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창신동 백영세탁
포토에세이│창신동 백영세탁
  • 천재율 기자
  • 승인 2023.09.26 10:12
  • 수정 2023.09.27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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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것 좀 해줘요. 어려울 것 같아요? 사장님이 못하는 게 뭐가 있어요” 인터뷰를 하던 중 백영세탁을 찾은 손님이 손질이 까다로울 것 같은 옷을 맡기며 한 이야기다. 양성섭 백영세탁 사장은 “하라면 해야지요”하고 웃으며 옷을 받아들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일감을 받는 사람으로서 저자세가 아니라 전문가의 확신이 묻어났다.

창신동에 있던 세탁소를 1984년 인수해 40년 가까이 운영해 왔다. 처음 기술을 배울 때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일을 배울 때 누구나 서투르고 실수가 잦기 마련이지만 그에 대한 최소한의 대가가 주어지는 요즘과는 달리 밥 먹을 수 있기만 해도 다행이던 시절이었다. 그는 되돌아보면 억울할 법도 하건만 일을 가르쳐주던 이의 심정을 헤아렸다. 

“처음 일을 하는데 마음에 들었겠어요. 잘하기보다는 저지르는 것이 더 많았겠죠. 사고 치면 주인이 다 책임져야 하는데, 그러면서 다시는 사고 치지 않아야 해, 그래야 살아갈 수 있어 그러고···그저 배우고 먹을 수 있는 것만 해도 감사했습니다.” 

양성섭 사장의 이런 마음이 일터에서 태도로 드러나 인정받은 것일까, 일을 시작한 지 6개월 정도 지나자 월급으로 3,000원을 받았다. 그때를 회상하며 “햐~ 얼마나 좋던지”라며 탄성을 내며 웃던 그의 표정이 너무 해맑아 따라 웃었다. 그렇게 받은 첫 월급으로 무엇을 했냐고 물으니 어머니에게 다 가져다드렸다고 했다. 녹록지 않았던 시절, 양성섭 사장에게는 아마 좋은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더 행복한 일이지 않았을까?

40분 남짓 시간이었지만 대화가 종종 끊길 정도로 그의 세탁소에는 손님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아마 뛰어난 기술 때문이 아닐까 짐작했지만, 그는 그저 “내가 어떻게 손님 마음을 다 맞추겠어요. 다만 내 일같이 하지 않으면 손님은 금방 알아요. 그렇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는데 그런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라고 이야기했다. 평생의 업이었던 세탁일에 만족한다던 그는 일은 즐겁게 해야 한다고 했다. 너무 어렵고 힘든 것은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들이 하면 되고, 여건이 허락되는 한 이어가다 보면 결국 내가 잘 아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라고 했다.

서울 종로구 창신동, 2023.09.12
서울 종로구 창신동, 2023.09.12 ⓒ 참여와혁신 천재율 기자 jycheon@labor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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