대해 깊이 있게 몰랐어요. 블랙박스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매칭이 필요할 거라고 봐요. 그를 위해서는 시장에 변화에 대한 정보가 잘 제공돼야 하죠. 이런 차원에서 학습과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봐요. 성공의 모델도 그 과정에서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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