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I 창신동 봉제공장
포토에세이 I 창신동 봉제공장
  • 천재율 기자
  • 승인 2023.05.01 03:43
  • 수정 2023.05.01 2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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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꽃 노란 꽃 꽃밭 가득 피어도···” 1970년대 봉제공들을 그린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사계’를 혹시 아시냐며 멋쩍게 부르자 1980년 초부터 봉제 일을 해온 김말자 씨는 “나는 그런데 그 노래 잘 몰라”하고 손뼉 치며 웃었다.

시집을 가니 벌어먹고 살 길이 없어 봉제 일을 시작했던 김말자 씨는 옷이 만들어 지는 공정 중 ‘마도메’를 하게 됐다. 일을 하다 보니 같은 시간을 일해도 기술이 있는 미싱사와 봉급 차이가 크자, 시간을 내서 미싱 기술을 배워 기술자가 됐는데 그 세월이 벌써 43년이 되어간다고 했다.

이제 어떤 작업들은 눈을 감고도 할 수 있는 장인의 경지에 올랐지만 그는 봉제 일을 그저 ‘살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정의하며 누구에게 일을 권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일감이 늘 일정량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서 일이 없을 때를 대비해 바짝 해야 한다. 이때 마감을 맞추기 위해 잠을 자지 못하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강도로 일한다는 것이다. “골병만 남았어요. 놀러 가지도 못하고 일만 해서, 추억이 있다면 몸이 지친 것밖에 없네요. 일할 때 여기 앉아서 꼬박 12~14시간을 일해요. 그런데 40년 경력의 기술자가 어떤 때는 편의점에서 일하는 사람보다 돈을 벌지 못할 때도 있어요”

김말자 씨는 이날 자정 가까운 시간에 일을 마칠 것이라고 했다. 그의 퇴근 시간에 맞춰 다시 찾은 창신동 봉제 골목은 어둑해져 길가에 사람만 없지 군데군데 환한 유리창 안에서 ‘드르륵, 드르륵’ 재봉틀 돌아가는 소리 아직 요란했다. 퇴근길을 함께 하는데 마지막 버스 놓칠까 종종걸음으로 서두르던 그에게 말 한마디를 붙이지 못하고 따라 걷다 정류장에 다다라서야 “어무이요, 걸음이 억수로 빠르시네요”하고 너스레를 떨자 내일도 아침 8시부터 일을 시작해야 해서 버스 놓치면 안 된다며 웃었다. 

이날 창신동에서 만난 봉제공 중 한 명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1970년대 봉제공들 이 계절이 가는 것도 모르는 채 365일 맨날맨날 일만 했는데 그 열악하던 때 하고 지금 하고 달라진 것은 봉제공 나이밖에 없다.”

*마도메 : 봉제가 끝난 옷에 패드 달기, 단추 달기 등 손작업 마무리 과정

서울 종로구 창신동, 2023.04.10
서울 종로구 창신동, 2023.04.10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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