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②] 노후를 지켜주는 국민연금?
[커버스토리②] 노후를 지켜주는 국민연금?
  • 박완순 기자
  • 승인 2022.12.16 09:32
  • 수정 2022.12.1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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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 고용 형태 등에 따라 국민연금 바라보는 시선 달라
국민연금 제도 신뢰 높이기 위해 우려 시선 해소해야

연금개혁, 어디로 가야 하나

내년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앞두고 개혁을 향한 움직임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올해 국회에 설치된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11월 16일 전체회의에서 16명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자문위원회, 일반 국민 500여 명이 참여하는 국민의견수렴 기구 등을 통해 연금개혁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와혁신은 다양한 산업에 종사하는 2030 및 5060 노동자, 청년과 노년을 각각 대표하는 시민단체,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 인터뷰를 통해 국민연금을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아울러 양재진, 정세은, 민기채, 제갈현숙, 오종헌, 이다미 등 연금 전문가 6명의 기고를 통해 연금개혁 방향에 대한 여러 생각을 모았다.

 커버스토리② 연금에 대한 노동자들의 시선

국민연금법 제1조 목적을 보면 “이 법은 국민의 노령, 장애 또는 사망에 대해 연금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 사람이 노후 혹은 장애 시에도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급여를 주기 위해 국민연금을 만들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렇듯 국민연금은 목적상 훌륭한 복지제도로 보인다. 그렇다면 국민연금 제도 안팎에 있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국민연금에 대한 시선은 어떨까? 20대 건설노동자, 30대 공공기관 노동자, 30대 배달노동자, 50대 화학업체 노동자, 50대 가사노동자에게 물었다.

당신의 노후는?

서른을 바로 앞둔 건설노동자 김 씨는 자신의 노후를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아직 멀게만 느껴져서 일수도 있겠지만, 김 씨는 “당장 하루 먹고 하루 살다보니, 이 현장 끝나면 어디에 가야 하는 걱정이 크다”며 먼 미래를 생각하기에는 벅차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먼 미래보다도 “내 집 마련부터 걱정”이라며 가까운 미래가 더 큰 걱정이었다. 그리고 건설노동이 노동 강도가 세기 때문에 계속 일은 해야 하지만, 건설노동자로 남은 30년을 살아갈 수 있을지도 고민이다. 30대 배달노동자 박 씨도 비슷하다. “배달노동자가 소득이 일정한 직업이 아니고, 하루마다 소득이 다르기 때문에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많지는 않다”고 전했다.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들은 노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입사 3년차 30대 공공기관 노동자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노후를 크게 생각해보지는 않았는데, 퇴직연금 상품들에는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면서도 “사실상 퇴직연금 상품은 노후 준비보다는 세액공제 수단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노후에 대해 구체적인 고민을 시작하진 않았으나,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퇴직연금 등에 관심을 보일 여력은 있었다. 

퇴직을 5년 앞두고 화학업체에 다니는 노동자 이 씨의 경우는 좀 다르다. 가까운 미래로 다가온 만큼 구체적인 이야기를 했다. “노후 준비가 된 사람들은 퇴직 10년 전부터 준비를 한다. 5년 남겨 두고 고민하는 나 같은 경우는 늦은 편이다”라며 “나는 국민연금 수급이 만 65세인데, 퇴직이 만 60세니까. 그 사이에는 개인연금으로 버티고. 퇴직금은 퇴직연금으로 받아서, 국민연금하고 퇴직연금을 만 65세부터 받으면서 노후를 보낼 것”이라고 했다. 또 “퇴직한 분들이 그러더라, 매달 적은 돈이라도 고정적으로 나오는 게 중요하다고. 돈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자식들 돈이지 내 돈이 아니라고 했다”고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를 했다.

또 다른 50대 가사노동자 최 씨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는 다른 모습을 담고 있다. 앞선 이들의 노후에 대해서는 일을 하지 않고 쉬면서 여생을 보내겠다는 의미를 전제로 한 이야기이지만, 최 씨는 나이가 있는 여성 가사노동자들은 딱히 쉰다는 의미의 노후가 와닿지 않는다는 말을 전했다. 가사노동산업 속 노동자들은 다른 산업에 비해 고령이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작년 조사한 바로는 가사노동산업군 속에 50대가 33.1%, 60대가 46.6%, 70대 12.1%, 30‧40대가 8.2%이다. 

이처럼 노후에 대한 고민은 연령, 일자리의 안정성 등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령은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나온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 사회조사에 따르면 ‘노후 준비 여부 및 방법’을 묻는 질문에 만 19~29세 응답자들은 열에 여섯은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만 30~39세가 되면서 수치는 확연하게 역전된다.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25.9%로 뚝 떨어진다. 앞서 물어본 젊은 층은 만 30세를 넘어서는 사람도 있지만 일자리의 안정성에 영향을 받아 당장의 삶을 좀 더 걱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한 수치는 만 30~39세부터 올라 만 50~59세에서 80%로 고점을 찍고 만 60세 이상부터는 63%로 떨어진다. 이미 노후의 삶을 보내고 있어 준비의 시점은 지난 것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해당 조사에서 물어본 ‘노후 준비 방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응답자의 59.1%가 국민연금을 노후 준비 방법으로 이야기했다. 그 다음은 예‧적금인데, 응답 비중 14%로 국민연금과 격차가 크다.

국민연금의 이미지는?
떼이는 돈, 큰 도움, 남의 일

국민들로부터 노후 준비의 수단으로 큰 비중으로 선택받은 국민연금의 이미지에 대해서 취재로 연락한 5명에게 물었다.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시선의 온도 차가 있었다. 

“아무래도 제2의 세금으로 생각되고, 떼인다는 느낌이다. 이유는 낸 돈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57년이면 기금고갈이 된다고 하는데, 은퇴할 나이이다. 그 때 가면 받을 수 없을 수도 있고, 국민연금 납부하지 않으면 안 되니 울며 겨자 먹기이다.”

30대 공공기관 노동자 김 씨 

“내가 국민연금 받을 나이에 기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걱정도 되면서, 나중에 노후에 분명히 도움 많이 된다고 생각하긴 한다. 예전에 건설노동자 한참 선배님들은 국민연금, 그러니까 사회보험 대상자가 아니었는데 지금은 제도가 생겨 된다. 어떻게 보면 지금 환경에서는 건설노동자하면서 국민연금이 계속 모아간다는 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20대 건설노동자 김 씨

“어쨌든 민간보험보다는 국민연금이 더 신뢰가 간다. 다만 우리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들은 고용보험까지는 왔지만 국민연금은 이제 지역 가입 대상이기 때문에 직장 가입자에 비해 부담이 크다.”

30대 배달노동자 박 씨

“국민연금에 의지를 많이 한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퇴직 이후 국민연금에 의존하겠다는 사람들이 70~80%는 될 거다. 자식들 교육시키고 하다보면 남는 건 집, 퇴직금, 국민연금 밖에 없다. 퇴직금에서 일부는 애들 시집, 장가 보낼 때 많이들 쓰고, 노후에 살 집은 (크기를) 줄이고. 이제 퇴직연금이랑 국민연금이랑 해서 보내는 거다.”

50대 화학업체 노동자 이 씨

“가사노동자들은 평균 연령이 50대 후반이다. 그리고 그전에도 대부분 전업 주부로 있었다든가 청소업체, 식당 등에 계셨던 분들이다. 무슨 얘기냐면 그동안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었던 분들이 다수라는 거다. 그리고 10년 이상 가사서비스업에 종사했어도 가사근로자법이 없었으니까 프리랜서인 셈이고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국민연금이 뭐 필요한가? 60세 넘은 분들은 가입하지도 못하고, 국민연금 이야기 매스컴에 나오면 일반적으로 ‘이거 도움 되나’, ‘나랑은 상관없어’ 이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평균 연령이 높으니까 국민연금에 대한 실감도 없고,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도 소수니까. 남 이야기 하듯 한다. ‘그거 진짜로 받을 수 있대?’라고.”

50대 가사노동자 최 씨
 

국민연금, 대안 없어 선택?

젊은 세대 노동자들에게는 기금고갈론 때문에 국민연금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고, 정규직으로 퇴직을 앞둘 때까지 오래 다닌 노동자에게는 국민연금은 의지할 만한 노후 수단이었다. 국민연금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국민연금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좀 더 보면 기금고갈론에 대한 해법 혹은 해명 없이는 국민연금은 신뢰를 잃고 노후 보장보다는 짐이 되는 제도로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편으로 제도 개선으로 사회보험 사업장 가입 대상자가 된 건설노동자의 경우 국민연금이 노후를 어느 정도 책임져줄 것이라 생각했다. 아직 국민연금 제도 밖 노동자인 배달노동자와 차이가 있다. 사각지대 해소가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신뢰와도 연결된다는 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반면 가사근로자법처럼 사각지대를 해소했더라도 문제점이 있다. 경력단절을 겪은 여성노동자, 직장을 갖지 않고 집안일을 도맡았던 여성이 일을 하는 경우 노후 보장 수준의 국민연금을 수령하기는 어렵다.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한다’는 국민연금법은 현재에 와서 위기의 경계에 서 있다. 노후 준비 수단으로 1순위에 꼽히지만 이것이 곧 제도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연령, 일자리의 형태에 따라 국민연금을 대하는 온도 차가 다른 것이 한몫하고 있다. 즉 1순위 노후 준비 수단이지만 적절한 대안이 없어 선택된 듯한 모양새이다.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 기준소득월액 상‧하한 조정방안 검토를 위한 인식조사 보고서’를 보면 국민연금 제도의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 긍정 응답이 31.1%, 노후 준비 도움 정도에 대해 묻는 질문에 긍정 응답이 39.6%였다. 

다른 조사에서도 비슷한 인식을 감지할 수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낸 ‘미래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보건복지 대응 보고서’에 나온 ‘인구구조 변화와 보건복지 정책에 대한 대국민 조사’의 결과를 확인하면 정년 연장에 국민의 83.4%가 동의했다. 다소 동의가 46.1%, 매우 동의가 37.4%였다. 해당 보고서를 낸 연구진은 “정부가 국민연금을 지원하기 어려워지고 있고, 이에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거나 국민연금 외에 다층적으로 연금에 가입할 필요가 있다 등에 대체로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이 노후 준비 수단이기는 하나 노년의 삶을 보장할 만큼은 아니기에 일을 할 수 있다면 더 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같은 보고서에 적절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지금보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더 낼 용의가 있다는 질문에 국민 61.3%가 동의했다. 매우 동의는 10.5%, 다소 동의는 50.9%였다. 더 많은 보건복지 혜택을 전제로 추가 세금 부담하겠다는 비율 56%, 건강보험료 인상에 동의하는 41.2%보다 높은 수치이다. 국민연금이 적절한 노후 소득 보장책이라면 다른 사회보장 제도보다도 더 믿을 수 있는 제도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렇듯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다양하며 이중적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현재 국민연금이 한국 사회 사회보장 제도로 서있는 위치를 나타내기도 한다. 연금개혁의 국면에서 이 위치를 제대로 보는 것이 개혁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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