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곳집’이라는 뜻을 품은 국내 최초의 상설시장인 ‘광장(廣藏)시장’은 1905년 당시 일본의 화폐개혁 이후 종로로 진출하려는 일본 상인들을 막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조선 상인들과 고위 관리들이 자본을 모아 ‘광장주식회사’를 발족시키며 탄생했다.
직물과 의류, 먹거리를 주로 다루는 현재와는 달리 초기의 광장시장은 농수산물이 주로 유통되며 뜻 그대로 ‘서울의 곳간’ 역할을 했다. 이후 한국전쟁으로 폐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피난민들이 천막을 치고 노점을 만들어 물물교환하며 장사를 하고, 군수품과 구호물자 등이 거래되며 ‘구호물자 시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1960년대에는 식품을 주로 취급하던 상인들이 포목과 직물을 다루며 ‘당시 광장시장에서 장사했던 사람 중 돈 벌지 못한 사람이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1980년대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그 뒤 대형 시장과 백화점, 슈퍼마켓들이 들어서면서 침체기를 겪다 IMF로 절반 이상의 상인들이 가게를 닫고 떠났지만, 먹자골목과 구제 시장들이 주목받으며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수많은 이들의 삶의 터전이 되어준 광장시장은 오늘도 사람 냄새를 품고 역사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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