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아의 보이지 않는 조직] 이직 권하는 사회
[신인아의 보이지 않는 조직] 이직 권하는 사회
  • 참여와혁신
  • 승인 2024.02.28 07:50
  • 수정 2024.02.28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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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인아
신인아
신인아

이직을 앞두고 어떤 사람이 SNS에 조언을 구하는 글을 올렸다. 자신은 중소기업에서 일한 지 1년 된 직원이라고 했다. 회사는 시스템은 없지만 편하게 일하는 분위기다. 칼퇴근이고 직원들도 다 괜찮지만 이직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이유는 200만 원이 채 안 되는 월급이다. 그의 고민은 돈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동시에 있는 회사에서 일하면 좋겠는데, 현재 회사는 워라밸은 있지만 돈은 적다는  것이다.

이 글에 조언을 해주는 많이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이 이직하라고 권한다. 그 회사가 친절한 분위기인 이유 적은 월급에 대한 보상일 뿐이니까 계속 속고 있을 필요가 없단 이야기다. 젊었을 때는 무조건 돈을 좇아서 이직을 하는 것이 옳다는 조언이다. 단 한 개의 댓글만 미완성의 문장으로 “새로 옮긴 직장에서 나쁜 상사를 만날 수도 있는데···” 

조언을 구했던 사람은 뜻밖에 이직을 적극 찬성하는 답변을 보고 무척 고무됐는지 연신 “고맙다”고 한다. 돈이냐 편안함이냐를 놓고 고민하다가 결론은 돈과 편안함이 보장되는 회사로 이직하면 된다고까지 생각하게 된다. 

한국은 ‘이직 권하는 사회’로 가고 있다. 조건만 맞으면 쉽게 이직할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최근이다. 과거에는 이직을 자주 하는 사람은 회사에서 잘 받아주지 않았다. 언제 또 이직할지 모르는 사람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능력있는 사람들이 이직을 자주 한다. 여기 저기서 스카웃 제의를 받기 때문이다. 한국도 헤드 헌터가 많아지면서 무늬는 미국처럼 이직이 더 이상 개인들이 커리어에서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이직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의 입장에서 이직한다는 것은 자신이 그간 익숙했던 환경으로부터 잘 알지 못하는 낯선 환경으로 이동하는 것을 뜻한다. 돈만 보고 이직하게 되면 어떤 조직에서도 제대로 뿌리를 못 내리게 된다. 언제든지 더 많은 돈을 주겠다고 하는 곳이 나타나면 떠나게 된다. 한마디로 직업인이 아니라 방랑객 또는 용병의 신세로 전락한다. 그래서 이직을 많이 한 사람들은 처음에는 상승세를 타는 것 같지만 일순간 자기 몸값이 바닥으로 하락하는 것을 경험한다. 그래서 미국 HR 컨설턴트조차 돈을 보고 이직하는 것을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오히려 젊었을 때 돈을 더 벌어야 한다고 미국보다 더 많이 이직을 권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

 

신인아는? 

한국과 독일에서 조직사회학을 전공하고 20년 동안 한국에 진출한 독일기업의 직원 역량 강화 교육을 하면서 조직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기 시작했다. 조직이 정형화된 위계질서의 모형에서 전혀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더라도 조직 안에는 늘 숨 쉴 공간은 항상 존재한다. 이것을 구성원들이 그것을 보지 못한다면 조직에 속해 있지만 조직을 떠나야지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주 수요일 아침에 게재될 본 기고는 이들에게 조직의 보이지 않는 공간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안내하면서 조직의 구성원들이 숨을 쉴 수 있고 성장을 하는 조직 생활의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rheeina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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