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③ 노년유니온 인터뷰

국민연금은 세대 내, 세대 간 연대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모든 가입자가 공동으로 부담한 보험료를 연금 수급 연령이 도래한 순서대로 수급자들에게 재분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국민연금의 기금 고갈 문제에 따라 후세대일수록 연금 수급액이 적을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세대 간 연대의식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보험료 납부를 마치고 연금을 받고 있는 노년층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또 이들은 국민연금을 포함한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고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영위하고 있을까? 지난 18일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고현종 노년유니온 사무처장은 “현재 노인분들은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그리고 기금고갈 문제로 자녀세대의 신뢰가 낮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며 “보험료율을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더 낮추지 않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기초연금 확대, 노인 일자리 확충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낸 금액보다 받는 금액 많아”
노년층의 국민연금 신뢰도, 자녀세대보다 높은 편

- 노인분들이 국민연금에 대해 얼마나 알고, 또 신뢰는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

일단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가 있어요. 현재 연금 받으시는 노인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들 ‘국민연금 보험료 내기를 너무 잘했다’, ‘이런 노후보장제도가 어디 있냐’ 합니다. 자기가 넣은 금액(보험료)보다 지금까지 받은 게 훨씬 많아 좋다고 하시거든요.

그래서 연금 못 받는 어르신들이 있잖아요. 그분들은 ‘젊었을 때 이럴 줄 알았으면 어떻게 어떻게 해서라도 지역 가입자라도 이렇게 가입을 할 걸 그랬다’, ‘너무 몰랐다’ 이런 말씀을 하세요. 주변에 보면 연금 받는 액수가 20~30만 원 정도로 많지 않아도 80세 이상 노인분들에게 굉장히 큰돈이라는 거예요. 그거 나오고 기초연금 받고 노인 일자리 좀 하고 이러면 노인분들이 혼자서 조금씩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힘은 되는 거죠. 

- 상대적으로 청년 등 자녀세대들의 신뢰도는 어떻습니까?

어르신들이 자녀들한테 ‘국민연금 너무 좋으니까 들어야 된다’, ‘너 직장 안 다니더라도 그냥 지역 가입자로라도 좀 이렇게 가입해라’ 이런 얘기를 하세요. 그런데 자식 세대는 ‘그거 금방 고갈되는데 왜 드냐, 그거 필요 없다’, ‘부모님 때는 돈이 남아있지만 우리 때는 그 돈 다 없어져서 줄 돈도 없다. 그 돈을 왜 붓냐’ 이런 말을 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세대 간의 인식 차가 좀 있어요. 부모님이 연금 혜택을 받아도 자기 때는 못 받을 거라는 불신이 있는 거죠.

소득대체율 더 낮추지 말고 보험료율 올려야
지역 가입자 경우 국가 지원도 필요

- 연금 문제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게 기금 고갈 문제입니다. 그래서 자녀세대들의 불신이 더 높은 것 같은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누구도 이제 거부할 수 없는 문제죠. 이에 대해 ‘아니다. 기금 고갈되지 않는다’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러면 어떻게 기금을 고갈되지 않게 해서 국민연금 제도가 지속가능하게 만들 거냐? 결국 이 문제는 들어오는 돈하고 나가는 돈의 수익비가 어느 정도 맞아야 한다는 거죠. (내는 돈은 얼마 안 됐는데 가져가는 돈이 이만큼 가져가 버리면 결국 그거는 무조건 부도나겠죠.)

그래서 저는 보험료율을 적절하게 올렸으면 좋겠어요. 지금 보험료율이 9%인데 한 18%는 올려야 수지가 맞다고 재정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런데 갑자기 그 정도로 올리기는 어렵고 지난 경사노위에서도 점차적으로 11~12%까지 올리자는 얘기가 나왔었는데 보험료율을 점진적으로 매년 1%씩 올리든 지금보다는 올려야 한다고 봐요.

그리고 소득대체율은 40%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연금이 40년 가입했을 때 자기 원래 소득의 40%를 주는 건데 요즘 취업하기가 어렵잖아요. 또 취업하더라도 취업 시기가 늦는 경우도 많아서 20~30년 정도밖에 안 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실질 소득대체율이 최소 25% 이상은 되게끔 제도를 설계해야 하지 않을까 해요.

- 보험료율만 올린다고 하면 지역 가입자 등의 반발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지역 가입자들은 영세 자영업자들이 많잖아요. 이분들은 보험료를 본인이 다 내니 부담이 커서 반발할 수 있죠. 이 경우는 국가가 30% 정도 보험료를 지원할 필요도 있다고 봐요. 국가가 장려하는 노후보장체계니까 국가가 어느 정도 지원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고소득자 경우 보험료 상한을 풀어서 어느 정도 소득 이상이면 보험료를 좀 더 내고 급여는 좀 덜 받는 합의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어쨌든 불평등이 심하잖아요. 젊어서도 빈부 격차가 있었는데 노후에라도 그런 격차를 줄여야 하지 않을까 싶거든요. 하지만 이런 내용을 합의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일단 선거가 거의 매년 있다시피 하니까 정부는 어느 한쪽의 표를 잃는다는 생각 때문에 잘 안 하려고 하는 게 있겠죠. 이번에도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이하 연금특위)가 만들어졌지만 약간 비관적으로 전망해요. 다음 정권을 내주는 각오를 하지 않는 이상 이 정도의 연금개혁은 거의 안 될 거라고 보거든요. 

- 소득대체율을 더 낮추지 말고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는 건 본인만의 주장입니까? 노인분들도 이에 동의하는 편입니까?

동의하는 편이시죠. ‘난 지금 그거 많이 받았는데 내 자식은 내가 가지고 간 연금 때문에 보험료를 더 많이 내야 된다’는 걸 알면 어르신들이 힘들어하세요. 그래서 ‘지금부터라도 좀 올려야지. 그리고 내가 일을 해서 연금 보험료를 낼 수 있으면 좀 내고 능력 있으면 연금 수급을 좀 나도 늦추겠다’ 이런 얘기도 하시고요. 

또 ‘후세대에게 너무 짐 주는 거 아니냐’, ‘이러니 청년 세대가 노년 세대를 싫어하고 증오하는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도 하시면서 노인 일자리라도 해서 지금이라도 보험료 추가 납부하고 싶다고 말씀하세요. 현실적으로 이제 어렵지만요.

국민연금보다 기초연금 더 안정적
기초연금 확대해 소득 불평등 완화해야

- 국민연금 외 기초연금이나 노인 일자리도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이야기되는 것 같습니다. 연금 수급액이 낮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연금 수급액이) 50만 원 정도 되는 것 같은데요. 그거 갖고 생활하기는 쉽지 않겠죠. 어르신들한테 한번 조사를 해보니까 1인당 100만 원 정도면 노후생활하는 데 큰 지장 없다고 하시거든요. 그러면 우리가 국민연금, 기초연금, 퇴직연금 이렇게 세 가지를 합쳐서 100만 원 수준으로 맞추면 좋을 것 같아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만 무한정 높이는 건 사실 젊었을 때 좋은 직장 다니는 사람들을 위한 거거든요. 규모가 작은 직장 같은 경우는 4대 보험이 잘 안 되기도 하고 임금 자체가 낮으면 보험료도 낮게 책정되고 나중에 낮은 연금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래서 국민연금 말고 기초연금 등 다른 연금제도도 고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봐요. 기초연금은 지급을 보장하자는 말이 없지만, 국민연금은 지급을 보장해야 한다는 말이 있는 건 그만큼 국민연금이 더 불안하다는 얘기잖아요. 그러니 기초연금 제도도 계속 유지해나가야 한다고 보는 거죠.

- 노인분들이 기초연금 제도에 대해 만족하는 편입니까?

기초연금을 받는 어르신들은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정부도 40만 원 인상 공약을 내놓았는데 이 제도는 계속 유지해야 할 것 같아요.

다만 현재 기초연금 대상자가 (65세 이상의) 70% 수준인데 이건 100%까지 늘릴 필요는 없다고 봐요. 70%만 해도 웬만한 중산층 노인분들까지 받는 거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그 범위는 70%보다 낮춰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금액은 올린 부분을 더 하위계층에 있는 노인분들에게 보충연금 형식으로 드리면 노후의 불평등도 어느 정도 완화되겠죠.

- 기초연금은 세금으로 운영되는 제도입니다. 국민연금 기금에도 어느 정도 국고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그렇지는 않아요. 국가 재정이라는 게 무한정 화폐 찍어도 된다면 연금에도 지원하면 좋죠. 기초연금도 100% 주고. 그런데 국가 재정도 한계가 있고 국민연금은 노동자·사용자가 내는 보험료 등으로 기금을 만들고 또 그 기금을 펀드 등에 투자해 수익을 만들어내는 부분도 있잖아요. 그래서 국민연금에까지 세금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봐요. 지금 기초연금에 나랏돈 넣는 것도 좀 버거울 것 같아서 여력이 있으면 넣는 건 좋지만 저는 재정 여력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정년 연장하고 법적 노인 연령 늘려
노인 공공 일자리도 확대 필요

- 노인분들이 노인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많이 하는 편입니까?

그렇죠. 2004년만 해도 평균 노인 일자리 참여자 연령이 65세 정도 됐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평균 75세예요. 그런데 이 연령대 노인분들을 고용하는 데는 없어요. 이분들이 아직 움직일 수 있고 좀 더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힘들어 하시잖아요. 그때 이제 노인 일자리가 이분들에게 큰 힘이 되는 거죠. 

또 노인 일자리가 센 노동강도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고요. 일하면서 친구도 생기고 한 달에 27만 원 정도 받으니까 그 정도면 지금 기초연금 수준과 비슷하거든요. 그런데 노인 인구가 약 900만 명 된다고 하는데 노인 일자리는 아직도 많이 부족하죠. 

- 법적으로 노인은 규정하는 나이가 낮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노인 연령을 좀 올려야죠. 그러려면 전제조건이 현재 60세 정도의 정년 연령을 먼저 올려야 되겠죠. 그래서 노동시장부터 정년을 늘린다거나 촉탁직 같은 계속 고용 제도 등을 확대해 일할 능력이 되는 노동자가 계속 일할 수 있게끔 하는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봐요. 그렇게 노인 연령을 올리면 국민연금 수급 나이도 좀 늦출 수 있겠죠. 

그게 안 되면 퇴직 연령이 길게 봐야 60세이고 보통 50세 후반이면 아무 소득이 없잖아요. 그리고 연금 받는 데까지 시간도 걸리고요. 그래서 정년 연장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 정년 연장 연령을 늦춘다면 어느 정도가 적정하다고 보십니까?

지금 60세니까 65세 정도. 그 대신 노인 연령은 지금 65세니까 만 70세로 올린다고 하면 65세부터 70세까지가 (소득이 비는) 공간이잖아요. 그러면 이제 65세에서 70세 사이 5년 동안에 좀 이렇게 뭔가 할 수 있는 공공 일자리 이런 게 좀 필요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