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①] 거스를 수 없는 미래차 시대
[커버스토리①] 거스를 수 없는 미래차 시대
  • 손광모 기자
  • 승인 2021.05.04 00:15
  • 수정 2021.05.06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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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속 높아지는 환경의식, 자동차의 비전도 '친환경'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산업·노동·문화 총체적 변화 가져와

커버스토리 X 미래차 시대의 노동

130여 년 전 내연기관차는 이동수단의 혁명을 가져왔다. 그 시대가 저물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미래차 시대는 아직 완연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낡은 것은 가고 새 것은 아직 오지 않은 사실에 위기가 존재한다”는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은 과도기에서 위기감을 느낀다. 긍정적인 사실도 있다. 아직 미래는 확정되지 않았다. 미래차 시대의 노동이 어떤 모습일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 클립아트코리아
ⓒ 클립아트코리아

커버스토리① 자동차가 변한다. 모든 게 변한다

“보고서에서 우리는 수많은 기후 변화 경고와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업계의 대처가 여전히 너무 느리고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더 늦기 전에, 지금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린피스, <무너지는 기후, 자동차산업이 불러온 위기>(2019)

그린피스는 2019년 9월 세계 주요 자동차업체들에게 완전 친환경차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내연기관 엔진 연비 개선과 하이브리드차는 기후위기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세계 자동차업계에서는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시점을 앞 다투어 선언하고 있다.

거스를 수 없는 친환경 흐름

GM은 2021년 1월 디젤엔진 자동차의 생산과 판매를 2035년부터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드 또한 2월 31일, 2030년까지 유럽에서 판매하는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바꿀 것이라고 선언했다. 스웨덴의 볼보 역시 3월 2일, 2030년까지 생산하는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2020년 12월 아우디, 벤틀리 등이 속해 있는 폭스바겐그룹은 2029년까지 75종의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차·기아 또한 2040년을 목표로 더 이상 내연기관차를 생산·판매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은 앞으로 내연기관과 전기구동을 함께하는 하이브리드차와 순수전기차를 병행하여 생산하되, 2025년을 기점으로 순수전기차 비중을 더욱 높여 2030~40년까지는 순수전기차만을 생산·판매할 것이라는 계획을 세웠다.

이 같은 변화는 각국의 친환경 정책으로 더욱 가속화됐다. 유럽에서는 주요국들이 2025년(노르웨이), 2030년(영국), 2040년(프랑스)까지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공언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선언했고, 중국도 2035년까지 친환경차 100%(전기차 50%, 하이브리드 50%) 보급을 국가 목표로 삼았다. 한국에서도 국가기후환경회의 차원에서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금지를 제안한 바 있다.

한국에서 미래차의 보급은 절대적인 수준에서는 미미하지만 그 속도는 점차 빨라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순수전기차와 수소전기차 등록 대수는 14만 5,868대(순수전기차 134,962대, 수소전기차 10,906대)로 전체의 0.6%에 지나지 않지만, 2013년부터 매년 1.5배가량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2018년 5만 6,649대(55,756대, 893대), 2019년 9만 5,001대(89,918대, 5,083대), 2020년 14만5,868대(134,962대, 10,906대)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친환경자동차가 정말 친환경인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화력·원자력 발전에 전기 생산을 의지하는 이상 전기차가 친환경적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수소차의 경우에도 수소생산 과정의 ‘그린화’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내연기관차의 퇴출은 예정된 수순이다. 내연기관이 친환경과는 양립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미래차는 어떤 형태가 될까?

자동차의 변화는 현재진행중이다. ① 온실가스를 내뿜지 않으면서 ② 운행되는 자동차 자체를 줄이려는 방향이다. 이는 전기차·수소전기차와 자율주행이라는 두 가지 큰 기술적 흐름에 상응한다. 김현철 군산대 융합기술창업학과 교수는 “결국 미래차는 전기차든 수소연료전지차든 자율주행과 결합되는 형태”라면서, “다만 자율주행 기술이 상당히 진보돼있지만, 그 기술을 적용해서 차를 판매 가능한 수준으로 만들기까지 상당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는 기존 내연기관차가 전기차·수소전기차로 전환되고, 장기적으로는 전기차·수소전기차에 자율주행 기술이 접합되는 방향으로 차의 미래가 바뀔 전망이다. 또한 미래차 이용과 관련한 서비스 분야가 동시에 개발될 예정이다.

이러한 전망 속에서 자동차산업은 큰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먼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수소전기차로 전환할 때 필요 부품이 변한다. 내연기관차의 핵심부품이 엔진과 변속기였다면, 전기차·수소전기차는 배터리와 모터, 전류변환장치(인버터·컨버터) 등이다.

또한 전문가들마다 서로 다르게 추정하지만 내연기관보다 전기차·수소전기차에서는 30~40%까지 필요 부품수가 줄어들 것이라 전망된다. 필요 부품수의 축소는 필연적으로 조립 단계에서의 공정 축소를 야기한다. 이 두 가지 변화는 자동차산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고용 수준이 줄어들 것이라는 의미다.

덧붙여 엔진과 변속기가 친환경차에서 사라짐에 따라 정비업의 축소도 예측되고 자동차 판매 업무의 변화도 예견된다. 내연기관차의 교체주기는 5~10년이지만 친환경차는 그보다 훨씬 더 길다. 영업에 방점이 찍힌 현재의 판매 업무가 유지관리 쪽으로 변화할 가능성도 크다.

다른 한편 전기차·수소전기차의 운영에 필요한 충전소 등 관련 인프라가 대폭 확충될 것이다. 이에 맞춰 연관 산업도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이 본격화되는 시기에는 충전소뿐만 아니라 스마트 도로 등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한 자율주행 인프라도 확충될 것으로 전망된다.

종국에는 ‘사람이 운전한다’는 개념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완벽하지는 않지만,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면 사회적으로 사람의 운전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퍼질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은 교통사고율을 극적으로 낮춰 정비 및 폐차업의 축소가 예견된다. 또한 기존에 자동차를 운전하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가 새로운 문제로 부상할 수 있다.

자동차의 미래, 노동자의 지금

이렇듯 자동차의 변화는 운전 수단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동차라는 매체의 변화로 우리 산업과 문화의 총체적인 변화가 전망된다. 여기서 노동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미래차 시대가 가져올 전 방위적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서 부품사·완성차·판매·이용·정비·폐차 등 자동차의 생애주기를 따라가 봤다. 자동차로 먹고사는 이들은 미래차 시대를 어떻게 전망하고 대비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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