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달리 절대평가로 개편할 명분 충분해”
“과거와 달리 절대평가로 개편할 명분 충분해”
  • 임혜진 기자
  • 승인 2023.12.15 13:34
  • 수정 2023.12.15 13: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해 상대평가 위헌 소송 제기···“절대평가로 전환해 낭비적 사교육 없애야”
[인터뷰]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

참여와 시민단체 

참여와혁신이 노동·시민·사회단체를 소개합니다. ‘참여’는 일터 내 민주주의뿐 아니라 일터 밖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데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참여민주주의 학교인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의 참여 경험을 독자와 나누려 합니다.

[참여와 시민단체⑮]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최근 교육계에서는 2028학년도 대입 개편을 앞두고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학령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상대평가 체제의 경쟁 중심 교육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008년 출범 이래로 줄곧 입시경쟁과 사교육 관련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왔다. 지난 11월 23일 서울시 용산구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북카페에서 신소영 정책팀장을 만나 관련된 이야기를 들어봤다.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신소영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팀장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간단히 소개해달라.

좋은교사운동 창립 멤버인 송인수 선생님(현 이사장), 참교육학부모회 의장으로 활동하시던 윤지희 선생님이 전임 공동대표다. 교사 단체, 학부모 단체 대표들이 만나 기존 교육운동의 아젠다가 아니었던 입시경쟁과 사교육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대중운동 단체를 만든 것이다. 우리 교육의 해묵은 난제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이 본연의 가치를 존중하며 건강하게 교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주로 어떤 활동을 해왔나?

창립한 지 15년 정도 흘렀다. 그 과정에서 법 제정 운동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대표적으로 선행교육 규제법(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참여했다.

우리나라 학교 교육과정은 어느 단계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학교에서 관행적으로 일정 단계에서 벗어난 내용을 수업하고 시험 출제 및 평가를 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아무리 학교 수업을 들어도 학생들이 내용을 잘 따라가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사교육에 의존하는 문제가 생긴 거다.

그래서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이 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교육과정 수준과 범위에 맞게 학교 수업 및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용을 법에 명시하게 했다. 다만 아쉬웠던 부분은 사교육 기관도 해당 학년 수준에 맞게 가르치는 것을 법으로 규정했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사인이다 보니 규정에 담지 못했다. 앞으로의 입법 과제이기도 하다.

또 하나는 출신학교 차별금지 법안 발의다. 사기업이나 공기업 채용 단계에서 지원자들의 역량을 내실 있게 평가하기보다 학벌로 그들을 평가하고 차별하는 문화가 만연했다. 학력은 매우 한시적인 기간에 상응하는 노력의 결과일 뿐 그것이 후광으로 작용해 지원자들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문화는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때부터) 공공기관에서는 지원 서류에 출신학교를 기재하지 못하게 하는(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가이드라인) 등 예전보다 그런 문화를 바꾸고 있다고 자신한다.

- 사기업에 선행교육 규제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는가?

아무래도 시장경제체제에서 사인에 대해 국가가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은 제한적이다. 이미 발생한 사교육 자체를 규제·금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사교육이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나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채용 단계의 학력 차별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출범 초기 송인수 이사장은 사교육을 없애기 위한 단체가 아니라고 밝혔다. 사교육 발생은 불가피하다고 보는 건지, 어느 정도 사교육이 필요하다고 보는 건지 궁금하다.

우리나라에서는 공부가 부족해서 사교육을 받는 게 아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일수록 사교육에 투자하는 비용과 시간이 많다. 무언가 부족한 것을 보충하기 위해 사교육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학교 교육을 대체하는 차원 혹은 플러스 알파를 계속 더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사교육은 개인의 필요에 따라서 받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학교 교육에서 안 다루는 예체능 과목을 보강하고 싶다거나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싶을 때 사교육은 필요할 수 있다. 다만 충분한 학업 성취에 도달했음에도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 남들과 경쟁에서 뒤처질까 봐 사교육을 받는 것은 낭비적이다.

올해 3월 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초·중·고 학생 사교육비가 약 26조 원이었다. 40~50대 부모들이 노후 자금 모으는 걸 포기하고 투자하는 양상이다. 또 최근 학령인구가 줄어드니까 학원들이 수능, 사고력, 선행, 현행 등 상품을 쪼개고 있는 영향도 있다. 지금의 교육은 아이가 자기 가치를 발견해서 성장시키기보다 남들의 가치를 주입받고 그것에 빠르게 적응하는 훈련을 시킨다.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인구소멸 국가로 달려가는 지금은 아이들을 경쟁시켜서 변별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도태된 아이까지 끌고 갈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그런 차원에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금의 낭비적인 사교육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사교육을 찾는 건 공교육이 학생·학부모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못 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저도 공교육에 일정 기간 종사했던 교사였다. 학교에도 물론 훌륭한 선생님만 계시진 않는다. 그런데 공교육이 질적으로 떨어진다고 평가하는 근거를 보면 수능에 최적화된 대비를 해주지 않는다는 거다.

이때 솔루션은 두 가지다. 평가체제를 바꾸거나 학교가 평가에 최적화된 대비를 해주거나다. 그간 정부 정책 방향은 후자에 가까웠다. EBS에 유명 일타 강사를 초빙해 문제풀이를 해주는 등 입시 대비에 최적화된 선생님을 선발해서 수업을 만들면 돼 정도의 논의에 그치고 있다. 그게 과연 공교육이 해야 하는 기능인가? 그게 교육의 본질인가? 저희는 아니라고 본다. 그러면 평가를 바꿔야 한다.

신소영 정책팀장 ⓒ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신소영 정책팀장 ⓒ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 최근 다른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해 수능과 고교내신에 절대평가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데.

세계적으로 보면 거의 우리나라 고등학교만 상대평가를 하고 있다. 상대평가는 옆 친구를 협업의 주체가 아니라 경쟁 대상으로 만든다. 지금 한 반에 20명 안 되는 곳이 태반인데 그 안에서 아이들이 느끼는 경쟁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결국 평가체제를 바꿔야 한다. 지금은 한 문제 차이로, 0.0001점 등 소수점 넷째 자리 점수 차이로 변별이 일어난다. 대학 수학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라고 하기에 이 같은 점수 차이가 유의미한 실력 차이라고 보기 힘들다.

한편 지난 10월 정부가 대입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내신 평가를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꿨다. 어쨌든 변별을 하겠다는 거고 4%에서 10%로 범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1등급에 대한 쟁탈전은 더 심해질 수 있다. 그리고 대학들은 내신의 변별력을 문제 삼아 수능으로 변별하겠다고 나서는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예상컨대 입시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이제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하다. 그동안 변별하는 평가체제가 당연했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성취에 도달하면 모두가 100점을 맞아도 이상한 평가가 아니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학교 교육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 그간 정부는 일부 선진국 교육 관련 제도인 서술형 평가, 입학사정관제 등을 도입해왔다. 하지만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전환은 이루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가?

김대중 정부 때 내신 절대평가를 시도했었다. 그때 내신 부풀리기 문제가 심했다. 개별 학교들이 아이들을 대학 잘 보내기 위해 실력이 안 되는 데도 높은 점수를 준 것이다. 이후 2011년 MB 정부 때 교육부 장관이던 이주호 장관도 절대평가 전환 이야기를 꺼냈지만 유보됐다. 절대평가로는 대입 선발이 잘 안 될 것이라는 의견 때문이다.

절대평가로 개편은 안 됐지만, (2014년부터) 고등학교에서는 상대평가, 절대평가(성취도) 점수가 병기되고 있다. 약 10년간 교사들도 충분히 절대평가를 할 수 있는 역량이 쌓였다고 본다. 성적 부풀리기를 하면 학생들이 대학 입시에서 오히려 손해 볼 수 있다는 것도 경험적으로 체득했을 것이다.

아울러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서 이번에는 절대평가로 개편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이 나왔다. 고교학점제는 마치 대학처럼 아이들이 자기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게 하는 맞춤형 교육 제도인데,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이 과목이 입시 대비에 유리할지 눈치를 보게 된다. 따라서 고교학점제와 상대평가 존치는 모순적이다. 과거에는 절대평가 개편 명분이 부족했지만 이번에는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 현재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는 두 개의 연구소가 있다. 정책 입안 활동 등을 하는 정책대안연구소, 올해 6월 출범한 요즘부모연구소다. 후자는 주로 무슨 활동을 하나?

의식 개선 운동이다. 정책과 제도가 아무리 좋은 방향으로 바뀌더라도 그 정책의 적용을 받는 대중들의 의식이 변하지 않으면 사실 정책은 허울뿐인 거잖나. 그래서 최소한의 유해한 환경을 걷어주는 역할을 정책이 한다고 하면, 실제로 실생활에서 시민들이 좀 더 건강하게 자녀 교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중 수익 사업으로 강좌 사업도 하고 있는데 저희가 기획해서 자녀 교육에 필요한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주로 학부모 대상으로 현명한 사교육 소비나 자기 주도 학습 등의 강의를 요청받고 출강하기도 한다. 관련 정보를 담은 소책자 보급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은 연구소 출범 전부터 계속 진행해왔다. 다만 부모 세대가 바뀌면서 요즘 학부모들은 이런 운동에 동참하는 걸 매우 부담스러워하는 걸 알게 됐다. 이를 고려해 좀 더 시민 친화적으로 사업을 다듬어보고자 요즘부모연구소로 이름을 짓게 됐다.

- 정부 지원금을 받지 않는다고 들었다.

거의 후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강좌 사업이 수익 사업이라고 해도 저희가 시민들에게 꼭 제공하고 싶은 강의가 있으면 얼마 안 되는 푼돈을 드리면서 강의를 부탁한다. 섭외 편지도 엄청 길게 쓴다. 그렇게 사업을 운영해 사실상 수익 사업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

- 개인적으로 힘든 점은 없나?

코로나 이전에는 현장 강의에 20~30명씩 온 적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를 거치며 다 같이 모이는 걸 꺼리는 인식이 생기면서 시민운동도 직격탄을 맞았다. 그렇다고 저희가 운동을 축소할 수는 없다. 저희는 어떤 의미에서는 해산하기 위해 활동한다. 사교육 문제 해결 등 미션이 달성되면 기쁜 마음으로 해산할 것이고 그 목표를 위해 절박한 마음으로 활동한다.

- 향후 계획이 있다면.

요즘 부모의 고민을 반영해 건강하게 자녀 교육을 할 방법을 대중에게 친화적으로 알리는 사업을 계속할 예정이다. 또 지난해 11월 저희가 상대평가는 경쟁을 유발해 학생의 기본권과 교육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제도라는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의 교사·학부모·학생 등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진행하는 등 시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한 캠페인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2028학년도 대입제도에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것도 저희의 숙원이다. 시민단체는 시민들이 염원하는 세상을 계속 사회에 전달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그 역할을 수행하며 내년에도 관련 사업을 꾸려갈 계획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후원하기
▶ 우리은행 1005-103-398109

*참여와혁신은 10월호에 소개한 ‘일하는여성아카데미’에 지난 12월 4일 후원금 30만 원을 전달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