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아의 보이지 않는 조직] 직장과 조직은 다르다
[신인아의 보이지 않는 조직] 직장과 조직은 다르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24.03.13 12:26
  • 수정 2024.03.13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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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인아
신인아
신인아

나는 사회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직장보다 조직이라는 개념이 훨씬 친숙하다. 사람에 따라서는 이 둘이 같은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을 거다. 조직이 직장인데 뭘 구분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이다. 나는 이 둘은 정말 다르다고 본다. 물론 이는 전적으로 내 주관적인 해석임을 미리 밝힌다. 

내가 보는 직장과 조직의 차이는 이렇다. 사람들이 이직을 자주 하는 이유는 회사가 직장이라고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직장을 찾을 때 가장 먼저 가격을 떠올린다. 내 몸값이 얼마나 되는지 질문하고 많이 쳐주는 데를 직장으로 선택한다. 직장에 들어가서도 끊임없이 비교한다. 내 몸값은 동료에 비해서 낮게 또는 높게 책정됐는지 궁금해하고 그 점에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동료보다 승진이 늦거나 월급이 적으면 직장 생활을 스트레스로 느낀다. 그래서 직장을 옮기기로 결심한다. 

워런 버핏은 주식 투자자로 가장 성공적인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그의 성공이 어디에 기인하는지 자세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그는 가치와 가격을 철저하게 구별한다. 가격은 내가 지불하는 돈이고 가치는 내 것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가치는 돈으로 환산될 수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유는 명백하다. 가치는 필요한 사람에게 가치가 있을 뿐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아무리 비싼 가격에 지불된 것이라도 가치가 없다. 

가격은 지불할 사람이 있으면 성립된다. 회사를 직장으로만 생각한다면 지불하는 사람이 더 이상 그 가격으로 지불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 

그러나 회사를 조직으로 보면 자신의 가치는 관계에 의해서 달라진다.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내가 할 수 있을 때 남이 나를 평가하기 전에 내가 먼저 가치가 있음을 안다. 자기 가치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내 가치를 남의 평가에 좌우되지 않게 한다.

요즘 선거를 앞두고 당에서 선택받느냐, 마느냐 문제로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평소에 자기 몸값을 올리는 데 관심을 두기보다 조직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한 사람들이었느냐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될 것이다. 이 말은 조직은 늘 묵묵히 조직을 위해서 헌신하는 사람을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는 거래가 아니라 개인과 조직 간 관계다. 

일본 경영의 대부라고 불리는 마쓰시타 고노스케는 회사를 단순히 돈만 보는 직장으로만 보지 말고 자기 운명으로 받아들이라고 한다.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이 자신이 선택한 직장도 우연이 아니라 자기 성장에 필요한 과정이라는 의미다. 운명을 좋고 나쁜 게 아니라 각 개인의 성장에 맞게 만들어진 프로그램으로 본다면 직장이 마음에 안 든다고 새로운 직장을 찾아 나서기보다 오히려 불만스러운 부분을 만족스럽게 해결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게 될 것이다. 이런 것이 조직도 개인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이다. 

가격이 일회적인 만남이라면 가치는 지속적인 성장의 길을 걷는 것이다.
 

신인아는? 

한국과 독일에서 조직사회학을 전공하고 20년 동안 한국에 진출한 독일기업의 직원 역량 강화 교육을 하면서 조직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기 시작했다. 조직이 정형화된 위계질서의 모형에서 전혀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더라도 조직 안에는 늘 숨 쉴 공간은 항상 존재한다. 이것을 구성원들이 그것을 보지 못한다면 조직에 속해 있지만 조직을 떠나야지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주 수요일 아침에 게재될 본 기고는 이들에게 조직의 보이지 않는 공간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안내하면서 조직의 구성원들이 숨을 쉴 수 있고 성장을 하는 조직 생활의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rheeina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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