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아의 보이지 않는 조직] 채용 면접, 장점보다 단점을 질문하라
[신인아의 보이지 않는 조직] 채용 면접, 장점보다 단점을 질문하라
  • 참여와혁신
  • 승인 2024.02.07 13:23
  • 수정 2024.02.07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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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인아
신인아
신인아

지인 중에 퇴임 교수가 있다. 그 분은 퇴임 전부터 기업체의 직원 채용 면접관으로 활동했다. 평소에 반듯한 성품인데 면접에선 송곳 같은 질문으로 상대의 약점을 찾아내는 분이었다. 꽤 오랫동안 면접관을 해왔기에 최근에도 그 일을 하시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고 했다. 왜 안 하시느냐고 했더니 상대의 단점을 찾아내고 장점을 부각해서 왜 어떤 사람은 채용이 되고 어떤 사람은 안 돼야 하는지 결정하는 일에 개입하는 것이 싫다고 했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아무리 면접 전에 기업체에서 원하는 인재상 공부를 잘 해간다더라도, 본인이 객관적으로 면접을 본다 하더라도 늘 마음에 쓰이는 것은 떨어진 사람에 대한 미안함이다. 

그 분은 어떤 기준으로 면접을 봤을까? 기준은 아마도 장점이 우선일 것이다. 한 HR 전문가라는 분이 SNS에 올린 글을 보니 취업을 원하는 사람에게 자기 장점을 보다 구체적으로 적을 것을 강조했다. 막연히 성실하다, 노력한다 등의 표현은 너무 두리뭉실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조언으로 내놓은 것은 바로 본인의 장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으라는 것이다. 평소에 일을 하면 다른 사람으로부터 어떻게 칭찬과 인정을 받았는지 쓰라고 했다.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많은 사람들이 MBTI의 성격 유형을 보는 요즘 분위기로 보면 장점과 단점을 알 필요가 없다. 면접자 본인의 유형은 사고형이고 감정형이니까 장점은 이렇고 단점은 이렇다는 것을 MBTI 공부만 하면 안다고 답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왜 이런 게 문제가 될까? 

남이 아는 장점과 본인만 아는 장점이 있다. 인정과 칭찬은 다른 사람이 보는 평가다. 그 평가에 길들여지다 보면 그 사람의 기대에만 부응하려고 한다. 그 결과는 실망과 분노다. 오늘의 장점이 내일의 다른 직장에서는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용하는 입장이라면 장점을 묻기보다 오히려 면접자가 본인의 단점이 무엇인지 아는가를 알아볼 것 같다. 장점을 부각시키면 상대로 하여금 거짓말을 하게 만든다. 반면 본인의 단점을 아는 사람은 뜻밖에 다른 사람이 자신과 일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음을 아는 포용력이 있다. 

더 좋은 질문은 본인의 단점에는 어떤 장점이 있는지 묻는 것이다. 이것은 남은 결코 알 수 없고 본인만 아는 것이다. 내 경험으로 보면 자신의 장점만 보고 달리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서 노력하다가 지치면 분노하지만 본인의 단점을 유희처럼 볼 수 있는 사람은 상대의 단점도 장점으로 볼 수 있는 안목이 있기 때문이다.
 

신인아는? 

한국과 독일에서 조직사회학을 전공하고 20년 동안 한국에 진출한 독일기업의 직원 역량 강화 교육을 하면서 조직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기 시작했다. 조직이 정형화된 위계질서의 모형에서 전혀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더라도 조직 안에는 늘 숨 쉴 공간은 항상 존재한다. 이것을 구성원들이 그것을 보지 못한다면 조직에 속해 있지만 조직을 떠나야지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주 수요일 아침에 게재될 본 기고는 이들에게 조직의 보이지 않는 공간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안내하면서 조직의 구성원들이 숨을 쉴 수 있고 성장을 하는 조직 생활의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rheeina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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