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시계 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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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재율 기자
  • 승인 2024.01.31 10:10
  • 수정 2024.01.31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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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라는 것이 계속 주인의 손목에 붙어있는 것이기 때문에 주인에 대한 추억들이 생생하게 떠오르고···결국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겠죠.”
시간을 확인하는 기능이라면 더 간편한 스마트 기기들이 있는데도 기계식 시계를 사람들이 찾고 수리해서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는 질문에 정재형 시계동네 대표가 답한 말이다.

종로3가역 인근에서 시계 수리 공방을 운영하는 그는 젊은 시절 전기공사 일을 했다. 세심하고 꼼꼼한 솜씨를 인정받으며 일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오른쪽 다리에 찾아온 병으로 더는 힘든 현장 일을 할 수가 없어 시작하게 된 일이 시계 수리라고 했다. 기술은 학원에서 배웠다. 규모가 큰 전기공사 현장 일을 하다가 조그만 시계를 만지려니 처음에는 난해했다. 그래도 눈썰미와 손재주가 있어 금방 적응했다.

이름만 말하면 누구나 알 법한 유명 시계 대리점에 시계 수리기사로 입사해 일했는데 부도가 나버렸다. 퇴직금을 줄 수 없었던 대리점 사장은 그에게 수리 연장들을 대신 줬다. 연장을 든 정재형 대표는 이직이 아닌 사업장을 차리는 독립을 선택했다.

도시정비사업으로 지금은 사라져 버렸지만, 시계 골목으로 유명했던 종로 예지동 시계 골목에 자리를 잡았다. 깜깜했던 시절, 전문 기술자의 영역인 수리로 작업을 부풀리는 등 얼마든지 더 많은 이익을 추구할 수 있었지만 정직한 길을 선택했다. 손님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의 문제라면 해결할 방법을 알려줘서 돌려보냈다, 공방에서 기간 내에 할 수 있는 물건만 의뢰받아 진행했다. 손님들도 그 진심을 알았을까, 성업했다.

40년 동안 수리해온 여러 시계 중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작업은 고장 난 시계를 굳이 몇 배에 달하는 수리비를 지불해서 고쳐간 손님의 의뢰였다. 이런 의뢰는 적지 않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면 돌아가신 부모님이나 집안 어른이 물려준 시계였다. 그는 “고장 난 시계를 수리했을 때, 또 잘해줬을 때 좋아하는 손님을 보면 나도 기쁘고 좋고 그렇습니다”라고 했다.

집에도 작업장을 만들어 두고 공방에서 수리를 마치지 못한 시계를 들고 가서 작업을 이어간다는 그는 눈이 허락하는 한 시계 수리 계속해서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서울 종로구 봉익동, 2024.01.11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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