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국민연금’ 코끼리 한 발짝 옮기려면
[독자에게 보내는 편지] ‘국민연금’ 코끼리 한 발짝 옮기려면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2.12.16 09:30
  • 수정 2022.12.16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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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최우선 목표는 가난에서 벗어나 경제성장을 이루는 것이었습니다. 정부는 사회적 투자에 따른 복지국가 건설보다 기업 투자를 통한 성장을 추구했고, 소득 재분배를 통한 불평등 해소보다 사회 전체의 부와 개개인의 사적 재산을 늘리는 일이 우선시됐습니다.

국가의 복지제도가 미비해도 전통적인 대가족 시대에는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일이 보편적이었기에 각 가정은 스스로 노후생활을 책임졌습니다. 그러나 사회는 빠르게 변화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수명이 연장돼 노후소득이 빈곤한 기간이 길어지고 핵가족 형태는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또 질 좋은 삶에 대한 욕구도 증가해 안정적인 노후소득보장은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개인연금·퇴직연금이나 부동산 등 각자 소득에 따라 노후 대비를 위한 방법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소득층이 아니어도 일시적인 소득 중단, 시장 내 정보 불평등 등을 고려하면 노후를 개인의 책임에만 맡기기에는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이 너무 큽니다.

이에 따라 세대 내, 세대 간 연대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국민연금’이 등장했습니다. 노인 부양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산하고, 국민들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자금을 국가의 책임 하에 운용하며, 계층 간 소득 재분배를 고려해서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서입니다.

‘인기 있고 덩치 큰 회색 코끼리’, 국민연금을 비유하는 말입니다. 회색 머리카락의 노년기 소득을 보장해주는 국민연금이 노후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민연금은 인기 있는 사회보장제도입니다. 또 2,200만여 명이 가입한 국민연금은 적립금이 약 900조 원에 달할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하지만 거대한 코끼리를 옮기기 힘든 만큼 국민연금 개혁의 한 발짝을 옮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국민연금 제도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장기적인 재정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는 과정부터 정부의 결단까지 수많은 국민과 전문가, 정부 당국의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연금개혁의 시간이 왔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구조 변화가 예상되는 대한민국. 더 이상 미룰 수도, 미뤄서도 안 될 ‘코끼리 옮기기’ 여정에 참여하는 노동자, 청년, 노년, 국회의원,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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