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⑧] 과장과 재정위기에 현혹되지 않도록, 모두에게 이로운 국민연금
[커버스토리⑧] 과장과 재정위기에 현혹되지 않도록, 모두에게 이로운 국민연금
  • 참여와혁신
  • 승인 2022.12.20 08:44
  • 수정 2022.12.20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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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_제갈현숙 국민연금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 위원(한신대학교 강사)

연금개혁, 어디로 가야 하나

내년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앞두고 개혁을 향한 움직임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올해 국회에 설치된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11월 16일 전체회의에서 16명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자문위원회, 일반 국민 500여 명이 참여하는 국민의견수렴 기구 등을 통해 연금개혁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참여와혁신은 다양한 산업에 종사하는 2030 및 5060 노동자, 청년과 노년을 각각 대표하는 시민단체,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소속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은미 정의당 의원 인터뷰를 통해 국민연금을 둘러싼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아울러 양재진, 정세은, 민기채, 제갈현숙, 오종헌, 이다미 등 연금 전문가 6명의 기고를 통해 연금개혁 방향에 대한 여러 생각을 모았다.

커버스토리⑧ 기고_제갈현숙 국민연금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 위원(한신대학교 강사)

제갈현숙 국민연금
기금운용실무평가위원회 위원

국민연금기금 소진과 급여 지급의 인과관계

2022년 새해 벽두부터 한국경제연구원은 보도자료 ‘이대로 가다간 90년대생부터 국민연금 한 푼도 못 받아…연금개혁 시급’1)을 배포하였고, 이 제목은 여과 없이 언론보도를 통해 전파되었다. 연금을 둘러싼 세대 문제는 그간 추상 수준이었지만, 90년대생이란 구체적 주체를 내세워 세대 갈등의 불씨를 지폈다. 90년대생을 내세운 근거는 재정추계 한 가지 결과에 대한 해석으로, 제도에 대한 몰이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이 주장은 그동안 국민연금기금 소진에 대해 형성된 사회적 의문에 기대고 있기에,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가 있다. 

이들이 인용한 자료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재정전망으로, 재정수지가 2039년 적자로 전환, 2055년이 되면 적립금이 소진될 것으로 추계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기금이 소진되는 2055년에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이른 90년대생부터 적립금이 없으므로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고, 언론사들은 이에 대한 검증 없이 그대로 옮겨 썼다. 그러나 기금소진과 제도 파산의 인과관계가 성립되려면, 국민연금이 국가에 의해 운영되는 공적연금이 아닌 사적연금이어야 한다. 즉 공적연금은 사회와 국가가 존속되는 한 기금의 소진만으로 절대로 파산되지 않는다. 공적연금의 역사가 가장 오래된 독일의 경우, 기금을 적립해서 제도를 운용했지만 2차 대전 이후 기금소진에 직면하면서 재정방식을 부과체계로 전면 개혁해서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수정적립방식으로 재정 운용상 부과와 적립방식이 혼재되어 적립금과 제도운용이 직결되지 않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981년 설립된 민간기관으로 자유시장, 자유기업, 자유경쟁이란 모토 아래 자유시장경제의 발전과 확산을 목표로 두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공적연금에 대한 불신을 키워 공적연금의 기능을 축소되도록 영향을 미치고, 잠정적으로 개인의 구매력에 따른 민간보험시장으로 유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후소득보장의 시장화전략으로 볼 수 있다. 대다수 시민은 이러한 개별화, 시장화 전략에서 유리하지 못하고, 국민연금에서 목표하는 노후 빈곤 예방이란 사회적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한다. 

제5차 재정계산과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압박

1997년 말 국민연금법은 5년마다 국민연금의 재정수지를 계산하고, 국민연금 운영계획을 수립하도록 개정되었다. 이는 장기제도인 국민연금의 지속성을 위한 조치로써, 재정 적립 규모가 곧 재정 안정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2003년, 2008년, 2013년, 2018년까지 1차부터 4차까지 국민연금 재정계산이 시행되었고, 시기별 수지적자 예상년도와 적립금 보유기간이 추계되었다. 지난 4차 때 결과는 전자는 2042년 후자는 2057년으로 추계되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인용한 국회예산정책처의 추계결과와 다소 차이가 있고, 미래 예측은 추계 조건으로 어떤 사항을 고려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온다.

2023년 제5차 재정계산을 앞두고 지난 8월부터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가동되었다. 제5차 재정계산을 앞두고 국민연금 재정개혁에 대한 압박이 강화되었고, 그 배경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적 배경으로 지난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가 내용에 대한 논의 없이, 누가 대통령이 되든 국민연금 개혁을 합의할 것을 일방적으로 선언하면서 ‘더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이 되어야 한다는 식의 포퓰리즘이 가시화되었다. 둘째, 2025년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합계출산율이 0.81(2021년 기준)로 최저치가 갱신되면서 부양인구비가 증대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미래세대 부담과 연결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셋째, 국민연금보험료율은 1999년 9%로 인상된 이후 23년째 동결상태이다. 보험료율 동결의 배경에는 두 차례 연금개혁을 통해 70% 소득대체율을 40%까지 축소해서 ‘수입보다는 지출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연금개혁이 추진되었고, 그 배경에는 사용주의 노동비용 부담에 대해 정부의 지나친 염려 또한 자리한다. 넷째, 윤석열 정부의 시장 활성화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 때문이다. 한편으로 재정안정화 논리를 내세운 보험료율 인상을 통한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연기금의 총량을 늘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보장성을 줄이거나 수급 연령 상향을 통해 지출을 통제함으로써 국민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낮춰 개인들의 민간연금 가입이 유도될 수 있다. 그 결과 금융시장에 투입되는 자본의 총량은 증가될 수 있다. 이에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재정안정화를 위한 목표가 아닌, 40%까지 떨어질 소득대체율을 당장 인상해야 하는 목표로 보험료율에 대한 조정을 고려할 것과 공적연금을 통한 평등한 노후소득보장의 저변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국민연금이 개혁될 수 있도록 개입해야 한다.

최악의 시나리오...과장을 걷어내고, 
국민연금을 통한 노후소득보장 정립하기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현재대로 2057년까지 유지되어 기금이 소진된다면, 보험료율을 20% 이상 인상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35년 이후 한국에서 벌어질 시나리오가 과연 최악인지에 대해 현재 독일을 통해 검증할 수 있다.

독일의 연금보험료율은 2025년까지 20%를 초과하지 않도록 법으로 규정하면서, 2022년 기준 평균 18.6%를 부담하고 있다. 연방정부는 지난해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법정연금(Gesetzliche Rentenversicherung)을 위해 1,066억 유로를 지원하였다. 이는 연방 예산 1/4 이상을 차지하고, 법정연금재정의 30%에 해당한다. 2020년 기준 독일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해서 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지원과 가입자의 보험료로 세대 간 갈등 없이 연금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 초고령사회에 대한 각종 우려를 쏟아내면서 미래세대에 대한 부담을 내세워 모든 공적 제도에 대한 재정적 축소만이 정답인 양 제시하며, 노령층에 대한 희생과 시민의 개인 책임 강화만이 유일한 해법인 듯 강조해왔다. 시야를 돌려서 과장된 미래 추계와 재정적 해법에 현혹되지 말고, 1,000조 가까운 연기금으로 살고 싶은 대한민국 만들기에 투자하고, 노인이 돼도 가난해지지 않도록 국민연금이 제도적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개혁은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1) 한국경제연구원, 보도자료 ‘이대로 가다간 90년대생부터 국민연금 한 푼도 못 받아…연금개혁 시급’. 2022.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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