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④] 대중교통도 미래차 전환, "여러모로 편하긴 한데…"
[커버스토리④] 대중교통도 미래차 전환, "여러모로 편하긴 한데…"
  • 임동우 기자
  • 승인 2021.05.05 00:10
  • 수정 2021.05.06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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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2 대중교통 운전자 이야기
친환경 전환 공감하지만 충전 문제 '골머리'
​​​​​​​택시업체, 교대제 변화로 기준금 상승 걱정

커버스토리 X 미래차 시대의 노동

130여 년 전 내연기관차는 이동수단의 혁명을 가져왔다. 그 시대가 저물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미래차 시대는 아직 완연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낡은 것은 가고 새 것은 아직 오지 않은 사실에 위기가 존재한다”는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은 과도기에서 위기감을 느낀다. 긍정적인 사실도 있다. 아직 미래는 확정되지 않았다. 미래차 시대의 노동이 어떤 모습일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커버스토리④ 사용자가 말하는 미래차

ⓒ 참여와혁신DB
ⓒ 참여와혁신DB

저탄소경제를 향한 세계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미래차 전환은 갈수록 심해지는 미세먼지나 기후위기 등 환경을 위한 필수코스로 자리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도 미래차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 대와 수소전기차 30만 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탄소배출량의 비중이 높은 버스·택시 등 대중교통의 친환경차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대중교통에 도입된 전기차·수소전기차, 과연 일터에서는 어떻게 쓰이고 있을까?

소음·매연 줄이고, 승차감 키우고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택시회사 삼환운수는 2019년 9월 11일 수소택시 운행을 개시했다. ‘서울수소택시 시범사업’에 참여하면서다. 시범사업에 참여한 택시회사는 4년간 현대차 ‘넥쏘’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운행 시 차량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자동차연구원과 수소융합얼라이언스추진단(H2KOREA)에서 문제를 진단하는 식이다. 삼환운수는 10대의 수소택시로 운영을 시작했다가 현재는 20대까지 늘렸다.

‘수소’를 머릿속에 떠올릴 때 보편적으로 ‘폭탄’이라는 단어를 연상하기 마련이다. 2019년 당시만 해도 강릉의 과학산업단지에서 수소탱크가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던 탓에 수소택시 도입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법도 했지만 내부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이성우 삼환운수 관리부장은 수소택시 도입 당시 “LPG차량 도입 때도 같은 걱정이 있었지만 터진 적 없었다. (기사들이) 차가 좋아서 서로 타려고 했다”고 회상했다. 많은 지원자가 몰린 가운데, 삼환운수는 처음으로 도입하는 만큼 무사고 경력 기사 위주로 배차했다.

수소택시를 운행하는 기사들은 수소택시의 장점으로 소음과 매연이 줄었다는 점을 먼저 꼽았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엔진 구동으로 인한 소음이 발생하는 반면, 수소택시는 모터 사용으로 소음 발생을 줄이면서 기사들의 피로감을 낮췄다. 또 수소택시는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만든 전기를 동력으로 사용한다. 이러한 이유로 매연 대신 물이 배출된다. 택시기사들은 차량 환기를 위해 문을 열 때마다 역류해 들어오던 매연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셈이다.

삼환운수는 수소택시 보급이 늘어나면 이용객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본다. 이성우 부장은 “수소택시가 일반 택시에 비해 차도 높고 색도 다르다보니 이질감을 갖는 승객들도 있지만, 차가 조용하고 승차감이 좋다는 승객들도 있다”고 말했다. 수소택시의 요금은 기존 택시요금과 동일하다. 전기택시도 수소택시와 마찬가지로 승차감과 소음, 매연 등 문제 발생을 줄이면서 사업장 내 택시기사들의 선호도가 상승하고 있다.

정구 한국노총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마카롱분회장은 “전기택시 운행을 선호하는 기사들은 건강을 위해서라도 기술이 고도화된 전기차가 기존의 LPG차량보다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대제 변화로 기준금 상향 걱정

그러나 전기차·수소전기차가 주는 단점도 있다. 이는 대부분 ‘충전’으로부터 기인하는 문제다. 택시업종은 승객을 찾아 돌아다녀야 하는 특성 때문에 충전인프라 구축이 가장 중요하지만 아직은 미흡하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서울에 설치된 수소충전소는 상암, 국회, 양재, 강동 네 군데뿐이다. 수소충전소는 오후 10시까지만 운영되기 때문에 수소택시가 야간에 운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뿐더러 충전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성우 부장은 “수소택시 충전에 5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충전 시 수소 주입구 쪽이 얼어서 해동에 추가로 15분이 걸린다. 차가 4대 있다고 가정하면 모두 충전하는 데 1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충전 시 애로사항이 생기자 택시회사들은 전기 및 수소택시에 한해, 1차 2교대에서 암암리에 1차 1교대 배치를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1차 1교대를 하면서 택시기사들이 회사에 납입해야하는 기준금이 2교대 때보다 올라갈 수 있어 임금보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전기차·수소전기차 전환이 택시기사 수가 점점 줄고 있는 형국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늘리고 싶은데 “비싸요”

2020년 12월 15일, 강동공영차고지에서 시작해 사대문 안을 가로질러 충정로에 이르는 대원여객 370번 노선이 수소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수소버스 도입 당시 CNG(압축천연가스) 버스를 타고 다니던 버스기사들에게 호감을 얻었다. 수소버스가 기능성, 편의성, 안전성 면에서 우수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존의 내연기관 버스는 많은 승객을 태워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큰 엔진이 부착돼 있어 진동과 소음의 정도가 택시에 비해 심하다. 이러한 이유로 버스기사들은 차내 진동으로 인한 허리 통증과 소음으로 인한 청력 감퇴를 호소해왔다.

문재홍 한국노총 자동차노련 서울시버스노조 대원여객지부 위원장은 “10년 넘게 일해 온 운수노동자들은 운행 소음 때문에 직업병으로 청력 감퇴가 일어나곤 한다. 노동조합 차원에서는 이런 문제점을 보완할 앞선 기능을 가진 버스가 도입돼야 산재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버스는 전기차·수소전기차로 전환되더라도 택시와 달리 고정 노선이 정해져 있어 충전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준공영제 시행으로 고용 측면에서도 변화가 없어 노사 모두에게 환영받으며 보급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이런 대원여객 역시 애로사항은 있다. 첫 번째는 역시 충전 인프라였다. 이기용 한국노총 자동차노련 서울시버스노조 대원여객지부 총무부장은 “수소충전 시 압이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압을 올리는 데 시간이 걸려 대당 30분의 충전시간이 걸린다”며 “수소충전소가 더 생겨야 빠른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스 한 대를 구입하는 데 너무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도 회사 입장에서는 애로사항이다. 이기용 총무부장은 “CNG 버스 구입에 약 2억 원 정도의 비용이 소요됐다고 한다면, 수소버스는 약 4억 원이 소요된다. (그럼에도) 지원되는 보조금 규모는 비슷한 수준이라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차 전환 위해 ‘의식 개선’ 먼저

정부는 2025년까지 전기차를 113만 대, 수소전기차를 30만 대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기차의 경우 현재의 약 10배에 해당하는 수준의 보급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미래차의 보급률이 높아지는 만큼, 택시·버스기사들이 앞 다투어 말했던 충전 인프라 구축이 미래차 전환을 앞당길 수 있다는 의견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보다 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할 지점이 있다. 김현철 군산대 융합기술창업학과 교수와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그 고민지점을 미래차 문화의 확산으로 봤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새로운 기술 전환기에는 (이를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홍보가 필요함에도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홍보를 안 했다”며 미래차 전환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독일의 경우 전기차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을 위해, 현 시점에서 전기차가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다는 점과 전기차 전환 없이 환경적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개념을 지속적으로 교육해왔다. 김현철 교수는 “정부가 전기차 충전사업자들에게 엄청난 지원 혜택을 주고 있지만 아직 의식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결국 충전 인프라를 확산하는 것도 국민 의식에 달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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