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아의 보이지 않는 조직] 성과와 재미
[신인아의 보이지 않는 조직] 성과와 재미
  • 참여와혁신
  • 승인 2024.01.17 09:24
  • 수정 2024.01.1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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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인아
신인아
신인아

서머 모옴(Somerset Maugham)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에겐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 성과가 아니다. 성과는 글을 쓰면서 자신의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내보낼 수 있다는 즐거움이다. 

바라 매클린톡(Barbara McClintock)은 유전공학에서 노벨상을 받을 만큼 자신의 연구 분야에서 성과를 많이 낸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성과를 정교수라는 직위로 평가한다면 성과를 내지 못한 사람이다. 그는 다른 사람이 모르는 것, 즉 자신만 홀로 알아가는 새로운 인식의 기쁨이 성과고 결과였다. 이 성과를 위해서는 그는 사람들이 자신을 왕따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감내했다. 그 문제로 괴로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왜 사람들이 자기 성과를 인정하지 않느냐고 따지는 일로 기운을 허비한 적이 없다. 

그는 사람들이 ‘나’라는 의식 때문에 몰입이 어렵다는 점을 관찰하고 그다음부터는 자신의 이름을 잊는 훈련을 한다. 한 번은 시험공부를 아주 열심히 했다. 어떻게 했냐면 자신이 시험을 내는 사람의 입장이 됐다. 그렇게 공부하니까 재밌게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교수가 시험문제를 어떻게 출제했을지 궁금해했다. 그렇게 공부하다 보니 일사천리로 시험지 답안을 작성했는데, 문제는 자기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서 시험 답안지가 무효가 될 난관에 처했다. 시험시간 중 20분 동안 이름을 떠올리다가 겨우 생각나서 그 위기를 모면했다고 한다. 

성과는 몰입하고, 재미가 있으면 저절로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몰입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슨 계산을 하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다. 창조력과 상상력은 그냥 오는 것이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클린톡이 음악 수업을 들을 때 화성악을 조금 배웠는데도 아주 좋은 악보를 써내자 교수가 어떻게 그런 악상이 떠올랐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물론 그는 답하지 않았지만, 그것은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냥 나온 것이라고 한다. 

일에 있어서 목적의식이 분명해지면 어떤 장애가 있더라도 개의치 않고 그냥 진행한다. 그게 가능한 일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어떤 계산이나 판단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뜻밖에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서 일이 쉽게 풀리는 것을 경험할 때 ‘황홀경’에 빠진다. 여기서 말하는 황홀경은 내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가장 완벽하고 쉽게 자기 목적지에 가 있는 느낌이다. 여기서도 성과는 느낌의 영역이지 정량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일의 경험이 많아지면 기쁨 또한 커진다.
 

신인아는? 

한국과 독일에서 조직사회학을 전공하고 20년 동안 한국에 진출한 독일기업의 직원 역량 강화 교육을 하면서 조직을 새로운 관점에서 보기 시작했다. 조직이 정형화된 위계질서의 모형에서 전혀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더라도 조직 안에는 늘 숨 쉴 공간은 항상 존재한다. 이것을 구성원들이 그것을 보지 못한다면 조직에 속해 있지만 조직을 떠나야지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매주 수요일 아침에 게재될 본 기고는 이들에게 조직의 보이지 않는 공간이 언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안내하면서 조직의 구성원들이 숨을 쉴 수 있고 성장을 하는 조직 생활의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rheeina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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