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창신동 호남이발소
포토에세이│창신동 호남이발소
  • 천재율 기자
  • 승인 2023.08.01 17:13
  • 수정 2023.08.01 1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루가 즐거우려면 이발을 하고, 한 주가 즐거우려면 여행을 하고···’ 영국 속담 중의 한 구절을 읊으며 창신동에 자리한 호남이발소를 찾았다. 1988년 올림픽이 끝난 다음 해 4월, 20년 가까이 된 창신동의 이발소를 인수한 고덕근 호남이발소 사장은 이후 같은 자리에서 33년째 이발업을 해오고 있다. 

그가 나고 자란 전라남도 시골에서는 기술을 배워야 먹고 살 수 있다는 말이 있었다. 친구들이 용접이나 봉제 일을 선택했을 때 그가 배운 첫 기술은 이발이었다. 그 당시에 정식으로 이발사가 되려면 이발소에서 세발(머리감기), 함빠(면도), 주도(준직원), 시야기(드라이하는 직원)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렇게 이발사가 된 고덕근 사장은 지금 호남이발소를 하기 전에 창신동과 세운상가에서 이발소를 했는데, 그때 단골이 된 손님이 “내가 저쪽으로 가면 저쪽으로 따라오고, 이쪽으로 가면 이쪽으로 따라온다”면서 그 세월이 벌써 40년이 되어간다고 했다.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찾지 않는 곳이 이발소인데, 어떻게 40년 가까운 단골이 있는지 그 비법을 물어보니 고덕근 사장은 그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 뿐이었다. 

이제 이발 도구의 발전으로 굳이 긴 시간과 힘을 들이지 않고도 이발을 할 수 있는 요즘에, 아직 가위와 면도 칼을 사용하는 이유를 묻자 그는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것 이 아니라, 자신이 배운 자신 있는 기술로 내 손님들에게 능력을 뽐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내년이면 70세가 되는 고덕근 사장은 앞으로 이발업을 한다면 10년 정도 더 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인터뷰 말미에 단골 손님이 이발소를 찾았다. 익숙하게 자리에 앉은 손님은 커트보를 입자 지그시 눈을 감았다. 이발사와 손님 둘은 서로 아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아 ‘드르르르···’ 삼색등 돌아가는 소리와 ‘사각사각···’ 가위질하는 소리만 이발소에 가득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신동, 2023.07.19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신동, 2023.07.19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신동, 2023.07.19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신동, 2023.07.19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신동, 2023.07.19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신동, 2023.07.19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신동, 2023.07.19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신동, 2023.07.19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