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④] “‘청년의 부양 부담 완화’, ‘존엄한 노후 보장’ 위한 연금개혁 필요”
[커버스토리④] “‘청년의 부양 부담 완화’, ‘존엄한 노후 보장’ 위한 연금개혁 필요”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2.12.16 09:33
  • 수정 2022.12.19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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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수급에 대해 불신하는 청년들... 정보 부족한 탓 있어
국민연금이 가장 기본적인 노후보장수단 되도록 만들어야

연금개혁, 어디로 가야 하나

내년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앞두고 개혁을 향한 움직임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올해 국회에 설치된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11월 16일 전체회의에서 16명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자문위원회, 일반 국민 500여 명이 참여하는 국민의견수렴 기구 등을 통해 연금개혁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와혁신은 다양한 산업에 종사하는 2030 및 5060 노동자, 청년과 노년을 각각 대표하는 시민단체,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 인터뷰를 통해 국민연금을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아울러 양재진, 정세은, 민기채, 제갈현숙, 오종헌, 이다미 등 연금 전문가 6명의 기고를 통해 연금개혁 방향에 대한 여러 생각을 모았다.

커버스토리④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인터뷰

실제로 청년들은 국민연금을 얼마나 신뢰하며 어떤 개혁 방향을 원하고 있을까?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연금에 대한 불신이나 우려가 청년들에게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이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기본적인 수단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서울 양천구 무중력지대 양천에서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의 문유진 대표와 정초원 연구원을 만나 연금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봤다.

(왼쪽부터) 정초원 연구원, 문유진 대표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왼쪽부터) 정초원 연구원, 문유진 대표 ⓒ 참여와혁신 임혜진 기자 hjim@laborplus.co.kr

언론이 부추기는 연금에 대한 불신 등으로
“연금 못 받는다” 생각하는 청년 많아

- 청년들이 국민연금에 대해 얼마나 알고, 또 신뢰는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문유진 : 국민연금이 청년들에게 크게 와닿는 문제가 아니거나 워낙 먼 미래의 일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에 지금 당장 관심사가 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실제로 청년들은 국민연금을 그냥 세금으로 느끼기도 해요. 그냥 보험료가 월 소득에서 일정 부분씩 빠져 나가는 세금. 실제로 나중에 (연금을) 못 받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하고요. 

전문가들이 ‘실질적으로 못 받는 일은 없다’, ‘대한민국이 망해 버려서 국가가 사라지지 않는 한 국민연금 지급은 반드시 보장된다’고 말하는 내용이 이론적으로 맞다고 봐요. 하지만 이와 별개로 언론 또는 일부 전문가들이 연금에 대한 불신이나 우려들을 조장하는 게 너무 크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실제로 연금을 받을 수 있다 해도 ‘90년대생 이후로는 국민연금을 못 받을 수도 있다’는 이런 헤드라인이 굉장히 강력하게 각인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정초원 : 월급 명세서에서 보험료가 빠지는 돈처럼 보이고 언론에서 그런 식으로 떠들어대니까 더 불신하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또 우리가 직장 내에서 법정 의무 교육 이런 걸 받다 보면 강사님들이 ‘국민연금보다 민간연금이 훨씬 더 수익률 좋고 나중에 노후소득보장에 훨씬 더 유리하다’ 이런 식의 강의를 많이 하더라고요. 대부분 사회 초년생들이 그런 강의를 들을 텐데 말이죠. 청년들이 주변에서 접하는 언론이든 이런 교육을 통해서든 이런 부분들이 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을 좀 떨어뜨리고 있다고 생각해요.

문유진 : 사실 그 말을 하는 언론이나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 연금 제도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키는 방향으로 본인들의 행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해요. 그리고 어떻게든 공적 제도인 국민연금이 부양 부담을 완화하고 노후에 대한 책임을 감당해 준다는 등의 연금에 대한 신뢰를 쌓아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연금, 주식·부동산 등보다 
노후 대비 수단으로 ‘국민연금’ 가장 안정적

- 실제로 청년들이 노후 대비 수단으로 고민하거나 실행에 옮기는 것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문유진 : 개인연금이 있겠죠. 주식이나 비트코인도 하나의 대안처럼 나왔다가 이제는 상당히 위험한 자산으로 인식이 되는 것 같은데, 그 외에 부동산이나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이미 하고 있죠. 하지만 대다수 청년들이 그런 걸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그만큼 본인의 소득이 확보돼야만 가능한 거잖아요. 

노동시장 안에서의 불평등도 굉장히 심화되고 있고 또 새로운 노동 형태가 생겨나면서 안정적으로 소득을 벌어들이는 시간이 이렇게 좀 들쭉날쭉한 경향도 있잖아요. 이직도 잦고 플랫폼 노동 같은 것들이 생겨나면서요. 그러면 사실 국민연금 외 다른 수단들을 노후 대비 수단으로 고려를 하는 게 상당히 어려울 수밖에 없고 오히려 신기루 같은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 국민연금이 노후 대비 수단으로 최우선이 돼야 한다는 뜻입니까?

문유진 : 국민연금 경우 보험료 납부 기간이 중단돼도 납부 기간에 대해서는 (연금) 보장을 해주잖아요. 또 실업 등 소득이 떨어지는 사회적 위험에 맞닥뜨린 기간에 대해서도 크레딧을 신청할 수 있고, 출산도 크레딧을 통해 가입 기간을 확보해 주려는 등 보완 방법들이 있고요. 

그러나 개인연금은 전혀 그렇지 않죠. 심지어 납부를 하다가 어느 순간 끊기게 되면 손해를 심하게 보고 그냥 끊겨버리는 상태가 되잖아요. 그 이후에까지 보장이 되지 않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불안정해진 상황에서는 국민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다른 수단들을 국민연금의 대안이라고 말하는 건 그냥 호도하는 것 같아요. 

사실 적금을 든다고 하더라도 지금 만큼 금리가 그렇게 높지 않았잖아요. 그간 ‘통장에 차곡차곡 모아놓으면 안정적’이라는 등의 기대를 하기 어려웠죠. 그래서 국민연금이 사실 노후 대비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라는 걸 (청년들이) 알아야 하고 이미 알 사람들은 알고 있다고도 생각해요. 국민연금도 안 가지고 있으면서 다른 연금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걸요. 

강남의 부유층은 가입할 수 있는 기간부터 국민연금을 계속 낸다는 얘기도 있잖아요. 그런 식으로 제대로 된 정보가 없다 보니까 국민연금에 대해서 좀 불신이 있는 상황이지만, 사실 대다수 국민들에게 국민연금을 빼놓고 노후를 상상할 수 있는가를 생각을 해보면 그건 불가능하다고 보죠.

육아휴직 시 보험료 납부 관련 정보 부족
출산 크레딧 제도 개선도 필요

- 남성보다 여성의 연금 수급율이 더 낮다는 통계 결과가 있습니다.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다는 분석이 있는데, 이와 관련된 경험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초원 : 저는 아기를 출산하고 나서 육아휴직 기간에 소득이 없으니까 보험료가 부담돼서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 예외를 신청했어요. 맘카페 등 검색해 보면 이런 조언들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알고 보니 납부 예외를 하면 그만큼의 가입 기간이 빠지게 되면서 나중에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수령액이 줄어들더라고요. 이런 정보를 (납부 예외 신청 전까지) 알 수 없었어요. 회사는 납부 예외 기간에 자기들도 보험료의 사업장 부담분을 납부 안 하면 되니까 별말 없이 넘어가는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납부 예외 기간을 다시 가입 기간으로 인정받으려면 추납(추후 납부)을 해야 하는데요. 그때 가서는 근로자가 100% 내야 하는 거예요. 이런 제도는 불합리하다고 봐요. 차라리 제도 설명을 제대로 해서 여성 가입자들이 출산으로 인한 소득 단절 기간에도 보험료를 꾸준히 내고 연금 수급액을 노후에 보장받을 수 있게 하든지... 안타까운 거 같아요. 

또 지금 출산 크레딧이라고 해서 둘째 아이부터 가입 기간을 12개월, 셋째 아이부터는 18개월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추가 산입)해 주잖아요. 그런데 지금 저출생 시대에 2명 이상 낳는 가정이 얼마나 될 것이며 사실상 첫째 아이만 낳는 가정들도 많은데 이들에게는 출산 크레딧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아쉬워요. 제가 기사 찾아보니 외국에는 첫째 아이부터 인정해 주기도 하고 2~4년 정도 기간도 길더라고요. 

출산 크레딧은 여성들의 연금 수급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제도이지만 부부 합의를 통해 둘 중 한 명에게 가입 기간을 몰아서 줄 수 있는 규정도 있거든요. 그래서 남성의 가입 기간이 더 긴 경우가 많다 보니 (출산 크레딧을) 남성에게 보태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 이렇게 여성의 가입 기간은 계속 늘어나기 어려운 구조도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적정 노후소득보장 위해
국민연금 급여 수준 올려야

- 지난 문재인 정부 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에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이하 연금개혁특위)가 설치됐고 청년 위원으로 문유진 대표가 참여한 바 있습니다. 연금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문유진 : 연금 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국민연금으로 적정한 노후소득이 보장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노인빈곤율도 OECD 1위를 기록했다고 봐요. 또 청년으로서 이야기를 더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결코 노인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이기도 하고 부모님 세대의 부양 문제를 어떻게 감당해내느냐의 문제로도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공적연금이 개혁돼서 청년들의 부담은 낮추고 노인들은 존엄한 노후를 보낼 수 있게끔 해보자는 취지로 연금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그때 논의된 내용 중 인상적으로 남는다거나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습니까?

문유진 : 사실 모수 개혁에는 실패했던 위원회였죠. 저희는 급여 상향을 주장했는데요. 급여와 보험료 상향 모두 제대로 안 됐죠. 보험료 경우 경영계 반대가 굉장히 심했고요. 급여 경우는 이견이 존재했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 평균 국민연금 실질 소득대체율이 낮은 편인데다 크레딧이 안정적으로 보완해주고 있는 것도 아니라고 보거든요. 그래서 명목 소득대체율이 45% 정도는 돼야 한다고 주장했었는데 그게 안 된 게 가장 아쉬워요.

사실 몇 달 논의해서 될 문제가 아닌데 9개월 정도 논의를 했어요. 그런데 국민연금은 40~50년 계약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때 위원회를 하면서도 그런 면의 한계를 느꼈고 많이 아쉬웠어요.

세대 간 계약, 국민연금
가입자 의견 반영하는 개혁 요구

-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가 다음 해 4월까지 활동 예정입니다. 모수 개혁을 포함해 어떤 방향의 연금개혁이 이뤄지길 바라십니까?

문유진 : 우선 '더 내고 더 받는' 연금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사회가 변하면서 국민연금보다 더 좋은 제도가 나올 수는 있겠지만, 현시점에서 노후 보장 제도로는 국민연금이 가장 안정적이고 신뢰할 만한 제도라고 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기초연금이나 퇴직연금과 비교해 역할 정립도 필요할 것 같아요. 국민연금은 세대 간 계약이기 때문에 지금의 사회적 합의를 통한 결정이 40년 뒤 사람들한테도 적용이 되는 구조잖아요. 반면 기초연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떨어지는 제도라고 봐요. 지금 노인한테 40만 원 이상 지급한다고 약속을 한다 해도 미래세대가 재정 여력이 안 된다고 하면서 갑자기 30만 원으로 줄이자고 하면 대응할 방법이 없는 거예요. 물론 노인들의 정치적 대표성이나 발언권이 얼마나 강할지의 문제도 고려해야 하지만요.

어쨌든 노인 인구가 늘어나 부양을 사회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예상된다면 공적으로 어떻게 부양 부담을 나눠 가질 것인가를 논의를 해야 하잖아요. 그래서 다른 (기초연금 등에 관한) 논쟁보다 국민연금을 어떻게 안정적으로 설계해 나갈 건지에 대한 합의부터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초원 : 사실 노후소득보장은 공적으로 다룰 수밖에 없는 문제잖아요. 모든 국민이 직면하고 있는 불안이니까. 그래서 국민연금이 오랫동안 역할을 해온 부분을 인정해야 한다고 봐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가장 큰 차이는 논의 과정에 가입자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는 부분이잖아요. 각자 고유한 역할이 있는 만큼 어느 하나만 선택하려고 하거나 어떤 제도를 축소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고요. 국민연금 경우 크레딧 제도 등을 개선해서 제대로 작동하게끔 그렇게 노후소득 보장 체계를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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