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아의 보이지 않는 조직] 소통은 싸움이다
[신인아의 보이지 않는 조직] 소통은 싸움이다
  • 참여와혁신
  • 승인 2023.12.20 09:22
  • 수정 2023.12.2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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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인아
신인아
신인아

기업 교육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메뉴는 바로 리더십과 소통이다. 나도 기업교육 강사로 가끔 사람들 앞에 서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이런 질문을 한다. “소통을 잘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이다. 지금은 내가 그런 질문을 던진 것 자체가 부끄럽다. 소통에는 정답이 없는데 정답을 몰라서 소통이 안 되는 것처럼 말했기 때문이다. 금방 청중들은 답한다. “경청이요!” 

“아 그렇죠!” 그다음에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어떻게 하는 것이 경청인가요?” 어김없이 정답이 올라온다. “공감능력이 필요합니다.” 또 질문한다. “공감 능력이 있는 사람과 아닌 사람은 어떻게 다른가요?” 대답이 또 나온다. “공감 능력이 있는 사람은 상대방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대응합니다!” 이때 나는 결정적인 질문을 한다. “상대방이 늘 이해가 잘 됩니까?” 청중들은 웅성거린다. 이 질문은 전혀 받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정답이 뭔지 모른다는 뜻이다. 

마치 초등학교 교실에서 교사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소통이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분위기다. 아이들의 수준에서 배우는 소통으로 어른들의 소통 문제를 이해하기는 어렵다. 아이는 정답을 갖고 있기 때문에 왜 상대방이 정답으로 나와 있는 방식으로 소통을 하지 않느냐고 항의를 한다. 

어른은 소통을 좀 다르게 본다. 가장 큰 차이점은 어른은 소통이 잘 안 되는 것을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사람은 누구나 자기 관점에서 세상을 보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다른 눈으로 자기만의 세상을 보는 것에 토를 달지 않는다. 단지 어른들은 상대의 관점과 자신의 관점이 다를 때 그것을 어느 한 방향으로 몰고 가지 않는다. 아이들은 충돌을 두려워하지만 어른들은 소통을 하면서 싸우기도 한다. 서로 다를 때 합의점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 점잖게 상대방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것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대가 싸움을 회피한다면 문제 해결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상대에게 싸움을 걸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 싸움을 연출한다. 상대의 관점이 이해가 되지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나중에 싸움이 끝난 후에 서로에게 유익한 해결 지점이 발견되면 그때 비로소 상대가 싸움을 걸어줬기 때문에 자기 관점을 비로소 새롭게 볼 수가 있었다고 말한다. 

소통이 안되는 이유는 싸움을 하지 않아야 좋은 소통이라고 믿게 하는 교육 내용에도 약간의 책임이 있지 않나 싶다. 

소통이 잘 안된다고 심리치료사에게 보내서 문제를 해결시키려는 부모나 상사를 보면 일단 소통의 힘은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데서 나온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소통의 힘은 싸울 수 있을 때 커진다는 역설을 강조하고 싶다.

단 싸우더라도 상대를 밟기 위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자신도 모르게 사로잡혀 있는 고집이나 오기의 감옥을 스스로 박차고 나올 수 있도록 자극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싸움을 거는 사람은 그 사람이 싸움이 끝났을 때 달라져 있을 모습을 환영하면서 시작한다. 화를 내면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깨우고 자신도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싸움을 연출하는 것이다. 이때 공감능력의 중요성을 비로소 실감한다.
 

신인아는? 

한국과 독일에서 조직사회학을 전공하고 20년 동안 한국에 진출한 독일기업의 직원 역량 강화 교육을 하면서 조직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기 시작했다. 조직이 정형화된 위계질서의 모형에서 전혀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더라도 조직 안에는 늘 숨 쉴 공간은 항상 존재한다. 이것을 구성원들이 그것을 보지 못한다면 조직에 속해 있지만 조직을 떠나야지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주 수요일 아침에 게재될 본 기고는 이들에게 조직의 보이지 않는 공간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안내하면서 조직의 구성원들이 숨을 쉴 수 있고 성장을 하는 조직 생활의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rheeina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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