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아의 보이지 않는 조직] 기업가 정신이란
[신인아의 보이지 않는 조직] 기업가 정신이란
  • 참여와혁신
  • 승인 2024.01.31 09:26
  • 수정 2024.02.0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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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인아
신인아
신인아

우연히 한 HR 전문가가 SNS에서 올린 글을 봤다. 그는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코칭을 해준다. 창업자들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어떻게 혁신할지에 관한 것이 아니라 개인의 심리적 불안이다. 그래서 자신이 HR 전문가라기보다 심리 치료사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누구나 일의 결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불안할 수 있다. 하지만 기업가 정신이 창업의 원동력이라면 기업가 정신의 가장 큰 적은 바로 불안이다. 

이 점과 관련해 현대의 창업자 정주영 회장이 남긴 말이 생각난다. 

“일을 행동으로 하면 괴롭지만, 마음으로 하면 즐겁다.”

우리나라에선 초등학교밖에 다니지 않은 정주영 회장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때가 많다. 그의 정경유착, 그리고 사람들을 관리하면서 폭언과 폭력을 행사했다는 일화들이 신화처럼 전해오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봤던 일들을 매우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잘 해결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가장 대표적인 일화가 외국 은행에 돈 빌리러 갔는데 그쪽 은행장이 뭘 믿고 당신에게 돈을 빌려주느냐 하니까 이순신의 거북선 그림이 그려진 화페를 꺼내면서 한국인의 잠재적인 능력을 소개했다는 것이다. 당시 통역했던 사람은 매우 곤혹스러웠지만 결과는 상상을 뛰어넘어선 것이었다. 

최근에 아주 우연히 정주영 회장이 일을 마음으로 한다는 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그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서구의 유명 경영학자나 컨설턴트의 말을 인용할 때가 아니었다. 또 일을 행동으로 하지 않고 마음으로 한다는 말은 머리로 배워서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기업가 정신이 대안처럼 소개된다. 기업가 정신이 혁신과 관련돼 있다는 것까지는 일반인도 잘 알고 있지만, 사업이나 창업을 한다고 해서 모두 기업가 정신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나는 늘 궁금했다. 무엇이 그냥 돈을 버는 것만 목적으로 하는 사업가와 기업가 정신을 갖고 일하는 사람과 구별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우연히 정주영 회장이 한 말을 접하면서 그에게 서구의 어떤 경영학자나 컨설턴트도 정확하게 집어내지 못한 혁신의 원천을 만난 것 같아서 너무 기쁘다. 

마음으로 일한다는 것은 외부에서 배운 지식이 아니라, 온전히 자기 내면의 힘만으로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일을 하는 것이다. 요즘 우리는 기업가 정신도 대학 수업을 통해서 배우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지식으로 흉내만 내는 기업가 정신일 뿐 마음으로 일하는 기업가 정신은 없다. 마음으로 일하는 창업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떨지 않는다. 미국의 경영 컨설턴트가 만들어준 매뉴얼만 따라서 하는 것이 아니라, 백지에 자기만의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그 결과와 무관하게 과정을 즐긴다. 

괴테는 일찍이 진짜 재능있는 사람은 일을 언제 끝낼지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과정 자체가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산업화 과정에서 실수도 많이 했지만 이런 기업가 정신으로 재미있게 일을 했던 역사적인 시기가 있었다.
 

신인아는? 

한국과 독일에서 조직사회학을 전공하고 20년 동안 한국에 진출한 독일기업의 직원 역량 강화 교육을 하면서 조직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기 시작했다. 조직이 정형화된 위계질서의 모형에서 전혀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더라도 조직 안에는 늘 숨 쉴 공간은 항상 존재한다. 이것을 구성원들이 그것을 보지 못한다면 조직에 속해 있지만 조직을 떠나야지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주 수요일 아침에 게재될 본 기고는 이들에게 조직의 보이지 않는 공간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안내하면서 조직의 구성원들이 숨을 쉴 수 있고 성장을 하는 조직 생활의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rheeina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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