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아의 보이지 않는 조직] 상처받은 개인과 조직의 치유력
[신인아의 보이지 않는 조직] 상처받은 개인과 조직의 치유력
  • 참여와혁신
  • 승인 2023.11.22 09:11
  • 수정 2023.11.22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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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인아
신인아
신인아

위계질서를 진단하는 방법 중 하나는 그 조직의 구성원인 개인들의 자존심이 조직의 일보다 중요한지 알아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사든 부하직원이든 조직 내에서 분노를 자주 표출해서 조직의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면 그 사람은 자신의 개인적인 자존심을 조직 위에 두고 있다. 요즘 조직들이 홍역을 앓고 있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상처받은 개인들이 법적 소송으로 조직 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렇게 가게 되기까진 여러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이는 조직의 위계질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부하직원이 조직에서 일을 재미있게 하지 못하는 것은 상사가 자신의 일에 대한 평가를 좋지 않게 줬을 때다. 부하직원이 이에 동의하면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지만 동의되지 않는 경우에 상하관계에 문제가 생긴다. 부하직원의 고민은 점점 깊어질 수밖에 없다. 만약 자신이 상사를 설득하는 데 성공하지 못할 경우엔 조직 입지가 현재보다 좁아지는 것도 예상해야 한다. 처음엔 상사의 평가가 단순히 동의냐 아니냐로 정리가 될 수 있는 수준인데, 자기에겐 상사를 설득시킬만 한 힘이 없다는 생각까지 더해진다면 조직 내에서 불편함은 점점 더 커진다. 

이런 상황이 되면 부하직원이든 상사든 직급에 관계없이 자신의 자존심만 살리는 데 급급하게 된다. 즉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만 해석하게 된다. 그리고 본인은 어떤 일이 있어도 상처를 받아서는 안 된다. 여기서 나오는 것이 고집이고 오기다. 

이렇게 개인의 자존심에만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 대한 공격으로 표현을 한다. 호흡이 가빠지면서 일에 집중도 안되고 급기야 면역력도 떨어져서 감기를 달고 살 뿐만 아니라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는지 고민한다. 이런 경우 누군가 조직의 입장에서 자신을 생각해 보라고 말하면 화를 낸다. 조직이 자신을 통제 또는 군림한다고 보기에, 이럴 땐 개인이 조직과 대항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고 항변한다. 

그러나 자신이 피해자임을 강조하는 사람일수록 사실은 자신이 가해자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여기서 가해자라는 것은 조직에 피해를 주는 사람을 뜻한다. 개인의 자존심이 발달된 사람은 조직은 자기를 위해서 존재해야 한다고 착각하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조직의 힘은 개인이 극으로 흐르지 않도록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개인에게 힘이 없다면 조직이 힘이 있어야 한다. 리더십은 조직에 힘을 실어주는 결정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개인과 개인의 싸움이 아닌 개인이 조직을 따르게 하는 것이다. 

조직과 개인이 하나가 된다는 것은 창조적인 일을 통해 가능하다. 일하는 조직에서는 개인도 함께 성장한다. 상처받은 개인을 치유해 줄 방법은 상사의 위로나 배려와 같은 심리적인 지원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 한계가 분명하다. 상처는 자신이 조직과 하나라는 느낌을 갖고 일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치유가 된다.
 

신인아는? 

한국과 독일에서 조직사회학을 전공하고 20년 동안 한국에 진출한 독일기업의 직원 역량 강화 교육을 하면서 조직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기 시작했다. 조직이 정형화된 위계질서의 모형에서 전혀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더라도 조직 안에는 늘 숨 쉴 공간은 항상 존재한다. 이것을 구성원들이 그것을 보지 못한다면 조직에 속해 있지만 조직을 떠나야지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주 수요일 아침에 게재될 본 기고는 이들에게 조직의 보이지 않는 공간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안내하면서 조직의 구성원들이 숨을 쉴 수 있고 성장을 하는 조직 생활의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rheeina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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