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순 할아버지와 이일광 할머니는 마포시장에서 40년 가까이 침구 가게를 해왔다.
그 세월 동안 가장 마음에 남은 손님은 자기 자식 결혼할 때 이불을 해가더니 그 자식의 손자, 손녀가 결혼할 때도 찾아와 이불을 만들어간 사람이라고 했다.
기술의 발전으로 어떤 물건이든 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요즘 세상에도 사람들이 잊지 않고 다시 찾아오게 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자 노부부는 그저 "비법 같은 것은 없고, 그 집은 틀림없다"라는 이야기가 나오도록 만드는 과정에서 제대로 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용산동에서 아동복 제작을 했던 노부부는 제작한 옷을 남대문시장 상가에 납품하고 판매된 뒤 돈을 받는 위탁판매를 했다. 그런데 어느 날 큰불이 나 옷이 다 타버려 한 푼도 받지 못해 큰 낭패를 봤으나, 슬하의 오남매를 키우기 위해 새로 둥지를 트게 된 곳이 마포시장이었다.
할머니가 재봉틀을 하면 할아버지가 오버로크 기계를 다루는 등 분업을 했는데 터를 옮긴 후 어떤 날은 주머니가 빈 채로 나왔다가 돌아갈 때 가방까지 두둑이 채워 가는 날도 있었다고 했다.
노부부는 자신들의 삶을 남들에게 아쉬운 이야기하지 않고 자신들의 노동으로 오남매를 키워낸 것이 참으로 보람차다고 했다. 그렇게 자라 잘 살아주는 아이들이 참으로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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