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년 제안: 산업 및 노동전환의 3가지 원칙
[기고] 신년 제안: 산업 및 노동전환의 3가지 원칙
  • 참여와혁신
  • 승인 2023.01.02 15:58
  • 수정 2023.01.02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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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기돈 나은내일연구원 원장
황기돈 나은내일연구원 원장
황기돈 나은내일연구원 원장

산업 전환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자동차산업이 내연기관차 중심에서 미래차 및 스마트모빌리티로 전환하고 있다. 석탄화력발전은 가동 중지와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전환 중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나 업종 간 득실이 분명하다. ICT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 관련 분야가 득이 큰 업종이라면 내연기관차나 석탄화력발전 관련 분야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해당 분야 및 업종별로 노동자의 고용과 소득에도 득과 실의 큰 차이가 공존한다. 

문재인 정부가 마련한 산업 및 노동전환의 청사진이 윤석열 정부에서 일부 수정 및 구체화되고 집행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탄소중립이 새로운 국제무역질서로 자리 잡고 있기에 정부의 강력한 개입이 필요해서다. 

공정한 전환 관련 논의의 중점은 전환이 불러일으킬 사회·경제적 피해와 손실을 공정하게 분담하는 데 놓여있다. 그런데 이는 공정성의 범위를 지나치게 축소한 관점이다. 전환 후의 비전 제시는 물론 성과의 공정한 분배로까지 논의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 이에 더해서 현장의 기업과 노동자를 억누르고 있는 불확실성도 주요 주제에 속한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산업 및 노동전환이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원칙 3가지를 제안한다. 이 원칙에서 ‘전환’을 ‘노동개혁’으로 바꾸면 윤석열 정부가 시도하는 노동개혁에도 적용할 수 있을 터다. 

첫 번째 원칙은 전환비용 최소화에 더해서 편익의 공정한 분배다. 전환정책에 따라 비자발적으로 일자리나 소득을 상실하면, 이를 대체할 일자리를 최대한 신속하게 마련해주는 것은 물론 그때까지 일정한 수준의 소득도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에선 한 쪽에서 피해자끼리 비용의 최소화 혹은 공정한 분담을 논의하는 동안, 다른 한 쪽에선 편익의 독점을 즐기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전자의 사례가 내연기관차나 석탄화력발전 관련 분야라면, 후자의 대표 사례는 지난해 사회적 이슈로 불거진 IT업종의 “성과잔치”와 같은 업종 경영진과 노동자 사이의 보상을 둘러싼 갈등이다. 기업, 노동조합, 중앙정부, 지자체 등이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비용의 최소화 방안이나 전환 과정 및 그 후에 발생할 편익의 몫을 사전에 공정하게 나누는 사회적 대화와 타협이 필요한 이유다.

두 번째 원칙은 ‘모든 일하는 사람의 참여’다. 전환정책은 그를 통해 편익을 누리거나 동의하는 사람이나 집단만으로 수행할 수 없다. 피해자가 발생한다면 이들이 정책의 형성 과정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물론 해당 정책을 반대하는 개인이나 집단에까지도 동참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정책 형성 과정에 포용적 참여가 필요한 이유를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① 정책의 긍정적인 성과는 정책 대상의 수용성과 동참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효율성 원칙에 따라 수행한 정책이 의도한 성과 도출에 한계를 보이거나 의도치 않은 결과로 이어질 때 문제를 조율 및 수정해서 의도한 성과를 도출할 동력이다. 

② 정치와 정부의 본령이 이해관계를 둘러싼 갈등의 조정과 사회의 통합이다. 그런데 현실에서 정부나 집권여당이 자신과 이해관계가 다른 집단이나 특정 정책을 반대하는 집단을 적대시하거나 정책의 과정에서 배제하기 십상이다. 이는 집행의 효율성과 정치적 주도권 장악을 위해 흔히 쓰는 방편이다. 그런데 이런 방편은 의도한 효과와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달리 말하면 이 방편은 정부의 정당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인인 이해관계 집단으로부터 상대적 자율성이 훼손될 여지를 키울 수 있다. 정부 운용의 기본 원칙에서 적대나 배제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한 조정과 통합이 먼저인 이유다.

세 번째 원칙은 비용과 피해의 복구를 넘어 미래 기획으로 관점의 확장이다. 전환정책의 명확한 비전과 실현 가능한 이행계획 및 프로그램이 제시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작금의 현실에서는 전환이 필요한 기업의 머리 위를 짙은 불확실성이 휩쓸고 있다. 기업은 새로운 사업 아이템 개발에 필요한 비용, 실패의 부담, 불확실한 수익성 전망 등으로 투자와 전환의 방향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당 기업이나 업종에 속한 노동자가 가까운 미래의 일자리와 소득의 안정성이 확보되고 전환 후의 미래 비전에 대해 확신을 가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전환정책의 주요 방향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노사에게 제시하고 정책의 기획 및 집행 관련 전문성 높은 컨설팅과 효과성 있는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이럴 때 해당 기업의 노동자도 자신의 미래를 혼란 없이 스스로 기획 혹은 대비할 수 있다.

필자는 공정한 전환의 3원칙을 제안하면서 산업 및 노동전환의 사회경제적 측면에 논의의 중점을 뒀다. 전환 혹은 전환정책의 피해나 비용이 집중된 기업, 지역·산업·노동자에 단기적, 물질적 보상만이 아니라 전환 후 긍정적인 성과를 공정하게 분배하고, 한 발 더 나아가 보다 나은 미래의 기획으로까지 관점을 확대하자는 제안이다. 이 외에도 앞으로 논의해야 할, 더 크고 본질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사회경제적으로 공정한 전환은 지구와 생명의 지속가능성 확보에 충분한가라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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