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석공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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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재율 기자
  • 승인 2023.12.08 10:57
  • 수정 2023.12.08 1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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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를 보수한다는 것은 보전과 유지의 가치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옛 어른들의 기술과 문화를 후손들에게 전승하는 과정입니다.”

경주 남산 청룡사지 삼층석탑과 양산 통도사 금강계단, 밀양 표충사 삼층석탑 등 국내 수많은 석조 문화재를 보수·복원한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49호 경주 석장 윤만걸 창조사 대표의 말이다.

9남매 중 막내였던 윤만걸 대표는 기성회비 내기도 어려운 환경에 주변 어른들의 ‘서울에 가서 기술이라도 배우라’는 조언을 따라 무작정 서울에 가게 됐다. 서울에서 자기 업을 만났다. 같은 처지에 성격도 맞는 친구가 돌 일을 하고 있었다. 일하는 모습을 보니 적성에 맞겠다 싶어서 따라나섰는데 그곳이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있는 석재공장이었다.

남자만 60명 정도 있는 공장에서 일하니 매일 시끌벅적했다. 온종일 돌가루를 뒤집어쓰고 일하다 해만 떨어지면 자기들끼리 술을 마시고 울고 웃는 모습이 재밌었다. 그렇게 공장에서 3년을 일하며 살았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친구들은 나름 자기 일을 해내는데 자신의 실력이 너무 떨어졌다. 안 되겠다 싶었던 그는 석재 생산 공장들이 많은 전라북도 익산으로 찾아가 1년 다시 일을 배운 뒤 서울로 돌아왔다.

그 와중에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어머니도 모시며 살았는데 그 삶이 너무 단조로웠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일하고 해 떨어지면 자고···너무 재미가 없었어요.” 그 무렵 그는 일을 배울 때 가졌던 꿈을 떠올렸다. 불국사 다보탑 같은 작품 하나를 남기는 것. 그는 서울을 떠나 아내와 큰아들을 데리고 경주로 내려갔다.

연고도 없는 곳에서 정착은 쉽지 않았다. 남의 공장을 찾아가 일하기도 하고 너무 어려울 때는 동네 이장님 소개로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 신청을 하기도 했다. 기술 있는 이가 무위도식한다는 눈치에 그 뒤로는 찾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배부르면 공부 안된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떠올리며 자신을 다독였다.

이후 문화유산을 보존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경주 인사들이 발족한 ‘신라문화동인회’에 가입해 회원들과 문화재 답사를 다니며 공부했다. 또 석공과 관련된 자격증을 따고 기능 올림픽이 있으면 출전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자기 꿈과 하고자 하는 일이 일치되는 시기였다. 1992년 그는 결국 다보탑과 똑같은 크기의 탑을 만드는 꿈을 이뤘다. 뿌듯하면서도 앞선 석공들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을지 그 애환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어려웠던 시절 숟가락 하나 덜기 위해 돌 일을 시작했던 청년 윤만걸이 꿨던 꿈을 이룬 그는 또 다른 꿈을 꾸고 있다. 올바른 기술의 전승이다. “만약 지금 우리가 문화재 복원을 잘못해 놓으면 왜곡된 정보가 다음 세대에 전수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지금이 참으로 중요한 시기입니다. 우리 세대에서는 문화재를 이렇게 보수·복원했다는 구체적인 시방서(설명서)가 필요하죠.” 많은 전통 기술이 대를 이어갈 사람들이 없어 사라지는 와중에 다행히도 두 아들 동천, 동훈 씨가 아버지를 따라 망치를 들고 함께 일하고 있다.

70살이 되면 일을 그만하려던 그는 70살이 넘어보니 재수 없으면 20년은 더 하게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제는 두 아들이 돌 일을 잘해낼 수 있도록 뒤에서 지켜보고 지원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어른들에게 배운 자기 기술이 후대까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경상북도 경주시 남산동 창조사, 2023.11.21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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