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l 전농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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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재율 기자
  • 승인 2023.01.25 10:27
  • 수정 2023.01.25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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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2022.07.11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2022.07.11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나이 들어서 손 놀리면 치매가 올까 싶어 시작한 일이라고 했다.

근처에 있는 옷가게에서 포장되지 않은 옷을 종이상자에 담아 가져다주면 곱게 접어 비닐로 포장하는 단순한 일이었지만 일을 대하는 특별한 태도가 있었다.

김길순 할머니는 옷이 만들어지면서 묻은 먼지와 티끌을 일일이 확인해서 뗐다. 옷의 상태를 훑어본 뒤 불량이 있으면 제작업체에 알린다. 포장할 때 검수도 해야 하는 것인지 물으니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더 걸려도 내 손에 들어온 일은 빈틈없이 하는 것이 내 성격이에요”라고 이야기했다.

19살에 남편 얼굴도 못 본 채로 시집을 갔던 그는 할 줄 아는 것이 없어 하루하루가 야단맞는 날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딸 둘에 아들 셋, 오남매를 먹여 살리기 위해 어떤 일이든 허투루 할 수 없었다. 지금 일하는 태도도 살아남기 위해 터득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이라는 것은 시나브로 나아지게 돼요. 밭을 매도 처음에는 잘못 맸다고 야단맞지만, 결국 하다 보면 깔끔하게 맬 줄 알게 되고 그럼 곡식 만들어내는 일꾼이 되는 거죠. 한 번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대충할 거면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나아요”라고 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김길순 할머니의 집은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동네 이웃들의 방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일을 주제로 나누던 대화를 듣던 한 이웃이 이 나이까지 이렇게 일하면 지겹지 않느냐고 할머니에게 물었다. 그러자 “일은 나한테 그냥 삶이에요. 숨을 쉬는 걸 일로 생각하지 않듯요. 그리고 자식들한테 짐 안되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걸 좋게 생각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2023.01.06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2023.01.06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2023.01.06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2023.01.06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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